[SPECIAL REPORTⅠ] ‘최태원식 사회 공헌’이 주목받는 이유

“사회적 기업 모델의 표본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이 사회적 기업 모델의 표본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을 다녀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 조찬 강연회에서 “유엔이 해결하고자 하는 전 세계 여러 문제를 풀어가려면 기업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반 총장이 공개된 자리에서 특정 기업인의 이름을 밝히면서 극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사회적 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최태원식 사회 공헌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은 비영리 조직과 영리 기업의 중간 형태다. 주로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간접적으로 도와줘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최 회장의 ‘사회적 기업 역할론’은 단순한 기부 형태의 전통적인 사회 공헌 활동으로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다양해진 사회의 이해관계인을 지속적으로 만족시키려면 사회적 기업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최 회장의 지론이다. 최근 대기업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MRO) 사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다른 대기업이 사업 철수를 선언한 것과 달리 SK가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결정을 내린 배경도 바로 최 회장의 이런 신념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작년 6월 미국 뉴욕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유엔글로벌콤팩트(UN GC) 리더스 서밋’에 참석해 ‘사회적 기업 역할론’을 설파했는데, 여기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최 회장의 철학을 잘 읽을 수 있다. UNGC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 협약이다.

“단순 기부는 사회적 문제 해결 못해”

최 회장은 이어 “단순 기부 등 전통적 사회 공헌 활동이 투입 비용 대비 3배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비해 사회적 기업인 ‘행복한학교’는 30배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사회적 기업 모델의 효율성을 강조한 바 있다.

SK그룹이 지난해 1월 서울시와 공동으로 설립한 사회적 기업 ‘행복한학교’는 일자리가 없는 교사자격증 소지자를 고용해 초등학교 정규 수업 이후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행복한학교’ 모델은 사교육비 절감, 취약 계층 학생 지원, 공교육 질 향상 등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최태원식 사회 공헌’은 그룹 경영에도 반영되고 있다. 2008년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GC 이사회에서 한국인 1호 이사로 선임됐는데, 당시 켈 UNGC 사무총장은 “SK그룹의 최 회장을 기업 내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독립 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사회 책임 경영에 힘써 온 점을 높이 평가해 이사회 멤버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2007년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도 UNGC에 가입해 사회적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두 회사는 가입 후 국내 상장회사 중 최초로 이사회 내 사회공헌위원회와 기업시민위원회를 설치하고 윤리 경영, 사회 공헌 등 지속 가능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 복지시설 등을 수시로 방문하는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2009년 9월 그룹 임직원들에게 ‘소액 기부 캠페인’을 제안해 소액 기부를 생활 운동으로 정착시키기도 했다.

최 회장의 ‘사회 공헌 DNA’는 고(故)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최종현 선대 회장은 인재 육성을 통한 사회 공헌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선진국 요소인 자원·자본·기술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인재 양성만이 국가 부흥의 유일한 길”이라는 게 최종현 선대 회장의 지론이었다. 장학퀴즈 프로그램과 한국고등교육재단 설립이 대표적인 방법론이었다. 최종현 선대 회장의 ‘사회 공헌 DNA’를 물려받은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을 활용한 취약 계층 지원, 동반 성장, 사회 책임 경영 등을 통해 기업 사회 공헌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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