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다’ 여성 정치인 전성시대

여의도 생생 토크

여성 정치인의 ‘전성시대’다. 대통령 후보와 서울시장 여야 후보는 물론 시민사회의 영향력까지 여성 정치인들의 선전이 이어지고사 있다. 18대 국회의 여성 의원은 299명의 의원 중 40여 명에 불과하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남성 의원들을 압도하고 있다.

여성 정치인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인사는 누가 뭐래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박 전 대표는 18대 국회가 들어선 뒤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으로 대세론이 흔들리긴 했지만 지지세가 회복되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는 ‘카리스마’ 면에서도 남성 의원들을 압도한다.

박 전 대표 앞에서는 많은 의원들이 말수가 적어진다는 측근들의 전언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외모는 고 육영수 여사를 많이 닮았지만 정치하는 모습이나 사람을 대할 때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박근혜·나경원·박영선 등 인기몰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추대된 나경원 최고위원은 ‘여성다움’으로 승승장구하는 케이스다. 뚜렷한 이목구비로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나 최고위원은 각종 선거에서 초대하고 싶은 정치인 1순위로 통한다. 어디를 가든 국민들은 나 최고위원에게 악수를 건네기보다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을 함께 해주길 원한다. 결정적인 순간 ‘눈물’을 통해 상황을 정면 돌파해 나가는 나 최고위원만의 여성 특유의 정치력은 고비 때마다 빛을 발했다.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도 한나라당의 ‘비밀병기’로 통한다. 개각 때마다 유력한 문화체육관광부 후보로도 거론되는 조 의원은 온화한 성품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동료 의원들로부터 함께 일하고 싶은 의원 1순위로 통한다.

사무1부총장을 맡고 있는 이혜훈 의원도 다크호스다. 한나당의 대표적인 정책통이자 박전대표의 최측근으로 공천 실무의 핵심인 제1사무부총장 자리를 꿰차며 사실상 공천을 예약해 놓은 상태다.

야권에서 가장 뜨는 여성 의원은 박영선 의원이다. 박 의원은 법사위에서 이명박 정부 ‘저격수’로 이름을 알리더니 지난 8월 25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민주당 경선에서 천정배·추미애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야권의 유력한 차차기 대권 후보로까지 성장할 기세다.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은 박영선’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그의 정치력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도 야권의 ‘페이스메이커’로서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친노 진영에서는 문재인 변호사와 함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세력의 중심을 잡고 있다. 어머니의 이미지로 야권의 고른 지지를 받는 한 전 총리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질수록 여론은 무죄를 믿는 기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차기 대권에서 한 전 총리가 야권 통합의 기틀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선 떨어졌지만 추미애 의원도 만만치 않은 정치력을 가지고 있다. 2009년 말 환노위원장 재직 시절 노동법을 처리하는데 균형 있는 중재안을 제시해 ‘합리적 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동회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kugi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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