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Ⅰ] 사회적 기업 최고 후원사 SK

설립·지원 69개…공생의 디딤돌 놓다

SK그룹은 재계에서 사회적 기업 최고 후원사로 통한다. 체계적인 사회적 기업 지원 시스템을 갖춘 데다 직접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만 69여 개다. 연매출 1000억 원이 넘는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해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SK가 사회적 기업 지원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9년이다. 당시 약 500억 원 규모의 사회적 기업 지원 기금을 조성했다. 이 기금은 사회적 기업 창업 지원 및 예비 사업가 육성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사회적 기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지원 전문 웹사이트 ‘세상(www.se-sang. com)’을 개설했다. ‘세상’은 노동부, 사회적기업연구원, 사회적 기업 지원 네트워크(세스넷), 사회적 기업 전문 컨설팅 그룹 SCG(Social Consulting Group) 등과 협약을 맺고 협력하고 있다.

‘세상’은 해마다 ‘세상 사회적 기업 콘테스트’를 열고 일반인들이 다양한 사회적 기업 사업 아이템을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최종 선정된 사회적 기업은 상금 외에 시설 자금 대출 등을 지원받게 된다. 또 SK 임직원들로 구성된 재능 기부 봉사 단체 ‘SK 프로보노’의 경영 컨설팅 지원도 받을 수 있다.

‘SK 프로보노’는 재무·회계 등 업무 영역별로 전문성을 갖춘 17개 계열사 임직원 280여 명이 참여해 80여 개 사회적 기업과 유관 단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봉사단은 경영전략·마케팅·홍보·정보기술(IT) 시스템 등 경영 전반의 컨설팅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자립을 돕고 있다.


사회적 기업 통해 ‘6천 개 일자리’ 창출

2010년 1월에는 ‘행복나눔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산하에 사회적기업사업단을 설치해 사회적 기업 설립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SK가 직접 설립한 사회적 기업은 ‘행복한학교재단’ 등 7개다. SK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은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29곳을 포함해 62개에 달한다. SK가 관여한 69개 사회적 기업 중 36곳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정식으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SK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 설립과 지원을 통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6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SK가 직접 설립한 주요 사회적 기업은 행복한학교·행복한뉴라이프재단·행복도서관재단 등이 대표적이다.

초등학생들의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행복한학교(재단)는 SK가 2010년 3월 서울에서 처음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데다 강사 채용으로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신개념의 사회적 기업이다.

서울에서 큰 호응을 얻자 부산과 대구로 확산됐다. 모두 41개 초등학교에서 86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자격증이 있는 주부 등 317명을 강사와 사무원으로 채용하는 등 고용 창출에도 기여했다.

행복한뉴라이프재단은 지난 7월 법무부와 손잡고 설립한 출소자의 자립과 사회 복귀를 돕는 사회적 기업이다. SK는 재단 설립과 사업장 운영을 위해 12억 원을 출연했고 ‘SK 프로보노’ 등을 통해 다양한 경영 지원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법무부는 산하 법무보호복지공단을 통해 사업장 무상 임대, 유관 기관 및 후원 회원 등을 활용한 마케팅 지원 등을 맡고 있다.

행복한도서관재단은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경기도와 함께 설립한 도서관 분야 최초의 사회적 기업이다. SK가 출연한 15억 원을 재원으로 건축법에 의해 설치만 되고 실제로는 유명무실한 아파트 도서관의 활성화를 꾀하고 도서를 기부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사업을 펼친다. 올해 경기도 군포시·용인시·의정부시 등의 37개 아파트 도서관 활성화를 추진하고 책 나눔 운동을 통해 7만 권의 도서를 기증받아 70개 소외 지역 단체 등에 보낼 예정이다.

지난 7월 SK이노베이션이 경기도 등과 손잡고 설립한 ‘행복한농원’은 초화류·관목류 재배 및 판매 등을 주업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이 초기 설립 자금을 지원하고 SK임업이 조림·조경 노하우를 전수한다.

1000억 원대 ‘MRO코리아’ 사회적 기업 전환

사회적 기업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도 눈에 띈다. 취약 계층에서 조리원과 배달원을 고용해 지역 결식 아동과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2006년 2월 서울시 중구에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급식센터 1호점을 개설한 후 29개 지점이 문을 열었다. 이들 센터에서는 470여 명의 직원이 하루 평균 1만3500여 명의 결식 이웃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사업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2007년 하버드 아시아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결식 이웃 해소와 일자리 창출이 결합된 우수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밖에 메자닌아이팩, 메자닌에코원, 고마운손 등도 독특한 콘셉트의 사회적 기업이다. 메자닌아이팩은 SK이노베이션이 통일부·열매나눔재단과 협력해 설립 지원한 사회적 기업으로 새터민과 저소득층 일자리 제공을 위해 설립됐다.

메자닌에코원은 친환경 블라인드를 제작하는 기업으로 SK에너지가 보건복지가족부·사회투자지원재단·열매나눔재단과 함께 설립했다. 저소득층과 새터민 등 취약 계층을 고용해 자활을 돕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사업 공모에 선정된 사회 공헌 기업 1호인 고마운손은 핸드백과 잡화류를 생산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7월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 왔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MRO) 사업 처리와 관련해서도 ‘통 큰’ 결정을 내렸다. SK의 MRO 사업을 맡고 있는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것이다. MRO코리아는 지난해 1024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직원은 150여 명이다. 이로써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적 기업이 탄생했다.

SK 측은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의 효율적 운영에 맞는 지배 구조와 경영 구조를 갖춰 기업 경영 방식 등에서도 완벽한 사회적 기업으로 만들어 사회적 기업 인증까지 받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우수한 사회적 기업을 발굴, 육성해 양질의 MRO 상품을 납품받는 사회적 기업 간 밸류 체인(Value Chain)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

이 같은 밸류 체인이 만들어지면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이만우 SK(주) 브랜드관리실장은 “SK가 MRO 사업을 SK식 사회 공헌 방식인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사회적 기업 활성화는 물론 대기업과 사회 간 상생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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