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추가 공급 가능성 적은 지역 노려라

인플레이션 시대의 내 집 마련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은 사람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집을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마음 편히 내 가족이 쉴 곳을 마련한다는 거주 개념은 기본이다. 여기에 자산을 보호한다는 저축과 투자 개념이 혼재돼 있는 것이다.

집을 사서 살게 되면 이사를 자주 다니지 않아도 되거나 집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등 거주 측면에서도 여러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전세라는 좋은 대안이 있으므로 반드시 집을 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 따라 집값의 50~60% 정도만 맡겨 놓으면 2년간 그 집을 자기 집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적은(?) 돈으로 거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은 거주 외에 다른 경제적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집이 거주의 개념만 있다고 하면 전셋값은 집값과 같아야 한다. 결국 집에는 자산의 개념이 들어가기 때문에 집값(자산 가치+사용 가치)은 언제나 전셋값(사용 가치)보다 비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잉여 자본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잉여 자본이 경제 성장의 재원으로 활용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의 불균형이 생기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종종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통치권자는 잉여 자본을 어떻게 거둬들여 적절히 재배분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고대사회는 권력을 가진 봉건 영주가 상인이나 부자들을 협박해 재산을 강탈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시민의 권리가 커진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이런 일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그러자 세금이라는 수단이 등장해 시중의 부를 거둬들이게 됐다. 하지만 잉여 자본만 골라서 거둬들일 수 있는 방법도 쉽지 않은데다, 조세 저항이 심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방법이라고도 할 수 없다. 미국의 독립전쟁도 시작은 영국에 대한 조세 저항이었다.


집값은 자산 가치와 사용 가치의 합

현대에 들어와선 가장 효율적으로 잉여 자본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발권력이 선호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갑’이라는 부자가 쌀 100섬에 해당하는 가치를 가진 1만 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자(쌀 한 섬의 가격=1만 냥/100냥).

그런데 나라에서 곳간이 비게 되자, 이 부자에게 1만 냥을 빌렸다. 당장에 돈을 쓸 일이 필요해 돈을 빌렸지만 나라에서는 이 돈을 갚을 일이 막막할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 나라 빚을 갚아야 하는데,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나도 빚을 갚을 가능성이 없자 나라에서는 돈을 1만 냥 더 발행해 부자에게 빌린 돈을 갚아버렸다.

그러면 쌀값은 어떻게 될까. 쌀은 100섬 밖에 없는데, 돈은 2만 냥으로 늘어나니 쌀값은 자연스럽게 200냥으로 오르게 된다(=2만 냥/100섬). 결국 물가가 오르는 것은 통화량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라에서 이자를 준다고 해서 돈을 빌려준 ‘갑’이라는 부자는 과연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일까. 이자 몇 푼 받아서 겉으로는 이익이 난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국은 큰 손해를 보고 만 것이다.

그러면 돈은 있지만 나라에 돈을 빌려주지 않은 ‘을’이라는 부자는 손해를 보지 않은 것일까. 돈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갑이나 을 모두에게 피해가 갈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든 현금을 가지고 있는 한 발권자의 횡포(?)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없는 것이다.

한편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고 쌀 100섬을 가지고 있는 ‘병’이라는 부자가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손해를 봤을까. 아니다. 쌀값이 200냥으로 오르면서 재산은 2만 냥으로 늘어났다.

결국 통화량이 증가하면 현금을 가진 사람은 손해를 보는 것이고, 현물을 가진 사람은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발권자의 횡포로부터 개인이 자산을 지키는 행위를 경제 용어로는 인플레이션 헤지(hedge)라고 한다.

그러면 어떤 종류가 됐든 현물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하는 것일까. 생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생선이 상하면 가치가 급감하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다.

고급 의류를 몇 백 벌씩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개인의 취향이 다르니 되팔기도 어렵다. 자동차를 여러 대 보유하고 있더라도 자동차 회사에서 자동차를 계속 만들어 내면 가격이 오르기 어렵다.

결국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현물은 시간에 따라 그 가치가 줄어들지도 않고,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며 쉽게 그 수량을 늘릴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그게 바로 ‘금’이다. 지난 몇 년간 국제 금 시세가 급격하게 오른 것은 바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앞의 예와 같이 발권력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라가 현실에도 존재할까.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2008년 국제 금융 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누적된 적자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월 200만 원밖에 벌지 못하는 사람이 월 300만 원씩 계속 생활비를 쓰면서 부채를 이리저리로 채워 가다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국제 금융 위기의 본질이다.

금에 버금가는 헤지 수단, 부동산

이를 위해 미국에서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양적 완화 등 경기 부양책은 일시적인 대책이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도 환율이 1000원일 때보다 1200원일 때 수출이 훨씬 잘된다. 같은 1억 달러어치를 팔아도 환율이 1000원일 때는 매출액이 1000억 원이지만, 만약 환율이 1200원이라면 같은 물량을 팔아도 매출이 1200억 원이 되어 20%나 증가하게 된다. 수익은 그보다 개선 효과가 더 크다.

이런 방법으로 금리 인하와 통화량 공급이 있다. 미국은 더 이상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없으므로 유동성 공급이 유일한 대안이다. 결국 미국 정부가 재정 적자의 부담을 줄이고, 경상수지 적자를 개선하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1~2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좁게는 무역수지 적자가 축소된다는 것은 교역 상대국인 한국 등의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수출을 해야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수출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맞불을 놓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원화의 가치가 급격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금리 인하와 통화량 공급이 있는데, 금리 인하는 포기했으므로 통화량 공급이 가장 유력한 대안인 것이다. 결국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금 투자만이 유일한 대안일까.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서는 금 투자가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이 한국에서 금에 투자하기에는 실익이 없다. 국제 금값에 연동되는 금 시세가 달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가 될수록 원화 표시 수익률도 떨어진다. 더구나 금은 사는 매입가와 매도가가 12%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금 시세가 그 이상 오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많다. 그 대안이 바로 부동산이다.

금이 가진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므로,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추가 공급의 가능성이 적은 곳이나 상품일수록 그 위력을 더 발휘하는 것이다.

같은 부동산이라고 하더라도 추가 공급이 불가능한 땅의 비중이 작고 추가 공급이 언제나 이뤄질 수 있는 건물 분의 비중이 큰 상품은 인플레이션 헤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진행될지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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