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투자 노트] 시장보다 기업의 가치에 투자하라

성공하는 주식 투자(4)-투자의 정석, 가치 투자

“주식시장이 이제 좀 살아나겠죠?”라는 질문은 오늘 점심시간을 포함해 좀 과장하면 증권시장에서 가장 흔하게 듣는 말 중 하나다.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종료를 앞두고 외국인의 매도가 늘면서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금도 팔고, 은도 팔고, 원유도 팔고 있다. 불안해하는 일반 투자가들의 시장에 대한 문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시장보다 기업을 보아야 하고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주식 투자에 성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투자에 성공하는 공통 원칙은 2가지가 있다. 우선 장기적으로 볼 때 주가는 기업 이익의 함수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중과의 역발상 또는 시장과의 역발상이다. 결국 시장을 따라하면 뒷북이 되기 십상이고 오히려 기업 가치에 근거해 역발상으로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가치 투자는 자기와의 싸움

현대모비스 아산공장 생산라인./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00715....
그 실천적인 방법으로 필자는 앞서 칼럼 첫회에서 주식에서 성공하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 번째 방법이 모든 투자의 근간이 되는 가치 투자다. 그중에서도 범위를 좁혀보면 일반적으로 가치 투자의 아버지로 회자되는 벤저민 그레이엄식의 가치주 투자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바로 가치 투자의 다른 스타일로 워런 버핏식 투자다.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독점력)를 가진 1등주에 투자하는 것이다. ‘해자’는 성벽을 둘러가며 파놓은 도랑을 가리킨다.

셋째로 메가트렌드의 주도주에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의 메가트렌드는 중국의 내수 성장 수혜 기업이다. 마지막으로 턴어라운드(Turn Around) 기업을 찾는 것이다. 비교적 업력이 오래된 회사 중에서 경제 불황이나 외부적 요인에 의해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을 겪다가 회복이 시작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이 밖에도 많은 투자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안전한 투자가 오늘 소개하는 그레이엄식의 가치투자다. 방법은 간단하다.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과 안전 마진(margin of safety:손해 보지 않을 만큼 충분히 싼 주가)을 확보하는 것이다.

즉, 배당이나 순자산 가치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손해 보지 않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 스타일이다. 다만 가치주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투자 기준 설정과 인내를 통한 시간과의 싸움이 필요하다.

칭기즈칸의 막내아들이자 원나라의 세조 쿠빌라이 칸의 아버지인 톨루이는 허난의 삼봉산 전투에서 3만 명의 기병으로 20만 명이 넘는 금나라의 주력 군사를 물리쳤다. 톨루이의 전술은 인내 속에서의 기다림이다.

전투력이 강한 금나라 군사를 상대로 곧바로 출전하지 않고 자신들이 장점을 가진 산악 등 유리한 지형을 활용하면서 눈과 추위를 견디면서 무작정 기다렸다. 그러다 금나라 군대의 말과 병사의 절반이 동상에 걸린 후에야 갑작스럽게 맹공을 퍼부으면서 적군을 포위해 나갔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전장에서나 주식 투자에서나 최대한 유리한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안전 마진을 확보하는 것이다.

버핏은 자신이 좋아하는 구질의 스트라이크에만 방망이를 휘둘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야구 선수는 스트라이크를 세 번 보내면 아웃을 당하지만 주식 투자가는 스트라이크를 아무리 그냥 보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그 뒤에도 스트라이크는 계속 온다. 충분히 좋아하는 구질의 스트라이크가 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주가와 관련한 재무지표 중 워런 버핏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경영 실적 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았다. ROE는 정해진 자본으로 얼마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즉, 주주가 맡긴 돈을 사업 활동을 통해 얼마나 잘 운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ROE는 주주에게는 은행 예금의 이자나 채권의 수익률 같은 개념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 ROE가 10년 연속 10% 이상이 나온다면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대단히 좋은 투자 자산일 것이다. 그 반면에 그런 좋은 수익률의 주식이 그 자산 가치보다 못한 주가 수준을 보인다면 당연히 충분히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ROE 높은 주식을 주목하라

그래프는 10년간 연속 흑자 기업 중 가장 높은 ROE를 유지한 5개 기업의 주가수익률(PER)이다. 5개 기업은 우리가 비교적 잘 아는 현대모비스·엔씨소프트·녹십자·삼성전자·웅진코웨이로 구성돼 있다.

이 종목들은 실로 엄청난 수익률을 보여준다. PER가 가장 높은 기업은 현대모비스로 지난 10년간 주가가 무려 75배나 상승했다. 주가가 2001년 4495원에서 최근에는 무려 34만5000원이다.

10년 평균 ROE 역시 무려 28.4%로 높은 ROE를 기록하고 있다. 웅진코웨이와 엔씨소프트도 주가가 22배와 17배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은 3배가 조금 안 되니 상대적 수익률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한편 5월 17일 기준 주가순자산배율(PBR)은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모두 2배가 넘어 ROE가 높은 업체들이 당연히 높은 PBR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매일 파이낸셜타임스를 읽지만 경제계의 저명한 누군가가 쓴 ‘내가 생각하는 내년 세계의 모습’이라는 헤드라인이 있으면 그 기사는 읽지 않는다. 그 기사를 읽을 시간에 나는 기업들을 연구한다. 나는 예언에는 관심이 없다.”(워런 버핏. 1999년)


버핏이 이야기했듯이 시장보다 종목에 더 집중해 시간을 투자하고 종목의 주가와 기업의 가치로 투자의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투자하는 것이 코스피 지수에 대한 투자가 아니고, 오늘 사서 내일 파는 단기 투자자가 아니라면 당연히 시장보다 기업의 가치와 주가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높은 ROE를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중소형주여서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투자 유망한 대표적인 기업, 4곳을 소개한다. 모토닉·한섬·코텍·아이디스는 모두 10년 연속 흑자 기업이며 10년 평균 ROE는 <표>와 같이 모두 10%가 넘으며 PER도 모두 8배 이하의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는 좋은 기업들이다. 그 반면 시장에서 평가는 순자산 가치의 80%도 안 되는 즉 PBR 0.8배 이하의 저평가 상태다.

시장의 쏠림이 큰 요즘과 같은 시장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우량주가 많이 나타난다.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이야기는 향후로는 가치주의 기대 수익률이 가장 높을 수 있다는 역설을 시장의 역사가 보여줬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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