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에세이
지난 몇 년간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음식점을 기웃거려야 했다. 도전할 만한 업종 폭이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에서 창업자들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분야는 외식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외식업 일색이던 창업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판매업이 주목받고 있다.새롭게 등장한 판매 업종은 소비자들의 진화된 라이프스타일과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특징이다. 차세대형 스마트 판매업의 특징은 첫째 복합화다.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한자리에서 비교 구매할 수 있도록 카테고리 킬러형 멀티 브랜드 숍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제품군을 편집매장 형태로 다양화한 숍인숍형, 보다 세분화되는 고객의 욕구를 겨냥해 고객 주문형 상품을 취급하는 곳도 있다. 복합화를 내세운 카테고리 킬러형 매장의 대표 주자는 ‘드럭스토어(drug store)’다.
드럭스토어는 미국에서 조제 처방 의약을 판매하는 소매점이던 것이 점차 그 취급 품목이 늘어나 의약품·화장품·건강보조식품·생활용품 등 다양한 품목을 한곳에 모아놓은 판매점을 말한다.
한국형 드럭스토어 ‘CJ올리브영(www.oliveyoung.co.kr)’은 1999년 서울 신사동에 국내 첫 매장을 낸 지 12년 만에 현재 10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주 고객층은 18~34세 여성들이다. 현재 전체 고객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20~30대 젊은 여성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겨냥해 매장 콘셉트를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로 좁히고 관련 상품과 마케팅을 차별화했다.
304㎡(구 92평) 규모인 올리브영 서울 목동 오목교점의 매출은 월평균 2억9500만 원이다. 맹정호(30) 점장은 젊은 층의 트렌드에 맞춰 유명 약국용 화장품 브랜드들과 일본에서 인기를 끈 화장 소품 등 신제품들을 들여와 고객들이 늘 새로운 제품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매장 인근에 사무실이 많아 남성 고객이 30~40%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 남성 제품을 기존 1개 선반에서 3개로 늘렸으며 품목도 비비크림이나 트러블 케어 제품 등으로 다양화했다.
올리브영은 109㎡(구 33평) 이상 규모의 점포에서 창업이 가능하며 창업자의 자금 요건에 따라 위탁 가맹점 등 다양한 창업 형태가 있는 게 특징이다. 점포 없이 저렴한 투자를 원하는 창업자라면 위탁 가맹형으로 창업할 수 있다.
스포츠와 레저 용품을 한데 모아 놓은 멀티숍도 인기다. 다양한 스포츠 용품들을 비교해 보면서 구매할 수 있고, 전문 컨설턴트가 고객 체형에 맞는 스포츠 용품과 운동법까지 제안해 주기 때문이다.
LG패션이 운영하는 ‘인터스포츠’는 아디다스와 나이키 등 스포츠 및 아웃도어 브랜드 200여 개를 비교하면서 구매할 수 있는 스포츠 전문 매장이다. 해외 유명 스포츠 브랜드인 맥킨리·에너제틱·파이어플라이 등 8개 브랜드는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매장 곳곳에 제품을 만져보고 다뤄볼 수 있는 ‘체험존’을 마련해 고객들이 야구·요가·탁구·암벽클라이밍·위(Wii)게임존 등을 실제로 체험하고 비교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스포츠선수 출신 전문 컨설턴트가 일대일 상담으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법과 정확한 용품 사용법을 알려주고 고객에 알맞은 가격과 등급의 제품도 제안해 준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bizincubate@naver.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