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랭킹] 부채표 활명수 ‘100년’ 넘어 최장수

국내 장수 브랜드 톱20

하루에도 무수한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시장에서 수십 년간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 상품 브랜드들이 있다. 대박 상품 브랜드는 제조업체에 안정적인 이익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확고한 인지도를 가져다준다. 소비자들은 장수 브랜드에 친근감과 신뢰감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최고(最古) 상품 브랜드는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부채표 활명수’다. 한말 궁중의 선전관이었던 민병호 씨는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지식을 두루 익히고 ‘생명을 살리는 물’이란 이름으로 신약 ‘활명수’를 1897년 개발했다.

민병호 씨의 아들 민강 사장은 동화약방을 창업하고 1910년 8월 15일 ‘부채표’를 국내 최초의 상표로 등록했다. ‘활명수’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유사품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연간 약 1억 병을 생산, 연매출 400억 원,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며 꾸준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판매돼 온 수량을 따져보면 81억 병으로 활명수 병을 일렬로 나열하면 지구 24바퀴를 돌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부채표 활명수’는 국내 최초의 등록 상품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돼 있다.

표기 방식 바뀌어도 브랜드는 그대로

해태제과의 ‘연양갱’은 자타 공인 최장수 과자다. 1945년 해태제과가 출범하며 가장 먼저 선보인 ‘연양갱’은 현재 양갱 시장점유율 80%, 월평균 3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6·25전쟁 중에도 피란처인 부산으로 양갱 솥과 보일러를 옮겨 제품을 생산할 정도로 출시 후 생산을 중단한 적이 없었다. ‘연양갱’은 섬유질과 사포닌 성분을 함유한 팥과 웰빙 식품인 한천을 조려서 만들어 부드럽고 맛이 달콤하다.

1950년 5월 출시돼 환갑이 넘은 롯데칠성의 ‘칠성사이다’는 음료 시장 경쟁이 치열한 현재까지 ‘국민 음료’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61년 동안 ‘칠성사이다’는 170억 병이 넘게 팔렸다. 칠성이라는 브랜드는 표기 방식이 달라졌을 뿐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전통적인 이름이다.

이 이름은 사업 초기 최금덕 씨 등 동방청량음료 7명의 주주들의 성이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해 ‘칠성(七姓)사이다’라는 제품 이름이 고려됐다. 하지만 주주들의 친목과 단합, 그리고 회사의 영원한 번영을 다짐하는 뜻에서 북두칠성에 따온 ‘칠성(七星)사이다’로 최종 결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46년 충무로에서 창업한 샘표식품은 1954년 ‘샘표 간장’이라는 상표로 제품을 내놨다. 샘표는 ‘샘물처럼 솟아라’라는 의미였다. 가정에서 간장 담그는 일이 줄어들면서 샘표간장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맛을 보면 맛을 아는 샘표간장.’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아는 샘표 CM송은 1960년대 초반부터 전파를 타 당시 응원가로까지 쓰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진로는 1924년 평남 용강군의 진천양조상회에서 ‘진로(眞露)’ 소주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1954년에 상표 등록했다. 지금은 두꺼비가 진로의 상징이지만, 처음에는 원숭이가 진로의 로고로 쓰였다.

예전 서북 지방에서는 원숭이가 복을 상징하는 영특한 동물로 여겨졌기 때문에 심벌로 원숭이를 선택했지만 1954년 진로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으로 이사를 오고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을 개시하면서부터 두꺼비로 바뀌게 됐다.

수십 년 동안 국내 소주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진로는 1998년 ‘참眞이슬露’를 시판해 기업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2006년 8월 출시된 ‘참이슬 후레쉬’로 대한민국 대표 소주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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