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취임식 통해 본 스타일 차이

경제부처 24시

이·취임사만큼이나 해당 인물의 캐릭터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것도 드물다. 이·취임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 조직의 최고위직에 올랐거나 최고위직에서 물러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당사자에겐 그만큼 감회가 남다른 것. 5월 17일 1, 2차관이 모두 바뀐 지식경제부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물러나는 두 명의 차관과 새로 취임한 다른 두 명의 차관들이 각자의 스타일을 이·취임사를 통해 나타냈다.


우선 이번에 물러난 안현호 전 차관은 떠나면서까지 지경부의 비전 제시를 잊지 않았다. 평소 선 굵은 업무 스타일로 유명한 안 전 차관은 이날도 자신의 감정적 소회보다 지경부 후배 공무원들에게 기준이 될 만한 밑그림을 얘기했다.

안 전 차관은 크게 산업의 거시와 미시를 파악하고 국내외 산업 흐름을 실시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산업 흐름에 대해 적어도 민간보다 반 발자국은 먼저 알아야 한다”며 “발로 뛰어 가며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왕(王)차관’이라고 불리던 박영준 전 차관은 정치계 출신다웠다. 안 전 차관에 이어 단상에 오른 그는 후배 공무원들에게 “안 차관님을 위해 박수 한 번 쳐 달라”며 이임사를 시작했다.

사회자가 ‘차렷, 경례’를 말하기도 전에 먼저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사회자와 박자(?)가 맞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이게 ‘늘공’과 ‘어공’의 차이점”이라며 “‘늘 공무원’은 이런 행사에 익숙한데 ‘어쩌다 공무원’은 그렇지 못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 전 차관은 본격적인 이임사에 들어가선 ‘2조 달러 무역 시대’를 위한 대비를 주문했다.

5월 18일 열린 신임 차관들의 취임식에서도 두 신임 차관들의 캐릭터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윤상직 제1차관은 취임사에서 “지난해 청와대로 떠날 때는 3월이어서 황량했는데 올해 5월에 돌아오니 과천 청사가 녹음으로 멋있어졌다”며 다소 부드럽게 시작했지만 곧이어 꼼꼼하고 세세하게 자신이 구상 중인 지경부의 역할을 말했다.

윤 차관은 ▷올해 내 무역 규모 1조 달러 달성 ▷기업 간, 대·중소기업 간, 업종 간 갈등 해결 ▷일자리 창출 ▷물가 안정에서 지경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최대 과제로 여기고 있는 ‘산업자원협력실’ 신설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산업자원협력은 최 장관이 만든 용어다. 윤 차관은 “현재 장관님의 아젠다가 산업자원협력이고, 내일(19일) 직제 개정령이 차관회의를 통과할 것”이라며 “산업 자원 협력은 통상이 단순히 통상으로 생각하면 안 되며 관련 이슈에 관한 글로벌 시각을 갖고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관 2차관은 평소와 같은 부드러운 말투로 후배들의 사기 진작에 애썼다. 그는 “29년 공직 생활을 하면서 ‘시간은 늘 우리 편’이라는 엉뚱한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다”며 “어떤 일을 맡았을 때, 성실하고 열심히 그리고 논리적으로 해결책을 찾고 추진하면 그 결과는 우리가 바라는 대로 나온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업무와 관련한 당부도 한 문장으로 끝냈다. 그는 “지경부는 각 산업과 연관된 일이 많은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며 “복잡다단한 일을 단순명료한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실력과 역량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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