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돈 되는 경매 이야기
식품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A 부장은 수도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적절한 물류 창고 부지를 섭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접근성과 규모 등을 감안해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접근성이 뛰어나면 가격이, 가격이 낮다 싶으면 각종 규제가 걸리는 등 쉽게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던 가운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좋은 물건이 나오면 연락해 달라고 얘기해 뒀던 부동산 중개 업체였다.이미 건축이 끝난 냉동 물류 창고가 경매에 나와 있다는 전화였다. 토지 면적이 3679㎡에 8층 건물이어서 규모도 적절하고 국도를 끼고 있어 차량 진출입이 용이할 것으로 판단했다.
감정가액 220억9100만 원에 2회 유찰돼 최저가 141억3800만 원에 다음 경매를 앞두고 있었다. 직접 방문해 보니 건물 상태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어 A 부장은 조사한 내용을 서둘러 회사에 보고했다.
담당 임원의 호출을 받고 불려가기 전까지만 해도 A 부장은 중요한 일을 하나 처리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A 부장은 조사를 어떻게 한 것이냐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대지의 일부가 농지로 등록돼 있어 낙찰 받으면 1주일 안에 농지 취득 자격 증명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었다. 담당 임원은 낙찰을 받고 나서 기한 내에 자격증을 제출하지 못하면 회사에서 제출한 입찰 보증금이 몰수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것도 조사하지 않고 어떻게 보고서를 제출하느냐며 A 부장을 몰아세웠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사실 A 부장은 이 이야기를 중개업자로부터 전달받았다. 그러나 해당 부지는 이미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누가 보더라도 농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게 화근이었다.
게다가 문제가 되는 면적은 전체 면적의 극히 일부여서 이 때문에 전체 부동산에 대한 매각 허가가 취소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실수였다.
보증금 몰수되는 불이익 발생할 수도
일반적으로 법원 경매의 매각 조건에는 법정 매각 조건과 특별 매각 조건이 있다. 법정 매각 조건은 특별한 조건이 없는 한 모든 경매 사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입찰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최고가를 써낸 사람을 최고가 매수 신청인으로 지정한다든지, 입찰 보증금을 최저가의 10%로 한다든지 하는 내용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별 매각 조건은 이런 내용 외에 법원에서 특별히 공시하는 것으로 보증금을 최저가의 20% 또는 30%로 한다든지, 농지 취득 자격 증명을 제출해야 낙찰 허가를 받을 수 있다든지 하는 것이 해당한다.
보증금이 조건에 미달하면 응찰이 무효가 돼 별도의 금전적 손실은 발생하지 않지만, 최고가 매수인 지정 이후 농지 취득 자격 증명을 제출하지 못하면 법원에서는 이를 낙찰자의 귀책 사유로 간주하기 때문에 보증금이 몰수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농지 취득 자격 증명은 시와 구에서는 시장과 구청장에게, 군에서는 해당 읍장 또는 면장에게 신청해 발급받을 수 있다. 농업 경영 계획서를 함께 제출해야 하며 자격 요건을 충족시키면 접수일로부터 4일 내에 발급받을 수 있다.
주말농장과 영농체험을 목적으로 할 때에는 2일 내에 발급받는다. 따라서 경매로 농지를 취득하려고 계획을 세울 때는 미리 관할 읍면 사무소를 방문해 자격 발급 여부에 대해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취득한 농지를 농업 경영에 이용하지 않으면 처분 의무가 부과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토지 공시지가의 20%가 이행 강제금으로 매년 부과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남승표 지지옥션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