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기술·자금·수출 “지원 아끼지 않겠다”

‘동반 성장’ 강화하는 현대·기아차

사례1. 국내 최초의 고속 전기차는 ‘블루

온’이다. ‘블루온’은 현대·기아자동차와 중소 부품 협력사 간 파트너십으로 거둔 결실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블루온의 11개 핵심 부품을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기아차는 중소기업 주도 아래 전기차 핵심 부품에 대한 기술 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줬다.

2010년 한 해 동안 전기차 연구·개발(R&D)을 위해 배정된 정부 지원금 94억 원 가운데 약 90%인 85억 원을 부품 협력사에 지원했다. 자체적으로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부품 개발과 생산 설비 지원을 위해 219개 중소 부품 협력사에 총 76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고 있다.

사례2. ‘차량IT혁신센터’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정보기술(IT)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문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현대·기아차, 마이크로소프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지식경제부가 후원하는 상생 기술 협력 기구다.


혁신센터가 지원하는 분야는 차량용 통신 텔레매틱스 내비게이션 및 위치 기반 서비스(LBS) 차량용 인터페이스 개발이다. 2009년 차량 IT 분야 유망 기업 10개사를 회원사로 선정해 지원한 데 이어 지난해 2기 유망 기업 8개사를 새로 선정했다.

최근 차량IT혁신센터의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핵심인 무선통신 안테나 기술과 관련, 1기 회원사가 개발한 ‘통합형 내장형 룸미러 안테나’와 ‘통합형 외장 샤크핀(Shark-fin) 안테나 모듈’이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전시회에서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올 1월 열린 CES 전시회에서도 다이내믹 클러스터, 차량용 브라우저, 웹 플랫폼, 차량용 영상 인식 안전 시스템 등이 주목 받았다.

부품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상생 경영’이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전기차 ‘블루온’ 개발이나 ‘IT혁신센터’ 등이 좋은 사례다.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서도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게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현대위아·현대로템 등 현대차 그룹이 지난 3월 부품 협력사들과 체결한 ‘2011 동반 성장 협약’이다.

이 협약은 작년 9월 정부 및 대·중소기업이 공동으로 마련한 ‘동반 성장 추진 대책’이 발표된 이후 최초다. 2008년과 2010년 공정거래 협약 체결과 함께 발표했던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하도급 3대 가이드라인을 강화해 공정거래 질서를 구축하는 한편 ▶협력사의 지속 성장을 위한 자금 및 경영 지원 활동 등으로 요약된다. 여기서 말하는 ‘하도급 3대 가이드라인’은 2009년 4월 제정한 것이다. 우선 원자재 가격 변동 등을 반영해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는 납품단가 조정 협의제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계약 체결 가이드라인’이 첫 번째다.

둘째, 협력업체를 선정하거나 취소할 때 객관성·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고 공평한 입찰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협력사 선정·운용 가이드라인’이다. 셋째, 자율적으로 불공정 거래를 예방하고 감시하기 위한 ‘하도급 거래 내부 심의위원회 운용 가이드라인’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 그룹은 이번 협약을 통해 대규모 자금 지원과 R&D 기술지원단 활동 등의 동반 성장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먼저 자금 지원의 규모를 이전보다 키웠다. 협력사의 재무 건전화를 위해 기존에 출연한 690억 원 규모의 운영 자금에다 신규 동반 성장 펀드, 협력사 운영 자금 대여 등의 명목으로 1046억 원을 추가로 내놓았다. 이로써 자금 규모는 1736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협력사의 R&D 및 시설 투자비로 2500억 원을 지원한다.

협력사의 품질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36명의 전담 인력을 포함해 300여 명 규모의 ‘R&D 기술지원단’을 운영한다. 게다가 3000여 개에 달하는 2차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인 ‘2차 협력사 품질 및 기술 현장 지도’와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이 운영하는 ‘품질기술봉사단’과 ‘협력업체지원단’ 등 협력사의 기술 개발을 도와주는 동반 성장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원자재 수급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취지는 단순하다. 현대·기아차의 상대적으로 뛰어난 구매력을 이용해 원자재를 일괄 구입해 협력사에 구입 가격으로 공급하자는 의도다. 현대·기아차 측은 1차 협력사 335개사는 물론 5000여 개에 이르는 2·3차 협력사까지 확대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원자재 비중이 높은 철판은 직접 구매해 협력사에 공급하고 알루미늄과 귀금속 등은 분기별로 국제 시세에 따라 가격을 변동시키는 변동제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총 1757억 원어치를 공동 구매했다.

기술·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수출에도 공동보조를 취하겠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의지다. 그 일환으로 지난 4월 부품 협력업체의 수출을 적극 지원하는 ‘부품 협력업체 글로벌 시장 공략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외 부품 로드쇼를 개최하고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중소 부품 협력사의 제품 경쟁력을 적극 홍보한다는 것이다. 또 협력사가 현대·기아차의 국내외 물류센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물류비를 절감하는 한편 수출 관련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원 방안을 통해 2009년 74억 달러 규모의 부품 협력사 수출액을 2015년 200억 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현대·기아차의 계획이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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