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미술 보는 눈? 직접 실물을 많이 보세요”

박혜경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

박혜경 대표는 한국 미술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국내에 미술 경매를 처음 도입했고 그 스스로가 미술 경매사라는 직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미술 경매가 생기면서 국내에도 비로소 미술 시장의 저변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미술 재테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대중화가 가능해졌다. 주식으로 치면 거래소를 만든 셈이다.

그가 첫 경매를 시작한 1998년 9월 이전까지 미술품은 화랑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었다. 1970년대부터 현대적 의미의 갤러리들이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한정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박 대표가 미술 시장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경매를 떠올렸던 것은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가나아트에 입사한 후 한동안 대기업 수요에 맞춘 기획을 주로 했었다.

마케터로 일하면서 기업의 생리를 어느 정도 파악했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미술품 거래에 눈이 트이게 되자 마케터로서의 그의 감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유통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은 뒤 박 대표는 영화에서 미술품 경매를 하는 장면을 눈여겨보았다. 250년 역사의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를 참고하기도 했다.

“미술품 경매는 종합적인 쇼입니다. 판매가 목적이지만 작품을 사고파는 스토리가 생성됩니다. 컬렉터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도 있고, 잠재 고객의 관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지요.”

막상 경매를 기획했지만 적임자가 없었다. 경매사는 기획 단계부터 섭외·전시·카탈로그 제작 등 미술품 유통의 전 단계를 꿰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아나운서가 아니라 디렉터가 필요했다. 결국 박 대표가 스스로 나서 국내 미술 경매사 1호 타이틀을 달게 됐다. 올해까지 박 대표는 160회의 서울옥션 경매를 포함해 총 200회의 경매를 진행해 오고 있다.

국내 미술 시장도 2003년 자산시장의 양적 확대와 함께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미술 재테크’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미술과 관련된 책과 TV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박 대표에게도 프라이빗 뱅킹(PB)센터·기업·문화센터 등으로부터 강의 요청이 밀려왔다. “미술 시장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실 현장에서 뛰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흐름들이 있잖아요. 대학에선 미술가가 되기 위한 것을 가르치지만 유통과 마케팅을 가르치는 곳이 없었습니다.”

지난해 박 대표는 오랫동안 고민해 오던 교육기관을 비로소 설립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는 동기도 추가됐다. 사설 기관으로 미술 전문가 양성 과정을 만든 것 또한 국내 최초를 기록했다.

에이트 인스티튜트는 현재 주부와 최고경영자(CEO), 아트 디렉터 지망생을 위한 세 개의 과정을 진행 중이다. 5월 18일부터는 직장인들을 위해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열리는 현대 미술 특강(총 8회)이 추가될 예정이다.

일반인들이 미술 작품을 보는 눈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대표는 “도록만 보지 말고 직접 실물을 봐야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작품은 걸린 장소·시간·빛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입니다. 또 상위의 수품(秀品)들을 다 봐야 합니다. 그러면 하위가 자연스레 구분이 가지 않겠어요”라고 조언했다.

박혜경 약력 1967년생. 사학 전공. 대기업 마케팅 업무를 보던 중 1996년 가나아트 아트디렉터로 미술 시장에 입문. 98년 서울옥션 창립 멤버. 미술 경매사로 13년 동안 200여 회의 미술품 경매를 진행. 2011년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현).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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