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랭킹] 삼성전자, 지난해 9조4000억 원 ‘1위’

주요 기업 연구·개발비 순위

혁신적인 제품은 기업의 운명을 가르고 산업의 지형을 바꾸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이 내놓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으로 이 제품들이 시장을 선도하는 소비재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이 있었다. 그만큼 R&D가 중요한 시대다.

국내 기업 중 R&D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0년 한 해 동안 9조4108억 원을 R&D에 투입했다. 2위인 LG전자(2조786억 원)에 4배가 넘는 규모이고 총매출의 6.1%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전화 등의 분야에 R&D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R&D 결과를 적극적으로 지식재산화에 나선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 특허 5795건, 해외 특허 10544건을 출원했다.

삼성전자의 R&D는 3계층 조직으로 나눌 수 있다. 삼성전자는 1~2년 안에 시장에 선보일 상품화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 산하 ‘사업부개발팀’, 3~5년 후의 미래 유망 중·장기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 ‘연구소’, 그리고 미래 성장 엔진에 필요한 핵심 요소 기술을 선행 개발하는 ‘종합기술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미국·영국·이스라엘·인도·일본·중국 등 지역에 연구·개발 조직을 운영하고 있고 오는 2013년 준공을 목표로 수원에 1만 명 규모의 ‘제3연구소’를 현재 짓고 있다.


LG전자는 구본무 회장이 R&D의 전략적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직접 챙기기로 유명하다. LG는 매년 상반기에 구 회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미래 준비 차원의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컨센서스 미팅에서 최근 기존 사업 전략 외에 R&D 성과와 투자를 논의하는 R&D 세션을 신설했다. 그리고 그룹 전체의 연구·개발 인력을 총 3만1000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미국 등 해외에서 경영진이 직접 나서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한 해 1조1172억 원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기아차(6위, 8448억 원)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개발을 위해 2013년까지 4조1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R&D 부문 투자를 지난해 대비 10% 이상 늘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R&D 투자 규모는 1조1172억 원으로 전년보다 44%나 증가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를 포함한 연구·개발 인력도 크게 늘렸다. 또한 2011년 말 완공을 목표로 파주 디스플레이단지에 연구 인력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R&D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지난해 R&D 투자 규모는 9332억 원이다. 하이닉스는 업황에 따라 부침이 심한 반도체 사업에서 원가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적기에 만들어 내는 데 연구·개발의 초점이 맞추고 있다.

지난 2006년 매출액 대비 5%에 불과했던 R&D 투자를 2007년 6%, 2008년 11%까지 늘렸고 최근까지 1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도 전체 인력의 20%까지 확대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R&D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지만, 아직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해외 경쟁 업체의 규모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한국 1등 기업의 혁신능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R&D 투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5분의 3, 노키아의 4분의 3 수준이며 현대차는 도요타의 6분의 1, 제너럴모터스(GM)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