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Ⅱ] 글로벌 포스코 이끌 ‘文理 통합형’ 인재가 뜬다
입력 2011-05-12 14:51:49
수정 2011-05-12 14:51:49
한국 경제의 차세대 리더들 - 포스코그룹
포스코의 비전은 원대하다. 세계가 알아주는 글로벌 일류 기업을 꿈꾼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올 초 2020년 매출액 200조 원을 달성한다는 ‘비전 2020’을 발표했다.이 자리에서 세계 최고의 철강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내놨다.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올 들어 대한통운 인수전에도 적극 나서는 등 포스코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포스코의 야심찬 비전을 앞장서 실현하고 있는 차세대 리더들을 알아봤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올 초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대신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향후 자본생산성 시대, 노동생산성 시대를 지나 지식생산성 시대로 진화할 것이므로 이를 위해 ‘혁신적 지식근로자 양성’, ‘경쟁력 강화’, ‘윤리 경영 및 상생 협력 강화’, ‘경영의 스마트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식생산성 시대의 주역인 지식근로자를 키우기 위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문리 통합형 인재를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문학적 지식을 갖춘 창의적 인재,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한 해외시장 개척에 능한 인재가 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엔지니어 출신이 대우받는 기업이다. 1968년 회사 설립 이후 7명의 역대 회장 중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철소 출신 인재를 최고경영자(CEO)로 뽑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의 기술력을 추격하고 뒤쫓아 오는 중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만이 포스코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회장 역시 제철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CEO다. 2002년 임원 승진 후 광양제철소 부소장·소장을 거쳐 생산기술부문장 등을 지냈다. 포스코 내부에 기술 중시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것과 함께 부문장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부문장에는 부사장이나 사장 직급을 부여해 임직원들이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하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스코는 4개 사업 부문과 2개의 총괄직이 있고, 이를 다시 제철소 경험이 풍부한 기술 인맥과 경영 지원 인맥으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 기술 인맥으로는 권오준 기술총괄 부사장과 조뇌하 탄소강사업부문장(부사장), 오창관 STS사업부문장(부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광양 및 포항제철소장 등을 차세대 리더에 포함시킬 수 있다.
권오준 기술총괄 부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포스코에 입사해 기술연구소와 자동차강재연구센터 등에 근무하면서 기술 개발에 앞장선 인물이다. 권 부사장은 특히 포항산업과학기술연구원(RITS) 원장을 지내면서 철강 신공정과 신소재를 포함한 신성장 동력 연구를 지휘해 이 분야에서는 가장 앞서가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뇌하 탄소강사업부문장도 포스코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기술통이다. 탄소강사업부문은 포스코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핵심 부서다. 1977년 고려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에 입사한 조 부사장은 광양제철소 5냉연공장장과 냉연부장, 압연담당 부소장을 거쳤다.
스테인리스 사업부문장인 오창관 부사장도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포항제철소장을 지낸데다 국내외 마케팅을 총괄하는 마케팅부문장을 역임한 덕분에 제철소 내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소장도 차세대 리더군에 넣을 수 있다. CEO를 비롯해 핵심 경영진의 상당수가 제철소장을 거쳤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소장인 조봉래 전무는 부산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포스코 파이넥스 연구개발추진반장, 기술개발실장, 포항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 등 제철소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조 전무는 조업 기술력 향상과 최적 설비 운영 등으로 포스코가 세계 최고 생산성을 확보하는데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준식 광양제철소장(전무)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본사에서 경영기획실장, 기술개발실장 등을 두루 거쳤다.
김 전무는 중국 제철공장 건설을 지휘했으며 고부가가치 제품별 설비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인사와 총무·전략·기획 등을 담당하는 경영 지원 인맥도 포스코를 이끄는 핵심 리더들이다.
먼저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고 있는 박한용 부사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부사장은 1978년 포스코에 입사해 홍보실장·열연판매실장·인력자원실장 등을 거치면서 마케팅·홍보·감사 등 지원 부서를 두루 거쳤다.
2009년 3월 계열사인 포스데이타 대표를 맡으면서 포스콘과 합병을 통해 포스코ICT를 출범시킨 후 지난해 친정으로 돌아왔다.
성장투자사업부문장을 책임지고 있는 박기홍 전무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 전무는 산업연구원 부원장으로 일하다가 포스코의 싱크탱크인 포스리(POSRI) 소장으로 옮겨왔다. 이후 경영기획실장과 기획재무부문 재무실장, 미래성장전략실장 등을 지냈다.
포스코는 지난 2월 조직 개편을 단행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료본부와 CR본부의 신설이다. 이들 조직을 새로 만든 것은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포스코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재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원료본부를 회장 직속으로 두고 직접 원료 구매 상황을 챙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료본부를 책임질 권영태 원료담당 부사장은 1975년 포스코에 입사한 후 줄곧 원료 구매만 담당한 원료 전문가다. 석탄팀장과 원료실장 등을 지냈고 호주와 캐나다 등 주요 원료 수입국에서 근무했다.
CR본부가 만들어진 것도 주목된다. CR본부는 포스코는 물론 각 계열사, 이해관계인들에게 하나의 통일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설립됐다. CR본부장인 김상영 부사장은 대외협력 분야와 홍보 분야를 두루 거쳤다.
포스코 패밀리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기 전까지 포스코그룹의 서열 2위였다. 지난해 수주액은 11조3700억 원, 매출액은 6조2000여억 원에 달한다.
포스코건설의 비전은 세계 10위 건설사로의 도약이다. 정동화 포스코건설 사장은 올 신년사에서 “올해를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는 원년으로 삼자”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을 이끄는 임원진 가운데 부사장급으로는 김성관 플랜트사업본부장과 유광재 에너지사업본부장이 눈에 띈다. 김 사업본부장은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포스코건설에 입사해 해외사업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아 온 글로벌 인재다.
포스코 장가항 STS건설본부 본부장, 인도프로젝트추진반 상무, 베트남·멕시코 냉연프로젝트 엔지니어링 및 건설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유 사업본부장은 포스코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인하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포스코에서 스테인리스 생산 기술 담당 상무, 스테인리스 사업부문 전무를 지낸 뒤 포스코건설로 옮겨왔다.
전무급으로는 윤동준 경영기획본부장, 김태훈 토목사업본부장, 안병식 물환경사업본부장, 시대복 건축사업본부장, 이동만 개발사업본부장, 이철 글로벌마케팅실장 등이 차세대 리더들이다.
이 가운데 윤동준 경영기획본부장은 포스코에서 인사실 실장, 경영혁신실 실장, 글로벌HR실 실장 겸 인재개발원 원장 등을 지낸 HR 전문가다. 물환경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안병식 전무도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블루골드(Blue Gold)’로 불리는 물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물환경사업본부를 만들어 해수 담수화와 하수·폐수 재활용 사업, 폐수 처리 시설업 등에 뛰어들었다. 안 전무는 아주대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포항제철소 설비담당 부소장을 지냈고, 포스코건설에서는 에너지사업본부 발전사업그룹을 이끌었다.
이 밖에 글로벌 건설 업체를 꿈꾸는 포스코건설의 해외 진출을 이끄는 이가 바로 이철 글로벌마케팅실장이다. 이 실장은 영국 크란필드대에서 환경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엔지니어링 환경사업부 연구소장, 포스코건설 환경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가 지난해 8월 인수한 종합상사다. 지난해 매출이 15조6720억 원, 영업이익이 1717억 원으로 포스코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이동희 포스코 전 사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옮겨왔지만 핵심경영진은 여전히 대우그룹 출신들이다.
철강무역을 담당하는 영업1부문장인 마영남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대우그룹에 입사한 후 경영기획팀장, 철강사업본부장, 미국법인장, 경영기획총괄임원 등을 거쳤다. 포스코와의 합병으로 시너지가 가장 높은 분야는 철강이다.
따라서 영업1부문의 사내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계·자동차 부품 등을 맡고 있는 영업2부문장은 전병일 부사장이다. 전 부사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바르샤바 지사장, 프랑크푸르트 법인장, 타슈켄트 지사장 등 주로 해외 지사에서 활약해 왔다.
철강원료·금속·비철 등을 수출입하는 영업3부문장인 최기화 부사장은 서울대 농업경제학과 출신으로 미얀마무역법인장, 타슈켄트 지사장 등을 역임했다. 화학제품을 맡고 있는 영업4부문장인 남정은 전무는 연세대 중문과 출신으로 상하이난생대우법인장, 화학3본부장 등을 거쳤다.
양수영 자원개발부문장(부사장)은 서울대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지구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석유공사 지구물리팀장으로 일하다가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 에너지개발팀장으로 옮겨와 E&P운영본부장, 미얀마E&P 사무소장으로 일했다.
이 밖에 계열사 중 비철강 기업으로는 포스코파워·포스코ICT·포스코컴텍 등이 있다. 포스코파워는 발전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에너지 회사다. 2009년 신·재생에너지, 연료전지, 신연료 및 자원 개발 등을 4대 핵심 사업으로 설정,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을 꿈꾸고 있다.
특히 연료전지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2009년 설립한 연료전지연구소에서는 건물용·선박용·비상발전용 연료전지 등 다양한 응용 제품을 개발 중이다. 연료전지 부문장인 김중곤 전무와 사업개발실장인 김재석 상무 등이 차세대 뉴 리더로 꼽힌다.
김중곤 전무는 1982년 포스코에 입사해 신사업실장을 거친 뒤 2007년 포스코파워 연료전지 부문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김재석 상무는 1981년 포스코에 입사해 해외투자사업실 STS사업추진팀장, 신사업개발실장, 에너지사업실 자원개발그룹리더 등을 거쳐 포스코파워 사업개발실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포스데이타와 포스콘의 합병으로 출범한 포스코ICT는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자동화, 정보기술(IT) 서비스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인봉 부사장은 1980년 포스코에 입사해 줄곧 정보 시스템을 담당해 온 IT 전문가다.
이 부사장은 포스코 PI지원실장을 비롯해 프로세스 표준화 실장, 프로세스 혁신실장을 역임하는 등 포스코의 정보 시스템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포스코ICT에서 가장 비중이 큰 철강사업부문과 솔루션부문을 관장하고 있다.
그린사업부문장인 최승갑 전무는 서울대 전기제어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에서 계측제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 전무가 맡고 있는 그린사업부문은 환경·에너지사업본부, 철도·교통사업본부, 공공·건설사업본부, 네트워크사업본부 등 4개 본부가 있다.
포스코컴텍은 화학 및 소재 전문 기업이다. 제철용 생석회와 고온에 견디는 내화물을 주력으로 만들어 왔지만 2010년 포스코 그룹의 4대 성장 축의 하나인 케미컬 사업부문으로 성장하기 위해 포스코컴텍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회사 측은 케미컬 사업으로 2020년 13조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포스코컴텍의 케미칼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가 송재현 전무다. 송 전무는 충북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항제철소 2코크스공장장, 화성부장 등을 지냈다. 2004년 포스렉(현 포스코켐텍)으로 옮겨와 포항로재정비본부장, 생산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6월부터 케미칼사업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철강 부문 계열사로는 포스코강판·포스코특수강·포스코P&S 등이 있다. 포스코강판은 표면 처리 전문 기업이다. 생산·기술부문 담당 임원인 김중봉 전무는 고려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부터 2006년까지 포스코에서 일했다. 광양제철소 냉연부 전기도금공장 공장장, 품질기술부 박판품질관리그룹 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포스코 특수강은 삼미특수강을 모체로 한 특수강 전문 업체다. 2013년 준공을 목표로 60톤 신제강 공장 건설과 대형 압연기를 신설하는 2단계 투자 사업이 마무리되면 연간 조강량 24만 톤, 제품량 22만 톤의 증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장영익 마케팅원료본부장(부사장)은 동아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포스코스테인리스 원료구매실장을 거쳤다. 이용득 기술연구소장(전무)은 한양대 금속학과를 졸업하고 모나시대에서 재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포스코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안경수 행정지원그룹 동장성장그룹 담당(전무)은 건국대 행정학과를 나와 포스코 노무팀장,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