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건의 Style&Story] 애드리브 스타일의 천재 라포 엘칸
입력 2011-05-12 14:51:42
수정 2011-05-12 14:51:42
스타일 아이콘 따라잡기 두 번째
디자이너 톰 포드도 극찬한 이 시대 최고의 살아있는 패션 아이콘, 할리우드 스타들보다 더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는 베스트 드레서, 이탈리아 축구 명문 유벤투스의 마케팅 책임자이자 대주주, 피아트 그룹의 후계자…. 셀 수 없이 다양한 수식어를 지닌 화려한 스펙의 사나이, 바로 ‘라포 엘칸’이다.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유럽 남성들은 훌륭한 ‘신장’, 넓은 어깨, 작은 얼굴 등 멋을 내기엔 참으로 유리한 유전자다. 하지만 라포 엘칸은 유럽 남성 치고는 키도 작고 얼굴은 다소 크고 각진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완벽한 피트(fit)의 슈트와 넓은 라펠(접은 옷깃)의 더블브레스트 재킷, 화려한 컬러 매치를 통해 얼굴보다 옷으로 시선을 분산하는 영리한 패셔니스타로 진화했고 ‘라포 엘칸 클래식’이라는 자유분방하고 독특한 패션으로 완성했다.
복장·컬러·TPO의 경계를 허물다
그의 천재적 스타일 감성은 그의 조부이자 피아트의 회장이었던 지아니 아넬리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분명하다. 셔츠 위에 시계를 차는 획기적인 센스를 발휘하며 그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완성한, 바로 그 패션 거장의 손자가 라포 엘칸이니 오죽할까.
지아니 아넬리는 그에게 회사뿐만 아니라 6조 원의 재산과 ‘옷장’을 물려줬다. 부유함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자유롭고 위트 넘치는 그의 패션 센스는 항상 경직되고 무거운 한국 남성 스타일에 자유로움을 제공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 대리만족이나 할 겸 한 번 참고해 보자.
라포 엘칸의 패션 공식 첫 번째, 퍼펙트한 옷 길이의 선택. 그의 노하우는 셔츠 소매가 절묘하게 보이는 재킷의 소매 길이, 발등이 보이는 바지 길이에 숨어 있다.
흔히 한국 남성들이 오해하는 한 가지는 바지 길이가 길면 신장 또한 길어 보일 것이란 착각인데, 오히려 발목으로 몰려 뭉개진 긴 길이의 밑단은 가뜩이나 짧은 다리를 바보처럼 부각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바지 길이는 보통 앞 밑단이 구두의 등 부분에 닿을 정도에 맞추고 밑단 통의 넓이는 보통 19~19.5cm 정도로 줄이기를 추천한다.
두 번째 공식, 다채롭고 독특한 ‘색감’에 특히 집중하자. 엘칸은 남자로선 다소 소화하기 힘든 컬러도 다양하게 구사함으로써 과감하면서도 위트 있는 믹스 매치를 선보인다.
블루를 사랑하는 그는 모처럼 점잖은 슈트를 입고 공식 석상에 등장할 때에도 어김없이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기 위해 양말·넥타이·셔츠 등에 포인트 컬러를 매치하는데 ‘화룡점정’에 비견될만한 그의 컬러 초이스는 자신이 지닌 우아함과 ‘쿨’한 한량의 기질을 마음껏 뽐낸다.
마지막 공식. 스티브 잡스라고 하면 뉴발란스, 라포 엘칸이라고 하면 나이키 코르테즈다. 슈트에 특히 턱시도에 운동화를 매치한다는 건 매우 파격적이고 예외적이므로 그 스타일을 소화할만한 패션 내공이 필요하다. 톰 포드는 라포 엘칸의 패션을 ‘괴짜 같은 스타일’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 포드가 공식 석상에서 이탈리아 럭셔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엘칸을 꼽은 것은 엘칸의 스타일이 기존의 교과서적인 남성 패션을 매우 ‘우아하게’ 학대하고 있으며 자신의 감정과 인생에 거짓이 없어 참으로 신선하고 창의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엘칸의 패션에는 복장·컬러·TPO(시간·장소·상황)의 경계가 없다.
필자는 ‘(패션의) 기본이란 무엇인가’를 던지고 싶다. 자신의 상황을 망각한 채 근본 없는 스타일 애드리브는 눈살 찌푸리는 상황을 연출하게 마련이다. 패션의 기본은 자신의 체형을 파악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기본에서 자유로워지면 라포 엘칸의 스타일 혁신을 추구하라.
황의건 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