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디지털 병원 수출 전략

의료 서비스 수출의 해답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디지털화된 병원을 통째로 수출하는 것이다. 한국은 신성장 동력으로 의료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선진국과 한국의 산업구조의 가장 큰 차이는 서비스산업의 규모다.

선진국은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70%가 넘지만 한국은 이제 막 60%대에 진입했다. 이제 제조업 기반의 수출 전략에서 첨단 서비스산업으로 한국의 산업 전략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의료 산업은 5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는 매력적인 산업이다. 그러나 의료 산업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면 분야마다 너무나 높은 진입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LG·SK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들이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세계시장 진입에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의약품 시장을 보면 노바티스·머크·화이자 등 메이저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눈을 돌려 의료기기 시장을 보면 소위 ‘GPS’라고 불리는 제너럴일렉트릭(GE)·필립스(Phillips)·지멘스(Siemens)의 3대 강자가 눈을 부릅뜨고 버티고 있다. 첨단 의료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전 세계 병원에 진입하기 위한 시장의 간극은 너무나 거대하다.

의료 소모품 시장을 바라보면 여기에도 존슨앤드존슨·박스터·니프로 등 큰손들이 길목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고가 소모품은 의료기기보다 더 어려운 시장이다. 결론적으로 매력적인 의료 산업은 우리 대한민국과 같은 후발 국가에는 그냥 보기 좋은 떡일 뿐인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의 대안이 너무나 취약하다. 어떻게든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디지털 병원 수출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의 강점은 IT에 있다. 다행히도 의료 IT 융합은 한국이 분야별로 세계에서 선두권에 있다. 병원의 모든 장비를 통합해 필름을 없애는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보급률 세계 1위, 환자의 차트를 전산화하는 전자의무기록(EMR)의 의원급 보급률 세계 1위, 병원의 소모품 공급 전산망인 공급망관리(SCM)의 선도 국가, 고령화시대 관리 의료의 대안인 U-헬스의 기술 선도 국가 등이 한국 의료 IT의 경쟁력을 대변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절반 이하의 의료비를 투입하고도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큰 요인이 바로 한국의 앞선 의료 IT에 있다. 5조 달러의 의료 산업을 분석해 보면 의약품이 15%, 의료기기가 5%, 의료 소모품이 5%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거대한 75%의 시장은 의료 서비스 시장이다. 의료 서비스 시장의 10%가 의료기기 산업 전체보다 큰 시장이 아닌가.

의료 서비스 수출의 해답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디지털화된 병원을 통째로 수출하는 것이다. 디지털 병원은 첨단 병원인 동시에 환자 1인당 비용이 최소화되는 병원이다. 모든 개도국들에 가장 적합한 병원이 바로 한국의 디지털 병원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 엄청난 규모의 산업이 될 의료 관광(필자는 국가 간 의료라고 부르고 있음)의 경쟁 차별화 전략이 될 것이다.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1985년 국내 벤처기업의 효시인
(주)메디슨을 설립, 세계적 의료기기 회사로 성장시켰다. 1995년 벤처기업협회 초대 회장으로 벤처기업특별법 제정, 코스닥 설립 등 수많은 벤처 정책을 입안, 한국의 벤처 입지 형성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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