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권의 부동산 나침반] 과장 보도 ‘주의’…뉴스 행간 잘 읽어야

부동산 기사 제대로 읽는 법

1+1은 얼마일까. 선행학습으로 실력이 다져진 초등 1학년생에게 물으면 장난치느냐고 무안당하기 쉽다. 수학자들에게 물어보면 당연히 답은 2다. 정치인들은 2 외에 3 또는 4가 나올 때가 있다고 한다.

워낙 숨겨 놓은 게 많은 이들이 정치인이라 하나를 캐면 줄줄이 엮여 나오기 때문이란다. 통계학자는 답이 신뢰 수준 100%에서 오차 한계는 0인 조건에서 2라고 주절주절 말을 한다. 대답이 너무 복잡해 여론 조사자에게 “1+1이 얼마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여론 조사자는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주위를 조심스럽게 둘러보고 창문을 닫고 커튼을 내린 뒤 긴장된 목소리로 귀엣말로 이렇게 되물었다. “1 더하기 1이 몇이 되기를 원하십니까?”

경제학을 소개하는 책에 가끔 인용되는 내용이다. 이상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부동산 시장에 혼선을 일으키는 각종 통계가 난무하고 이를 그대로 앵무새처럼 옮기는 언론 때문이다.

얼마 전 부동산 관련 뉴스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서울 아파트 한 채를 팔면 지방 집 네 채를 산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을 마련하려면 39년 10개월이 걸린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전셋값이 급등한 결과다.’

모 언론사는 ‘서울 강남 아파트 한 채=전남 보성 아파트 25채’라는 제목을 뽑았다. 언론사는 3.3㎡당 아파트 가격을 서울과 지방으로 나눠 비교한 부동산 정보업체의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동료 기자들을 폄훼할 생각은 없지만 이런 방식의 뉴스는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렇다면 이 자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부동산 정보 업체나 언론사 모두 스포츠를 중계방송하듯 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펜트하우스 한 채를 팔면 서울 집 몇 채를 살 수 있다는 식의 보도와 다를 바 없다.

시장 혼란기에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손해 안 봐

전 국민이 서울 강남 아파트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일까. 차라리 몇 년 모은 월급과 대출로 서울 강북의 소형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훨씬 낫다. 왜냐하면 미국 노동자가 캘리포니아의 베벌리힐스(Beverly Hills)의 집을 사는 데 몇 년이 걸린다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기사의 내용이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취지겠지만 오히려 서민의 희망을 무너뜨리고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식은 곤란하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은 심리에 민감하므로 보도할 때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부동산 거품론자들은 언론이 건설업자와 결탁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기사를 쓴다는 소리까지 한다. 명예훼손으로 소송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말도 안 되는 억지이지만 이런 의혹의 눈길을 받게 된 것도 이런 것들이 누적돼 나타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집을 사든지, 전세를 구하든지 실수요자들은 뉴스의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 자산의 80%가 부동산인데 엉터리 뉴스를 보고 평생 모은 돈을 집에 잘못 넣어 망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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