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권의 부동산 나침반] 서울은 거래 ‘꽁꽁’…지방은 열기 ‘확산’

양극화되는 부동산 시장

부동산 시장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때이른 초여름처럼 청약 열기로 후끈 거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한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곳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부산발 ‘부동산 청약 훈풍’이 울산과 광주에 이어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퍼지면서 규모가 ‘열풍’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지방에서는 모델하우스마다 청약 예비자들이 길게 줄을 서는 풍경이 벌어지며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오랫동안 미분양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지역인데도 청약 예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5월 전국에서 주상복합, 도시형 생활주택을 포함해 분양을 앞둔 공동주택이 총 60곳 3만3694채인데 이 가운데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62.5%에 달할 정도로 지방의 열기가 뜨겁다. 오히려 지방의 뜨거운 청약 바람에 대해 거품을 걱정할 정도다.

그 열기가 수도권 김포한강신도시로 이어졌다. 견본 주택에 수만 명이 몰렸고, 수도권에서 보기 힘들었던 이른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까지 등장했다. 부산에서 분 바람이 ‘푄현상’처럼 점점 열기가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청약 결과 일부 미분양이 발생했으나 향후 물량 소진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열 조짐 보이는 지방 분양 시장…거품 우려도

서울은 지방과 열기와는 반대로 아직도 한겨울이다. 서울의 월별 아파트 매매 건수는 1월 7321건, 2월 5829건, 3월 3187건으로 올 들어 매달 급격히 줄고 있다. 4월 들어서는 거래가 더 감소해 3월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숙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시장에 혼선을 일으킨 데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 매매가 ‘확’ 줄어버렸다. 부동산 정보 업체에 따르면 3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전월 대비 0.07% 떨어져 지난해 10월(-0.13%)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4월에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던 서울의 전세난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강남권의 전세 수요가 줄면서 4월 들어 서울 전셋값은 2주 연속 0.01%씩 떨어졌다.

그러나 분양 열기와 달리 속병을 앓고 있는 건설사들이 적지 않아 부동산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분위기에 휩싸여 무작정 청약에 뛰어들었다가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더욱이 ‘프리미엄 보장제’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후폭풍을 잘 살펴야 한다. 분양가보다 집값이 떨어지면 차액만큼 돌려주는 프리미엄 보장제로 아파트를 판 건설사들이 수백억 원씩 토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집값 하락세가 멈추지 않아 매매가가 분양가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입주자와 건설사가 보장 금액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진흥기업·LIG건설·삼부토건 등 대기업 계열 건설사와 시공 능력 상위권의 건설사가 은행권은 PF 회수로 무너지는 등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혼돈의 시기인 만큼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