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시기와 그 폭은?

경제부처 24시

유류세 인하에 강경한 자세를 보여 왔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날이 갈수록 유연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4월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유류세 인하를 “언제, 얼마나 할지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윤 장관이 ‘유류세 인하 불가론’에서 한발 물러남에 따라 인하 시기와 폭 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고심하게 된 건 지난 4월 7일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정유 4사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리터당 100원씩 내리는 강수를 뒀는데도 소비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증현 장관 인하 불가론서 한발 물러나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현재(4월 18일 기준) 전국 주유소 보통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1944.49원으로 기름값을 내리기 전날인 4월 6일(1970.92원)보다 26.43원 떨어지는 데 그쳤다. 경유는 이보다 덜 내렸다. 지난 4월 6일 1801.62원이었던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현재 1789.73원으로 11.89원 하락했다.

만약 재정부가 유류세 인하 타이밍을 잡는다면 언제가 될까. 가능한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먼저 정유사들의 기름값 인하 조치가 끝나는 오는 7월 7일 이후다. 지난 4월 7일 정유 4사의 기름값 인하는 ‘3개월’이란 한시적인 조건을 단 만큼 이후에는 소비자 부담이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오르거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원유 도입 단가가 인상되면 7월 7일 이전에라도 유류세를 인하할 수도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4월 12일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두바이유 130달러’를 유류세 인하 검토를 시작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인하 시기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발을 뺐지만 두바이유가 현재 배럴당 115.88달러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08년 역사적 최고치(140달러)에 다가서면 재정부도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3개월간 국제 유가와 환율이 떨어지면서 유류세 인하 검토 자체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재정부가 가장 기대하는 시나리오다.

인하 폭은 10%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7년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계 최고 수준인 유류세를 10% 인하하겠다”고 공약한 데다 실제 2008년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10% 내린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유사의 팔만 비틀고 정작 일은 하지 않는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정부 재정을 관리하는 재정부도 할 말은 많다.

유류세를 10% 깎으면 2조 원의 세수가 날아가는 데다 세금 인하의 실효성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윤증현 장관이 4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류세를 내렸을 때 그게 그대로 가격에 반영될지, 세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지 등 여러 변수를 두고 검토 중”이라고 답변한 데에는 이러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서보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bm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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