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권의 부동산 나침반] 손발 안 맞는 정부…내 집 마련 꿈 ‘가물’

시장 잘 아는 국토부에 힘 실어줘야

3·22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의 핵심인 취득세 인하를 놓고 벌어진 파동을 보면 과연 현 정부에 부동산 정책을 맡겨도 될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지난 3월 22일 주맥 매입 가격(9억 원 이하)의 2%인 취득세를 1%로 절반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거래세 부담을 낮춰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그야말로 순진(?)한 발상이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났다. 부동산 거래가 갑자기 뚝 끊겨 버렸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취득세 인하 시기가 불투명하다. 결국 주택 매수자 등 시장 참여자들은 집 매매를 연기해 버렸다.

취득세 인하가 결정된 뒤에 집을 매입하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아낄 수 있어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택 건설업체도 3·22 대책의 유탄을 맞았다. 주택을 분양받은 이들이 취득세 인하 혜택을 보겠다며 잔금 납부를 미뤄 버린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 세수 부족이 우려된다며 취득세 인하 반대를 외치며 난리를 떨었다.

급기야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나서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세 감면 분을 보전해 주겠다고 나서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이미 시장 기능이 멈춘 뒤였다.

결국 20여 일 동안 허송세월만 보낸 꼴이다. 사실 취득세 감면은 이미 정부와 지자체가 합의했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자체의 반발을 무마하기에 급급했다.

하긴 부동산 정책을 놓고 청와대·정부·한나라당이 삐끗거린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 내 조율이 안 돼 시기를 놓치는 일이 빈번하다. 부동산 정책 주무 부서는 국토해양부다. 하지만 국토부는 각종 부동산 정책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한다.

대부분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법무부 등과 협의해야 한다. 양도소득세 등 국세는 기재부, 취득세 등은 행안부 소관이며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법무부가 주관 부처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기재부 장관 등이 자리를 함께한다.

문제는 여기서 벌어진다. 기재부가 부동산 정책의 성패가 달린 세제를 총괄하다 보니 국토부가 정책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토부의 부동산 정책 실무자들이 며칠 밤을 새워 시장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벽에 부닥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교통 전문 장관이 국토부를 맡아 4대강에만 푹 빠지는 바람에 생긴 일이라고 지적한다.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부재도 심각하다. 현 정부의 초대 국토해양비서관은 도시 건축 전문 교수 출신의 언론사 논설위원으로 복잡한 부동산 정책을 다루기 힘들었다.

뒤이은 비서관도 민간기업의 기술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청계천 사업에 참여했던 인물로 역부족이었다. 이명박 정부 세 번째인 현 국토해양비서관은 국토부 출신이지만 도로 교통이 전문 분야다. 따라서 부동산 정책을 다루던 인물은 단 한 번도 현 정부의 청와대에서 일한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주택 거래 실종, 보금자리주택, 뉴타운, 전세난, 재개발·재건축, 리모델링 등 주요 사안마다 잡음이 생긴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일례로 1년 내내 치솟는 전셋값에 서민들은 애가 타는데 집값 하락 때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국토부 장관의 시각이니 할 말이 없다. ‘내 집 마련’, ‘주거 안정’은 서민들의 바람이다. 내 소중한 재산을 지키고 키워줄 정부가 아쉬운 때다.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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