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50% 인하’ 대결서 지자체 완승

경제부처 24시

‘3·22 주택 거래 활성화 대책’의 핵심 내용인 ‘취득세 50% 인하 방안’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벌어졌던 대결 양상이 결국 지자체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 4월 1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는 당·정·청·지자체 주요 인사 15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청와대가 긴급 소집해 열린 이 모임에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정책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김대기 경제수석 등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물론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심재철 정책위의장 등 여당 수뇌부도 참석했다.

정부 쪽에서는 김황식 총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이재오 특임장관, 임채민 총리실장이 모습을 보였다. 지자체 대표로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허남식 부산시장이 왔다.

윤증현의 고투와 4·27 재·보선 정국

이날 윤 장관은 본인을 제외한 참석자 전원과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회의장에 들어서는 표정부터 달랐다. 윤 장관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격론이 벌어졌다. 3·22 대책에 따른 취득세 감소분을 누가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가 핵심 논제였다. 취득세가 기본적으로 지자체들의 주요 세원이기 때문에 정부는 대책 발표 당시 감소분을 어느 정도 보전해 준다는 원칙만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예상외로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와 지자체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공동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논의를 계속해 왔다.

사실 취득세를 인하하면 거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전체 거래 건수에다 인하 폭을 곱한 금액만큼을 정부가 전액 보전해 주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날 윤 장관도 “당초 지자체가 올해 예산으로 잡은 취득 세수 규모나 과거 몇 년간 평균 세수 등을 고려해 적정 수준에서 보전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당에서 참석한 인사들은 지자체의 취약한 재정을 감안, 전액 보전해 주자는 쪽으로 유도해 나갔다. 윤 장관 스스로도 회동 다음 날 “이미 결론을 갖고 시작한 회의였다”고 말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14명의 참석자들 가운데 윤 장관 편에 선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날 15인 회동 결과는 4·27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등에 업은 지자체가 정부를 상대로 ‘KO승’을 거둔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심지어 이날 회동은 TF에서 내려진 결론마저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당초 TF는 취득세 인하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예측해 합리적인 선에서 보전해 주기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취득세 인하 조치 자체가 청와대가 만든 작품인 만큼 애초부터 재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기가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취득세 인하는 원래 백용호 실장이 낸 아이디어였다”며 “재정부는 줄어드는 재정 부담에 비해 주택 거래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다며 반대했으나 백 실장이 끝까지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발표 당일 재정부 내부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3·22 대책을 맡아 추진했던 정책조정국이 예산실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던 것. 이번 대책이 국가 재정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발표 전 예산실과의 사전 협의는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예산실은 이 같은 내용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발표가 나오고 나서야 부랴부랴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대책에 관련돼 있는 부처가 워낙 많다 보니 정책 조정이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게 사실”이라며 “특히 지자체들이 이토록 강하게 반발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호기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hglee@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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