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00원 붕괴…원화 강세 언제까지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3월 10일 1122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상승하기 시작해 3월 17일 1135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4월 6일 1088원까지 내렸다.

4월 4일 환율은 1087원으로 금융 위기 이전인 2008년 9월 8일(1081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달러 약세·원화 강세’의 영향으로 원·엔 환율도 하락세로 반전했다.

3월 17일 100엔당 1440원이었던 원·엔 환율은 4월 7일 1277원까지 내려 2010년 5월 이후 10개월 만에 100엔당 1200원대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10일 이후 4월 4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세계 주요 20개국 통화 중 호주 달러(3.6%), 터키리라(3.4%) 다음인 3번째로 높은 절상률(3.2%)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 저환율 정책 시사… 계속 오르는 물가가 원인

국외 요인으로는 미국의 양적 완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동 사태·일본 대지진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 현상이 약화된 것이 꼽힌다. 또한 일본 중앙은행이 대지진 이후 경기 침체와 엔화 초강세를 막기 위해 대규모 엔화 유동성을 공급하고 G7이 유로화 약세를 막기 위해 3월 18일 엔화를 시장에 내놓은 것이 원·엔 환율 하락의 이유로 거론된다.

국내적으로도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달러 공급이 늘어났다. 국내 무역수지는 2010년 2월부터 올 3월까지 13개월 흑자를 기록했으며 월평균 흑자액은 36억 달러에 달한다. 올 들어 3월 16일까지 4조9000억 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던 외국인 주식 투자액도 3월 17일부터 4월 4일까지 3조9000억 원의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성장 위주에서 물가 안정으로 정부 정책이 돌아선 것도 원인이다. 3월 물가상승률이 4.7%로 나타나면서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물가상승률을 3%로 보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가계 부채 때문에 쉽사리 금리를 손대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의 물가 상승은 국내 요인보다 수입 원자재 가격의 상승 영향이 크기 때문에 환율을 내리면 물가를 잡는데 도움이 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 30일 국회에 출석해 “정부는 인위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 원화 강세 용인을 시사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향후 환율의 변수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강도 △엔·캐리 트레이드 지속 여부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를 꼽고 있다. 최근 정책 당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원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수출 대기업이 보유한 달러를 더 싸지기 전에 내다 팔고 역외시장에서 달러화 매도까지 가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캐리 트레이드의 경우 일본과 해외의 금리차가 크지만 일본 대지진 복구비용으로 엔화의 대규모 해외 이탈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는 원화 약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2010년 11월부터 올 6월까지 국채를 매입해 월 750억 달러, 총 6000억 달러를 시장에 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실업률이 2년 내 최저 수준(8.8%)으로 내려가고 물가상승률이 2.1%를 기록하는 등 추가 양적 완화 필요성이 줄어든 상태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