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지갑을 열어라] 매스티지 시장 ‘쑥쑥’…명품족 ‘유혹’

귀족 마케팅, 대중의 ‘욕구’를 노리다

오는 7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인 조은경 씨는 크루즈 허니문을 계획하고 있다. 크루즈 여행이 1인당 비용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초호화’ 여행이어서 ‘그림의 떡’이라고만 생각했던 조 씨는 100만 원대부터 300만 원대까지 저렴한 비용의 크루즈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웠다.

대부분의 신혼여행객이 선택하는 동남아시아 허니문 상품 가격도 100만~300만 원대임을 감안하면 같은 가격으로 남들과 다른 특별한 허니문을 누릴 수 있는 크루즈 여행은 만족도가 높다.

합리적인 가격, 만족도는 명품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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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위 몇 %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일부 VVIP 시장이 보다 대중화되는 추세다. 럭셔리 여행 상품의 대표 격인 크루즈 여행도 그중 하나다.

기존 크루즈 상품의 가격이 낮아지는 것과 함께 대중을 겨냥한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들이 출시되면서 크루즈 여행은 ‘시간 있고 돈 많은’ 실버 세대를 위한 초호화 상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해외 유수의 선사들과 판매 계약을 하고 현재 11개 선사의 한국 총판을 갖고 있는 크루즈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크루즈 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해 한 해 이용객 수가 약 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허니문 및 가족 여행객의 증가가 두드러져 5성급 대중 크루즈를 기준으로 50% 이상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더욱이 여행사 등이 실질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의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대중화가 더 빨리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출시되자마자 관심을 끌었던 ‘한중일 크루즈’ 상품도 럭셔리 크루즈 여행의 대중화에 한몫했다. 크루즈인터내셔널의 최승희 홍보 담당은 “구매자는 적은 가격으로 럭셔리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도 있다”며 “일반 육로 여행과 비교해도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상품이어서 블로그나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Outside Aft Deck - Deck 5 Seven Seas Voyager - Regent Seven Seas Cruises

소비자들의 눈이 점점 높아지면서 마케팅 시장도 점점 ‘고급화’를 강조하는 추세다. 여기서 ‘고급화’는 비용 대비 높은 심리적 만족감이 핵심이다. 즉 ‘얇은 지갑’으로도 명품 못지않은 상품을 소비하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매스티지(masstige) 시장이 점점 확대 추세에 있는 것은 그러한 트렌드의 반영인 셈. 매스티지는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의 합성어로 품질과 상표는 ‘명품’ 이미지를 갖추되 합리적인 가격에 대량생산되는 상품을 이르는 말이다. VIP보다 확대된 대중을 겨냥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상품군이 바로 ‘매스티지’인 것이다.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의 세컨드 라인 출시는 대표적인 매스티지 상품이다. 희소성의 가치는 있지만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소수 계층에게만 ‘허락’되는 게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라면 세컨드 라인은 대중 보급판으로 개발한 상품 라인이다.

고급품을 지향하는 소비자의 감성에 부응하며 최근 수년 동안 확립된 경향으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엠프리오 아르마니, 도나카란뉴욕의 DKNY, 베르사체의 베르수스, 돌체앤가바나의 D&G, 마이클코어스의 마이클마이클코어스, 프라다의 미우미우, 마크제이콥스의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클로에의 시바이클로에 등이 해당된다.

세컨드 라인은 보통 오리지널 브랜드의 절반 가격 수준으로 대량생산과 저렴한 원자재 사용으로 가격을 낮추면서 기존 명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감성은 그대로 가져가기 때문에 젊은 층을 대상으로 수요가 많다.

디자이너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다. 디자이너는 대중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것과 동시에 잘 팔려 좋고, 소비자는 저렴한 값에 비싼 디자이너 브랜드를 구입할 수 있어 만족감이 크다.

차별화된 이미지로 ‘고급화’

LG트롬 스타일러가 23일 논현동 디오스 인 갤러리에서 탤런트 고소영과 LG 이영하 HA 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시행사를 가졌다. /김병언 기자 misaeon@ 20110223..
최근 출시된 LG 프리미엄 가전 ‘스타일러’ 역시 매스티지 상품이다. 신개념 의류 관리 기기인 ‘스타일러’는 출시 전 예약 판매만 2000대였고 출시 이후 판매량 또한 놀라울 정도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반에게는 생소한 비세탁 제품인데다 200만 원 내외의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시장 활성화에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2~3년 내에 1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LG 측은 전망하고 있다. ‘스타일러’의 광고 모델로 장동건·고소영 부부를 내세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것도 주효했다.

유명 디자이너인 김상윤의 블랜딩 디자인과 하상림의 꽃 패턴, 세계적 디자이너인 멘디니의 작품을 적용하는 등 감각적인 디자인을 내세운 것도 차별화에 한몫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패턴을 살펴보면 전문점과 백화점을 통해 구매하며 브랜드나 외부 디자인을 최우선시하는 특징이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LG하우시스의 ‘Z:IN 벽지 베라왕 홈컬렉션(이하 베라왕 벽지)’도 고급 인테리어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선 김남주 등 유명 여배우의 웨딩드레스로 유명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베라왕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제품으로 일반 벽지 가격의 2~2.5배 가격의 ‘프리미엄’ 제품이다.

LG하우시스 측은 출시 배경에 대해 “일반 벽지보다 고급스럽고 수입 벽지보다 싼 ‘매스티지’ 상품”이라며 “신혼부부 등 젊은 고객의 수요가 많으며 지난 1월부터 매출 30% 신장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한정 취급점에서만 판매해 차별화된 제품 이미지를 준 것도 전략적으로 통했다.

베라왕 벽지 출시에 앞서 LG하우시스는 이탈리아의 디자인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등과 함께 바닥재와 인테리어 마감재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LG하우시스 측은 “디자이너 컬렉션은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매스티지 상품 시장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앞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랫동안 VIP들의 전유물이었던 수입 자동차도 해마다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5000만 원대 이상 수입 자동차들의 시장점유율은 감소 추세인데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인 4000만 원대 이하 수입 자동차는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자동차 판매 수는 총 9만 562대로 이 중 3000만 원 이하 수입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1.1%, 3000만~4000만 원대 수입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48.1%를 차지했다.

이처럼 중저가 수입자동차의 판매가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수입자동차협회 박은석 차장은 “해당 브랜드 및 모델의 판매 라인업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수입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이 역시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도 도요타의 코롤라, 닛산 큐브, 포드 포커스 등 작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이 지속적으로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특히 올해 중저가 수입차 중에서도 3000만 원대 모델의 출시 및 판매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외 브랜드 중 첫 신차였던 폭스바겐 골프 1.6 TDI 블루모션이 출시 닷새 만에 1차 판매분이 매진된 것을 시작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중형차인 포드 퓨전과 크라이슬러 200C와 탁월한 연비를 자랑하는 프랑스 푸조도 3000만 원대 신형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성능 대비 합리적이고 연비가 높은 수입차로 갈아탈 운전자가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자들의 지갑은 점점 더 얇아지고 좀처럼 열리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만족도는 명품 수준이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한 매스티지 시장은 경쟁력이 있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똑똑하고 합리적인 소비, 그러나 고급품 지향을 포기할 수 없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또 하나의 귀족 마케팅이 제대로 ‘통’한 사례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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