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고수와의 대화] “미·중에 기회 있다”

추문성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해외운용본부장

“일본 지진으로 제조업 밸류 체인이 손상됨에 따라 일시적인 세계경제의 성장률 둔화는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지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이 효과가 나타나는 6개월 후쯤부터는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고베대지진 후 일본의 자본재·기계부품·에너지류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죠.”

추문성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해외운용본부장은 일본 대지진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추 본부장은 현재 국내에서 운용하는 해외 펀드 중 최대 규모의 설정액을 보유한 ‘신한BNPP봉쥬르차이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추 본부장은 향후 2년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양호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소비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으며 고용 역시 완만한 회복이 기대된다”라며 “이에 따라 기업의 이익이 늘고 다시 고용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물론 리스크 요인은 있다. 먼저 중동 아프리카의 소요 사태, 일본의 지진 등 갑자기 등장한 리스크는 끊임없이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추 본부장은 “중국 등 이머징 국가들의 긴축 우려, 남부 유럽의 재정 위기 등 기존에 거론되던 리스크는 ‘예측 가능한 리스크’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한국과 미국은 2012년에 대선이 치러지고 중국은 새 지도부의 등장이 예상돼 ‘선거 전에 악재 없다’는 주식시장의 불문율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IT 등 경기 관련 업종 유망

그는 향후 글로벌 주식시장 중 중국·미국·러시아에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먼저 중국은 그동안 정부의 긴축정책, 위안화 절상 우려,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른 은행의 부실 자산 우려 등으로 증시가 상대적으로 힘을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추 본부장은 “하지만 위안화가 점진적으로 절상될 것으로 보이며 중국 정부가 내수 시장 강화를 통해 긴축을 완화시킬 것”이라며 “주요 은행들의 자본 증자가 마무리되면서 증시에 걸림돌이 되던 요소들이 대부분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그가 2분기부터 중국 증시가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그는 “미국은 아직도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상태이며 러시아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큰 수혜를 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정치적 리스크가 큰 편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종별로는 통신 등 경기 방어 업종보다 정보기술(IT) 등 경기 관련 업종이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단기적으로는 고유가 및 상품 가격 상승으로 에너지 및 소재 업종을 추천했다. 또 일본 지진 및 중국의 질적 성장으로 환경 산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력 발전 및 에너지 효율화 관련주, 수자원 개발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그동안 부진했던 금융업의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고 전쟁과 지진 이후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본부장은 프랑스 금융의 강점을 ‘리스크 관리’와 ‘시스템적 투자’로 들었다. 실제로 BNP파리바는 뛰어난 리스크 관리와 정밀한 시스템 투자를 통해 금융 위기 속에서 유럽 최대 은행으로 거듭난 기업이다.

그는 “파스칼 등 위대한 수학자가 많은 프랑스 금융은 특히 퀀트 기반의 분석을 중시한다”라며 “저 역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중심의 운용에 중점을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추문성 본부장 약력 :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1989년 신한은행 기획조사부. 1993년 신한은행 국제부. 2000년 신한BNP파리바투신 리서치팀장. 2004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해외운용본부장(현).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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