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SPECIAL] 맞춤형 임대…저소득층 희망 보금자리
입력 2011-04-13 16:25:11
수정 2011-04-13 16:25:11
LH 서민 주거 안정 프로젝트
첫 번째 사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본부는 지난해부터 노모(71) 씨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가끔 받는다. 매번 “정말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노 씨는 LH로부터 시중 전세가의 30%로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을 지원받았다.다리가 불편해 거동이 힘든 홀몸노인인데다 마땅히 의지할 곳도 없는 상황에서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그가 LH의 임대주택 소식을 들은 건 지난해 초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신청해 지난해 6월 입주한 노 씨는 “뜨끈뜨끈한 방에서 방세 걱정 없이 두 다리 쭉 펴고 살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사례.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에 다니는 강모(25) 군은 LH가 공급하는 대학생 보금자리주택 발표일을 하루 앞두고 잠이 오지 않았다. 올해가 학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기숙사 배정에 떨어져 당장 살 집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원룸 같은 자취방이나 하숙집도 알아봤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보증금과 임차료 때문에 집에는 자취의 ‘자’자도 꺼내지 못했다. 이번에 보금자리주택에 당첨되지 않으면 휴학까지 생각했던 강 군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것 같아 뛸 듯이 기쁘다”며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학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돼 고맙다”고 전했다.
집은 단순히 사람이 잠자고 입고 먹는 곳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의 기본권인 의식주의 하나를 차지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집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강남의 초고가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나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쪽방에 사는 사람이나 어쨌든 집이라는 공간에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최저 소득계층 주거 안정 실현
하지만 집 때문에 골치를 썩는 일이 허다하다. 위에 소개된 홀몸노인 노 씨와 대학생 강 군의 사연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셋값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데다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 수요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서민을 비롯한 취약 계층의 주거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최근 공기업의 효율성이나 경제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 또한 공기업의 몫이자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원활한 국민 주택 공급과 주거 안정은 LH 정책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 정책 가운데 하나가 ‘맞춤형 임대주택’ 사업이다. 위에 소개된 두 사례 모두 맞춤형 임대주택을 통해 주거 복지를 실현한 경우다.
맞춤형 임대주택은 LH가 최저 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도심 외곽에 건설되는 기존의 국민임대주택과 달리 도심에 거주하는 최저 소득 계층이 ‘현재의 수입으로 현 거주지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존의 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주택이 바로 맞춤형 임대주택이다.
맞춤형 임대주택은 크게 △다가구주택 매입 임대 △기존주택 전세 임대 △신혼부부 전세 임대 △소년소녀 가정 등 전세 임대주택 지원 △취약 계층 긴급 주거 지원 △주거 취약 계층 주거 지원 △저소득 가구 대학생 보금자리주택 지원 등으로 나뉜다.
‘다가구주택 매입 임대’는 도심 안에 사는 저소득층이 현재의 생활권에서 현재의 수입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인근의 다가주택을 매입해 개·보수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평균 보증금 350만 원에 월 임차료 8만~10만 원으로, 시중 전세가와 비교하면 3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04년 503호 공급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3만5710호를 매입해 임대했다.
기존 주택 매입해 재임대
‘기존 주택 전세 임대’는 역시 도심에 거주하는 최저 소득 계층이 원하는 곳과 원하는 시기에 기존 주택 전세 계약을 하고 맞춤형으로 저렴하게 다시 임대하는 방식이다. 2005년부터 시작돼 작년까지 3만8638호가 전세 임대됐다. 올해는 6130호를 임대할 계획이다.
‘신혼부부 전세 임대’는 도심에 거주하는 최저 소득 신혼부부가 지금의 생활권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기존 주택을 전세 계약한 후 재임대해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임대료 수준은 7000만 원 지원 시 보증금 350만 원에 월 임차료 11만 원이다.
‘소년소녀 가정 등 전세 주택 지원’ 사업은 소년소녀 가장, 교통사고 유자녀, 친인척 위탁, 대리 양육 가정 등에 전세 주택을 마련해 무상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5년부터 시작돼 2010년까지 6453호가 지원됐고 올해는 1000호를 지원할 예정이다. 20세까지 무이자로 지원되는데 25세까지 거주가 가능하다.
‘LH의 임대주택을 활용한 주거 복지 지원’ 사업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취약 계층 긴급 주거 지원이다. 중병자, 가정폭력·성폭력·화재 피해자·이혼에 따른 소득 상실자 등이 대상이다. 쪽방·비닐하우스 등에서 살고 있는 취약 계층을 위한 주거 지원 사업 대상도 올해부터는 고시원·여인숙 거주자 및 범죄 피해자 등으로 확대돼 자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지원 조건은 주변 시세의 30% 수준으로 10년간 살 수 있다.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지원도 있다. 다가구 매입 주택을 활용해 저소득 가구 대학생에게 시중 시세의 3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 임차료는 8만~1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경기(수원·안산·용인)를 비롯해 6대 광역시에 지금까지 251개의 방을 지원했다. 대학생 보금자리주택의 입주 대상은 사업 대상 지역 안에 있는 대학교에 재학 중인 타 지역 출신 학생으로, 기초생활수급자 및 한 부모 가족 가구의 자녀 등이다.
LH는 지난 2월 14일 전셋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가구의 주거 안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다가구매입 임대 및 전세 임대주택 1만8199호를 예년에 비해 한 달 이상 앞당기기로 하고 입주자 모집 공고를 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