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가입자 천만 ‘국민 앱’…음성통화 ‘벌벌’

통신사들이 카카오톡 논란에 긴장하는 이유

최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스마트폰에서 건당 30원을 내는 문자 메시지(SMS) 대신 사용자들끼리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주는 이 무료 애플리케이션(앱) 때문에 막대한 통신 트래픽이 발생해 이동통신사들이 서비스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자신들의 수익 기반을 갉아먹는 카카오톡의 발목을 잡으려는 ‘꼼수’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흥미롭게도 문제는 카카오톡의 높은 인기에서 비롯됐다. 카카오톡은 불과 1년 만에 1000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들이며 ‘국민 앱’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개발된 앱 가운데 게임을 제외하고 1000만 이용자를 넘어선 것은 카카오톡이 유일하다.

망 중립성, 무선에는 적용 어려워

유튜브처럼 더 심각하게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많은데도 유독 카카오톡만 문제가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카카오톡이 유발하는 트래픽 양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가해졌는데, 이통사들의 주장이 다소 과장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이통사 관계자들도 네트워크 트래픽보다 ‘프리 라이딩(무임승차)’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통사들이 매년 수조 원을 투입하고 있는 무선통신망을 아무 대가없이 사용해 이통사와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돈을 벌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통사들이 ‘서비스 제한 계획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카카오톡도 트래픽 최소화에 협조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카카오톡은 조만간 무료 음성통화(mVoIP) 기능을 탑재할 계획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성통화는 SMS와 비교가 안 되는 이통사들의 핵심 수익 기반이다. 또 한 번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셈이다.

물론 지금도 mVoIP 앱은 여럿 나와 있다. 미국의 스카이프와 바이버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마이피플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이통사들은 5만5000원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에 한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의 강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다. 실제 사용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카카오톡이 가세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카카오톡 논란은 ‘망 중립성’이라는 통신 업계의 핫이슈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 문제를 연구해 온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선 인터넷망이 잘 갖춰진 한국은 그동안 망 중립성 논쟁의 무풍지대였다”며 “웬만큼 트래픽이 발생해도 모두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든 트래픽을 동등하게 취급해 차별하거나 차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망 중립성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유선망과 무선망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모바일 인터넷 망 중립성과 통신사업자의 과제’라는 보고서를 낸 김용규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선은 모뎀 기술 제고, 광케이블 교체 등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용량을 늘릴 수 있지만 주파수 자원에 의존하는 무선은 한계가 있다”며 “무선에 용량 문제는 막대한 투자비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현재 이통사들은 사업자당 매년 1조5000억 원에서 2조 원을 망 업그레이드에 투자하고 있다. 향후 4세대(4G) 투자에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만일 이런 상황에서 음성 수익 기반이 계속 줄어든다면 통신사업자에는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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