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경쟁 심화…‘제2 카드 사태’ 오나

금융감독원은 3월 30일 ‘신용카드 시장 건전성 강화 방안’을 내놓고 위험수위에 이른 카드사들의 대출 확대 경쟁에 손을 대기로 했다. 최근 국내 신용카드 업체들은 카드 사용액이 정체에 빠지자 카드론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신용카드사의 대출이 늘수록 자산 건전성이 악화돼 2003년의 카드 사태 악몽이 재현될 우려가 커지자 금융 당국이 칼을 빼든 것이다.

전체 신용카드사의 연간 ‘일시불 구매액’은 2005년 213조221억 원에서 2010년 329조7690억 원으로 54.8% 불어난 것에 비해 ‘카드론’은 2005년 8조25억 원에서 2010년 23조9433억 원으로 199% 늘어났다. 5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현금서비스 실적은 2005년 105조2375억 원에서 2010년 81조3196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사금융 시장의 대부 업체들끼리 이자를 낮추고 입금을 빨리 해 주는 등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금서비스 사용이 줄어들자 카드사들은 카드론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카드사별로 보면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카드론 실적은 2005년 2조1380억 원에서 2010년 5조4033억 원으로 152% 증가했다. 현금서비스는 2005년 21조3806억 원에서 2010년 22조8718억 원으로 큰 변화는 없었다.

현대카드, 카드론 실적 5년 새 10배 늘어

주목할 것은 업계 2위인 현대카드보다 업계 3위인 삼성카드의 현금서비스·카드론 사용액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2010년 말 삼성카드의 현금서비스 실적은 8조7770억 원, 카드론 실적은 4조6803억 원이었다. 반면 현대카드의 현금서비스 실적은 7조2135억 원, 카드론 실적은 3조2644억 원이었다.

그러나 2005~2010년 증가율을 보면 현대카드가 더 높다. 현대카드의 2005년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실적은 각각 3조971억 원, 3320억 원이었지만 2010년에는 7조2135억 원, 3조2644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카드론 실적이 10배로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현금서비스가 반대로 줄었고 카드론 실적이 크게 늘었다. 현금서비스 실적은 2005년 13조2394억 원에서 2010년 8조7770억 원으로 감소한 반면 카드론 실적은 1조9740억 원에서 4조6803억 원으로 137%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 간 대출 경쟁 심화, 대출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2010년 말 카드 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19% 증가해 전 금융권 가계 대출 잔액 증가율 6.3%를 크게 초과했다. 더욱이 2010년 카드론이 전년 대비 42.3% 급증(현금서비스는 0.2% 감소)했다”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카드사의 예상 손실률을 분석한 결과 연체 1개월 미만의 정상 자산은 예상 손실률이 낮았지만 2개월 이상 연체 자산이 장기 연체로 전이될 확률은 신용 판매, 카드 대출 모두 60~70%로 급증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카드사들의 대출 확대를 막기 위해 대출 금액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높일 계획이다. 대손충당금은 연체로 예상되는 손실만큼을 미리 적립해 두어야 하는 제도다.

개정안에서는 대손충당금 비율이 정상(연체 1개월 미만) 1.5%→2.5%, 요주의(연체 1~3개월) 15%→50%, 고정(연체 3개월 이상) 20%→65%, 회수의문(회수 불가) 60%→75%로 크게 늘어났다. 개정안은 5월까지 개정 작업이 마무리돼 6월부터 적용 예정이다.

또한 그간 ‘카드 3장 이상 소지자에 대한 정보(인적 사항, 카드 사용 실적, 이용 한도) 공유’ 범위를 2장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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