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스마트폰 사진 일기…‘소셜’ 추가 인기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을 열광시킨 ‘컬러’

신생 기업 창업자들이 갈망하는 것은 뭘까요. 자기네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 주는 것이겠죠. 창업자라면 누구나 이걸 갈망할 겁니다. 이보다 더 절실한 게 있습니다. 돈입니다. 돈 떨어지면 회사가 망하니 돈이 생명입니다. 수천만 원이라도 시드머니(종잣돈)가 들어오면 인정받았다는 안도감도 들겠죠.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460억 원이나 펀딩을 받았다면 믿어지나요.

실제로 서비스 전에 460억 원을 투자받은 사례가 생겼습니다. 실리콘밸리 신생 기업인 컬러(color.com)가 서비스 전에 4100만 달러를 투자받았습니다. 우리 돈으로 460억 원. 신생 기업 투자로는 믿기지 않은 금액입니다.

구글도 창업 초기에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투자자가 실리콘밸리 양대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세콰이어입니다. 한마디로 대박이죠.

도대체 컬러가 뭐기에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베팅했을까요. 서비스 개념은 간단합니다. ‘스마트폰 오픈 포토 다이어리.’ 이 네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컬러는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 응용 프로그램)으로 이용합니다. 일종의 ‘사진 일기’입니다. 어딘가에서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장면이 있으면 컬러 앱으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사진은 날짜별로 정리됩니다.

서비스 시작하기도 전에 460억 원 펀딩 받아

여기까지만 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폰으로 사진을 찍어 날짜별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위치(location)와 소셜(social) 기능이 추가됩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사진을 찍은 위치가 기록됩니다.

이 사진을 찍은 장소에서 남들이 컬러 앱을 작동하면 그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 모두 뜹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찍은 사진이 모든 사람에게 공개(오픈)된다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며칠 전 한 신생 기업을 취재하러 갔습니다. 사무실을 예쁘게 꾸며 놓았더군요. 폰을 꺼내 컬러 앱을 실행한 후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회사로 돌아오는데 폰에서 알림 소리가 나더군요.

신생 기업 사원 패트릭이 그 사진을 ‘좋아한다’고 클릭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광파리 다녀가다’ 식의 사진을 패트릭이 봤던 겁니다. 저도 패트릭의 앨범을 훑어봤습니다.

예를 하나 더 들겠습니다. N서울타워 회전 레스토랑에서 컬러 앱을 실행하면 최근 그곳에서 컬러 앱으로 찍은 사진이 모두 뜹니다. 사진을 훑어보면서 이런 얘기를 하겠죠. “탤런트 아무개가 어제 저녁에 여기 왔네.”, “야구 선수 아무개도 있다. 옆에 있는 여자는 누구지?” 이런 식입니다. 사진을 찍은 본인한테는 ‘사진 일기’인데, 이 사진을 모든 사람한테 공개하는 게 특징입니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될 겁니다. 이 따위 서비스가 뭐가 대단하다고 세콰이어 같은 유명한 벤처캐피털이 거액을 베팅했지?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스마트폰에 컬러 앱을 내려 받아 실행해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한마디로 무척 ‘심플’합니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 앱을 내려 받아 실행하면 됩니다. 앱은 공짜이고 가입할 땐 자기 이름을 입력한 뒤 사진 한 장 찍으면 됩니다.

사용하기도 편합니다. 메뉴랄 것도 없습니다. 밑에 있는 아이콘 3개가 전부입니다. 왼쪽 아이콘을 누르면 최근에 찍은 사진 서너 장이 한 화면에 나타납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전체 사진이 뜨고 사진 설명도 나옵니다.

컬러 창업자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랄라(Lala)를 창업했던 빌 뉴엔입니다. 랄라는 “아이튠즈도 위협할 수 있다”는 찬사를 받았는데 지난해 애플이 인수했죠. 랄라 창업자가 창업했기에 세콰이어가 베팅했을까요. 아니면 실리콘밸리에 다시 거품이 끼기 시작한 걸까요. 현재로서는 세콰이어의 선별력을 무시할 수도 없고 거품론을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http://blog.hankyung.com/kim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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