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Ⅱ] 히트곡 10곡이면 자식들까지 먹고 산다?

'억' 소리 나는 음악 저작권료, 그 궁금한 세계

누군가 말했다. 세상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음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끊임없이 음악을 ‘소비’하고 있다. 더욱이 디지털 음원 시장이 일반화되면서부터 인터넷 다운로드 및 휴대전화 전송 등을 통해 그 소비가 더욱 확대됐다.

음원 소비는 음원 창작에 참여한 저작자의 저작권료와 직결된다. “히트곡 한 곡만 있으면 먹고 산다”라는 한 가수의 말이 농담만은 아닌 셈. 작가당 많게는 1년에 10억 원이 넘는 저작권료의 궁금한 이야기를 취재했다.


지난 2009년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국내 음악 저작권료 수입 랭킹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야말로 ‘억’ 소리 나게 했다. 몇 해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작곡가 조영수는 10억 원이 훌쩍 넘고 그 뒤를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과 작사가 안영민이 잇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일단 ‘금액’에 쏠렸다. 저작권 보호 기간이 (저작재산권의 경우) 사후(死後) 50년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소위 인기 작곡가·작사가 등이 받는 저작권료는 책정이 불가한 수준이다. 부활 ‘멤버’인 김태원이 언젠가 방송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히트곡 한 곡만 있으면 먹고 산다”라고 했던 말이나 히트곡 10곡만 있으면 사치를 안 부린다는 전제 하에 자식들까지 먹고 산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 괜한 농담만은 아닌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1970년대 만들어져 지금까지 온 국민의 애창 가요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는 윤수일의 ‘아파트’ 같은 곡은 그야말로 ‘대박’”이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일반인들에게 저작권료라는 개념 자체가 그냥 ‘앉아서 버는 돈’쯤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법 또는 무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저작권은 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2010년 분배한 저작권료는 총 924억 원

저작권법에 의한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된다. 즉 저작물은 작품을 뜻하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인 보호를 받는 대상이 된다. 음악 관련 저작권은 크게 작사가·작곡가·편곡자의 권리인 ‘저작재산권’과 음반 제작자와 실연자(實演者)의 권리인 ‘저작인접권’으로 나뉜다.

저작재산권이 전통적인 저작권이라면 저작인접권은 1987년 7월 저작권법 전면 개정 시행 당시 처음 등장한 권리다. 저작인접권은 글자 그대로 저작권에 인접한, 저작권과 유사한 권리로 저작물의 배포·전파에 기여한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기 위해 생긴 개념이다. 현재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은 작사가·작곡가·편곡자 사후 50년까지 보장되며 저작인접권은 음반 발매 다음 해부터 50년까지 보호 받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저작권료’는 음악을 창작하는 데 기여한 작사가·작곡가·편곡자에 해당되는 개념으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가 저작권자로부터 그 권리를 신탁 받아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음악을 필요로 하는 이용자들에게 사용 허락을 하고 징수된 사용료를 음악 저작권자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음저협에 따르면 2010년 현재 1만1000여 명의 작사가·작곡가 등이 협회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2010년 한 해 동안 분배한 총 저작권료는 약 924억 원에 이른다.


저작권료 수입은 유흥·단란?전송?노래방 순

저작권료 징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징수 규정을 따르는데 공연 사용료, 방송 사용료, 휴대전화 등 전송 사용료, 복제 및 배포 사용료, 선거 홍보용 사용료 등 각각의 이용 형태나 조건에 따라 세부적으로 징수 규정이 다르게 적용된다.

영화에 음악을 사용할 경우에는 사용료 징수 규정 제34조에 의거, 사용자와 협의해 복제 사용료를 정하고 방송의 경우는 해당 방송사와 연간 포괄 계약을 통해 사용요율이 정해진다. 음반은 출고가의 9%를, 노래방은 방 1개당 면적별 월정액을 징수하는 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선거 홍보용 사용료의 단가가 가장 높다는 것. 대통령 선거는 200만 원, 광역단체장 선거는 100만 원, 국회의원 선거는 50만 원 등이다(부문별 저작권료 징수 규정은 표 참조).

음저협 관계자에 따르면 저작권료 수입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은 유흥업소 및 단란주점에서 이용하는 금액이라고 한다. 그다음으로는 전송 및 다운로드, 노래방에서의 사용료 등이 해당된다.

과거에는 전송 사용료 부분이 미미했지만 최근 인터넷으로 음원을 다운로드받거나 휴대전화 벨소리 및 통화 연결음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저작권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많은 작사가·작곡가·편곡자들 중 현재 어느 저작자가 얼마만큼의 저작권 수입을 올리는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음저협 측은 “작가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공식적으로 저작권료 분배에 따른 순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라며 “이는 다른 저작권 관련 협회도 마찬가지며 과거 언론에 발표된 순위 등은 음저협이 공식적으로 보도한 자료가 아닌 개인 등을 통해 노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저작권자의 히트곡 수와 저작권료는 비례할까. 이에 대해 음저협 관계자는 “아무래도 히트곡이 많으면 다양한 이용 매체에서 사용될 것이고 많이 사용되면 그에 따라 저작권료가 증가되므로 일반적으로는 비례할 수 있겠지만,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현재 음원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송(벨소리·컬러링 등) 서비스에서는 아이돌 위주의 최신곡이 많이 판매되고 있지만 이런 곡들은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수익을 내기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수익을 낸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 근거다.

음저협 측은 저작권 보호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거 대비 저작권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정도가 많이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법 복제 및 무단 사용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또한 일부 사용처의 경우 현행법상 사용료를 징수할 수 없도록 돼 있어 법 개정 등을 추진하는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음저협 관계자는 “커피숍에서 고객들에게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매출이 증가한다는 자료도 있다”라며 “앞으로는 그 부분까지 확대 징수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복제’를 위한 제품인 콤팩트디스크(CD)나 카세트테이프를 만드는 회사에도 보상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향후 작가들의 저작권 보호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저작인접권의 경우 1994년에 이뤄진 저작권법 개정 이전에 발매된 음반은 그 권리를 ‘음반 발매 후 20년’까지만 보장받도록 돼 있어 음반 관계자들의 시름이 늘고 있다. 저작인접권이 처음 인정된 1987년부터 1994년 사이에 발매된 음반들의 저작인접권이 지난 2008년부터 차례로 하나씩 소멸돼 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누구든 음저협에 일정 금액의 저작권료만 지불하면 음반을 재포장해 팔 수 있게 된다. 더구나 그 시기는 음반 판매량 100만~200만 장을 자랑하는 이문세·김건모·신승훈 등의 음반이 발매된 시기로 ‘한국 대중음악의 최고 전성기’여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업계는 하루 빨리 법 개정을 통해 적용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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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저작권료 1위 작곡가 조영수

400여 곡 등록… 연 11억9100만 원

‘히트곡 제조기.’ 작곡가 조영수를 가장 잘 설명하는 수식어다. SG워너비의 ‘내 사람’, ‘라라라’,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 사람’, 김종국의 ‘제자리걸음’, 신화의 ‘Brand new’, 이기찬의 ‘미인’, 티아라의 ‘거짓말’, 홍진영의 ‘사랑의 밧데리’ 등 발라드에서 댄스·트로트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 작곡가로 활동해 온 그는 최근 몇 년간 저작권료 순위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받은 저작권료만 11억9100만 원.

그도 그럴 것이 현재까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그의 곡은 무려 400여 곡에 이르고 지난해에만 무려 68곡이 그의 이름을 달고 탄생했다. 각 음원 사이트 등에 공개되는 인기곡 차트에 무려 7곡이 10위권 안에 들어 조영수의 이름으로 ‘도배’한 적도 있었고 지난해 11월에는 10위권 내 30%의 곡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작곡가 박근태의 러브콜을 받아 데뷔와 동시에 메이저 가수의 곡 작업을 하며 ‘잘나가는’ 작곡가의 반열에 오른 지 7년. 그의 노래가 대중들에게 사랑받으며 꾸준히 ‘소비’되는 가장 큰 이유는 쉬우면서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을 담고 있다는 점. 게다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작곡가라는 점에서 그의 경쟁력은 뛰어나다.

단순히 그가 받은 저작권료 액수만을 기억하는 이들은 앉은자리에서 ‘떼돈’을 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늘 새로운 무언가를 창작해 내야 하는 작곡가의 고통도 만만치 않다. 외부와 거의 ‘차단’된 채 작업실과 집을 오가는 일상, 그것도 밤낮이 뒤바뀐 데다 며칠 밤을 꼴딱 새우는 일도 허다하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빛을 발했을 때는 말로 다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이기찬 씨가 부른 ‘미인’은 원래 이효리 씨를 위해 만든 노래였는데 결국 이기찬 씨에게 돌아갔어요. 그 노래를 통해 이기찬 씨가 다시 한 번 인기를 얻게 돼 굉장히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나요.”

더구나 ‘미인’은 그가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와 함께 곡을 쓴 순간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가장 짧은 시간에 작업한 작품으로 손꼽는 곡이다. 반면 ‘슈퍼스타K 2’의 우승자인 허각의 데뷔곡 ‘언제나’는 곡 작업을 하는 데 애를 태웠다.

“‘언제나’는 ‘슈퍼스타K 2’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해야 할 노래였어요. 곡을 쓸 당시엔 어떤 친구가 최종 2인이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콘셉트를 잡기가 참 모호했었죠.”

그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지나가는’ 작곡가가 되지 않기 위해 ‘충분히’ 노력한다는 그는 그 노력이 정당하게 보호받기 위해 음원 불법 다운로드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불법 다운로드는 작곡가뿐만 아니라 돈을 들여 제작한 제작자나 가수에게도 큰 피해를 입히는 일입니다. 노래 한 곡을 만들고 또 그 노래를 히트시키기 위해 수많은 스태프들이 고생하는데 그들의 노고를 헛되지 않게 하려면 다함께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취재=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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