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통일 150주년…남북 격차는 ‘숙제’

“해피 버스데이 이탈리아. 하지만 아직 이탈리아는 진정한 통일국가가 아니야….”

이탈리아가 올해로 통일 150주년을 맞았다. 지난 3월 7일 이탈리아 중북부 레지오 에밀리아시에서 열린 통일 축하 행사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각지에선 통일 15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코리에레 델라 세라’나 ‘라 스탐파’ 같은 이탈리아 유력지들은 이탈리아 남북문제(남부와 북부 간 경제력 격차)를 거론하며 진정한 국가 통합까지는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는 최근 “통일 150주년을 바라보는 사회 각층의 시각이 다양하고 정치·사회적 반응도 매우 다르다”라며 “진정한 통일을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라고 보도했다.

라 스탐파는 특히 “이탈리아가 매우 심각할 정도로 분열돼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못 박으며 경종을 울렸다. 이탈리아 언론이 지적하는 이탈리아 분열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공업지대가 밀집돼 있고 부유한 북부지역과 저임금 농업지대로 이뤄진 남부지역 간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점이 꼽혔다.

지역감정으로 분열 심각

<YONHAP PHOTO-2412> The Italian Air Force aerobatic unit Frecce Tricolori spreads on March 17, 2011 green, white and red smoke, the colors of the Italian flag, to mark the 150th anniversary of Italy's unification in the center of Rome. AFP PHOTO/ Andreas SOLARO /2011-03-17 18:27:14/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라 스탐파는 “이탈리아는 영국의 스코티시내셔널파티나 스페인의 바스크 분리주의자, 프랑스의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처럼 극단적인 분리주의 세력이나 정당은 없다”라면서도 “그러나 각 지역 간 재정 문제를 둘러싼 대립과 지역감정이 매우 심각한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탈리아 북부지역에선 매년 450억 유로의 자금이 남부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빠져나가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북부 공업지대에선 ‘북부리그’라는 분리 성향 정치 세력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북부리그는 “파다니아(이탈리아 북부 포강 계곡 주변의 명칭)가 남부를 지원하는데 자원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부유한 지역이 됐을 것”이라며 남부지역을 비난하고 있다.

북부리그는 최근의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 행사에 대해서도 “이탈리아가 통일 기념일을 축하하는 동안 북부는 지갑을 열고 돈을 지불해야 한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밀라노 지역 일간 밀라노데일리는 “통일 기념행사가 지역감정을 둘러싼 논란으로 상처 입고 훼손됐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남부지역은 이탈리아 남부지역이 북부가 생산한 제품 구매로 매년 620억 유로를 지출하고 있다며 남부를 수탈하는 것은 북부라는 적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남부와 북부 간 대립을 순화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과거 중앙정부 재정이 여유로울 때에는 낙후된 남부지역에 대한 지원을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식으로 사회 불만을 줄이는 작업을 했지만 최근 재정적자 위기가 불거지면서 정부의 씀씀이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라 스탐파는 “과거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각 지역에서 불만이 제기되면 국가 재정을 풀어 불만을 덮곤 했다”라며 “그러나 이제 그리스나 아일랜드 수준은 아니더라도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이르는 재정적자 문제는 과거의 해결책을 더 이상 쓸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통일 150주년을 맞아 1797년 이탈리아 국기를 처음 채택해 사용한 도시인 레지오 에밀리아에선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탈리아 국기의 원형인 삼색기를 들어 올리고 학생들에게 헌법 사본을 나눠주는 행사가 열렸다.

볼로냐 등 주요 도시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렸고 수도 로마에선 항공기의 기념 비행도 거행됐다. 콜로세움을 비롯한 주요 유적지에선 조명 행사가 열려 통일을 기념했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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