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비즈 인사이드] 탤런트 오지호·모델 오병진, '남자' 이름 걸고 식품 사업 정면 승부

요즘은 ‘남자 이야기’가 대세다. ‘무한도전’, ‘1박2일’, ‘남자의 자격’ 등 남자들이 ‘떼’로 모이면 반드시 ‘대박’이 났다. 여기 또 다른 ‘남자들’이 있으니 이 남자들의 파워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오랫동안 여자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어 업계 판도까지 바꿔놓았으니 그저 ‘대단하다’는 감탄사만 연발할 뿐이다.

선봉장에 선 이는 동갑내기 친구인 오지호와 오병진이다. 드라마 ‘추노’ 이후 ‘남자 중의 남자’ 이미지로 대변되는 오지호와 아이돌 그룹 ‘오션’ 출신이자 모델, 그리고 쇼핑몰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오병진이 식품 업계 최고의 실력자인 김치영, 디자이너 출신의 윤기석과 의기투합해 ‘남자 애프앤비’를 설립하고 그 첫 사업으로 ‘남자김치’를 세상에 선보였다.

‘남자다운 놈(오지호)’, ‘쇼핑몰 잘하는 놈(오병진)’, ‘김치 잘 만드는 놈(김치영)’, ‘디자인 잘하는 놈(윤기석)’ 등 각각의 캐릭터 설명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시쳇말로 ‘좀 논다’하는 이들이 모였으니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김치’라는 남자들에겐 낯선 영역에 도전하다 보니 걱정도 많았다.

‘아줌마’ 의식한 ‘남자김치’ 탄생 스토리

“남자들이 김치를 한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김수미·김혜자·홍진경 등 기존에 김치 사업을 하는 분들도 다 여자이고 또 김치라는 게 어머니의 손맛으로 대변되는 음식이니까요.

그래서 차별화한 게 ‘100% 핸드메이드 프리미엄 김치’라는 콘셉트였어요. 가장 중요한 과정인 절임을 기계가 아닌 100% 수작업으로 하고 24가지의 국내산 최상급 재료가 들어간 웰메이드 김치로 승부하겠다는 것이었죠.”

하필이면 왜 이미 다른 이들이 선점한 김치 시장을 선택했을까 싶지만 그 바탕에는 김치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숨어 있다.

“지호는 김치에 정말 관심이 많은 친구예요. 지호가 끓인 김치찌개는 한 번 먹어보면 깜짝 놀랄 정도죠. 라면 스프를 넣는 등 ‘편법’을 많이 쓰긴 하지만요(웃음). 언젠가 함께 뉴욕에 갔을 때 끓여줬는데 맛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김치영 대표는 벌써 이름에 ‘김치’가 들어가잖아요(웃음). 오랫동안 모 연예인의 김치 사업을 맡아 했을 정도로 김치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죠. 윤기석 이사는 김치 패키지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이고요. 그러고 보니 제가 음식에 가장 문외한인데 지금은 김치 도사가 됐어요.”

준비 기간만 4년에 전국 김치 공장을 쫓아다니며 다양한 김치 맛을 보기를 수백, 수천 번. 물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았다. 각자 맛에 대한 의견이 달라 조율하는 과정도 필요했고, 현장 전문가인 김치 공장 사람들과의 트러블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무슨 일이 생기든 놓치지 않았던 한 가지는 지금까지의 김치들을 뛰어넘는 김치를 만들어 보이겠다는 의지였다. 그러기를 8개월, 숙성 정도에 따라 맛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밤·잣 등 고명 첨가에 따라 맛은 또 어떻게 달라지는지 까다롭게 체크하고 예민하게 따져 결국 ‘그들만의 김치’가 탄생했다.

‘남자김치’라는 브랜드명이 탄생한 과정도 흥미롭다. 처음엔 ‘아이 엠 김치’, ‘내 남자 김치’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나 단순하면서도 한글로 된 이름, 그리고 주 소비자인 ‘아줌마’들에게 임팩트 있는 이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장일치로 결정된 게 ‘남자김치’였던 것.

지난해 8월 철저한 준비 끝에 ‘남자김치’를 선보인 첫날, 홍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일이 터졌다. 출시 1주 만에 김치 쇼핑몰 부문 1위를 달성하더니 5주 연속 1위라는 쾌거를 이룬 것.

6년간 업계 1위였던 홍진경 김치를 제치고 업계 1위에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잘 팔리는 날은 하루 매출 7000만 원을 기록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김치가 너무 잘 팔리는 것도 문제였다.

“시작하자마자 김치 파동이 났어요. 김치가 팔릴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이었으니 고민이 많았죠. 다른 업체는 판매를 일시 중단할 정도였는데 남자들의 공격적인 특성상 우리는 그냥 밀어붙였어요.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한 거죠. 그렇다고 원재료의 단가를 낮춰 쓸 수도 없었어요. 한 번 맛에 금이 가면 고객들이 외면하는 건 시간문제니까요. 우리끼리 홍보비를 좀 과하게 쓴다고 생각하자고 정리했죠.”

맛은 ‘프리미엄’…단가는 ‘저렴하게’

그 덕분에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7개월째인데도 갈수록 매출이 늘어나고 회사 규모도 함께 커졌다. 3명으로 시작한 본사 직원은 두 배가 됐고 공장 식구들까지 합하면 100여 명에 이르는 ‘대식구’다.

“그런데 사실 수익은 별로 없어요. 김치 파동 당시 손해를 많이 본 것도 있고 맛은 프리미엄으로 하되 단가는 기존 시장 가격에 맞춰 내놓기로 한 초기 전략 때문이죠.

우리 네 사람 모두 급하게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빨리 성과를 내기보다 멀리 보고 조금씩 앞으로 나가겠다는 생각이죠. 그래서 더 맛에 집착하는 거예요. 음식 사업은 무엇보다 구전 마케팅이 최고잖아요. 먹어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제일 무섭죠.”

국민들의 건강에 직결되는 사업을 하는 만큼 전체 수익금의 1%를 결식아동들을 위해 쓰는 ‘남자 나눔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즐겁게 일하고 맛으로 인정받고 좋은 일까지 하고 있으니 요즘 이 남자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한 것 하나. 실력 있고 ‘비주얼’까지 되는 남자들이 몰려다니면 아줌마 팬들의 구매력이 엄청날 것 같은데.

“그런 면이 좀 있죠(웃음). 부산에서 행사를 한 적이 있어요. 김치 시식회도 하고 나눠드리기도 했는데 어머니들이 우리를 보고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앞으로 길거리 오프라인 행사를 더 할 계획도 갖고 있어요.

또한 아파트에서 전단지를 돌리며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유통 채널이 더 늘어나면 단가를 더 낮춰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분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이기만 하면 김치 얘기로 웃고 떠드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이 남자들. 실질적으로는 ‘싱글 세 명에 유부남 한 명’이지만 대외용으로는 ‘목하 김치와 연애 중인 네 명의 싱글’이라는 아줌마 고객들을 ‘의식한’ 설명도 덧붙인다.

이 남자들의 도전은 김치에서 끝나지 않는다. ‘남자 애프앤비’라는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 더 다양한 식품 사업에 뛰어들어 ‘식품 업계의 제왕’이 되어보겠다는 거대한 목표를 갖고 있는 것. 오는 4월 말이면 첫 번째 베일 하나가 벗겨진다니 그때쯤 아마 또 한 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지 않을까.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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