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인간을 움직이는 7가지 공간 코드

‘마음을 훔치는 공간의 비밀’

그랜드 캐니언의 깎아지른 절벽 위 허공에 내걸린 구름다리 스카이워크는 새로운 관광 명소다. 수백 미터의 아찔한 협곡이 발아래 펼쳐진 유리 다리를 건너는 동안 사람들은 마치 허공을 걷는 듯한 스릴과 거대한 자연의 힘을 만끽할 수 있다. 스카이워크라는 독특한 구조물 하나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매혹적인 체험 공간을 창출해낸 것이다.

상업성의 첨단을 달리는 호텔과 관광지, 복합 쇼핑몰, 놀이동산, 브랜드 매장 등은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치밀하게 짜인 공간 연출 기법들을 사용한다. 선진국에서는 ‘스페이스 프로그래밍’이나 ‘공간 마케팅’이 이미 전문 분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세계적 공간 연출 전문가이자 트렌드 연구가인 저자는 인간을 사로잡는 공간 연출의 숨은 코드를 분석한다.

세계 각국의 유명 건축물을 화려하게 넘나드는 저자의 분석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규정에서부터 출발한다. 그가 보기에 인간은 행복감을 추구하는 존재다. 사람들이 소비를 위해 자신의 주머니를 여는 것은 탐욕스러운 욕망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자동차를 구입하는 행위는 차뿐만 아니라 그 차로 인해 누릴 수 있는 행복감도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상점들은 일방적으로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 대신 특별한 공간 연출로 소비자의 행복감을 만족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 행복감은 해변의 상인에게서도, 쇼핑몰에서도, 박람회의 전시대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행복감은 영예로움(glory)·환희·파워·탁월함·열망·황홀감·여유로움 등 7가지로 구분된다. 신전을 연상시키는 장엄한 분위기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파에나 호텔과 월드컵에서 골을 넣고 두 팔을 넓게 벌린 축구 선수들, 손님들에게 허리를 깊이 숙이는 일본 백화점의 개점 인사는 모두 영예로운 기분을 선사한다.

자동차 박람회의 아름다운 여성 모델은 상품의 품격을 높이고 ‘상품 사냥’이 아름다운 여인과의 데이트처럼 보이게 만들어 사람들이 열망하게 만들고 조급증을 유발한다. 여름의 롤로코스터가 우리에게 파워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면 알프스의 전망대는 영예의 기분과 여유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보이지 않는 주인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오준호 옮김/400쪽/웅진지식하우스/1만8000원

현대사회의 특징인 ‘기업 지배’ 현상의 뿌리에 대한 탐구서다. 저자의 현실 진단은 섬뜩하다. 모두가 최선의 가능성을 누리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대신 우리는 타인과 경쟁하며 단기적 이익에만 몰두한다.

우리는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고 기업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기업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인간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더 나아가 세계경제의 중심부에서 어떻게 ‘사람’이 밀려나고 ‘기업’이 주인공이 되었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더 나은 미래

자크 아탈리 지음/양진성 옮김/240쪽/청림출판/1만4800원

유럽 최고의 석학으로 불리는 자크 아탈리의 최신작이다. 이번 책에서는 위험수위에 이른 공공 부채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전쟁 시기를 제외하고 전 세계 강대국의 공공 부채가 이처럼 많은 적은 없었다.

자크 아탈리는 공공 부채가 따분하고 전문적인 주제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문명이 달린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권력자들은 자신의 꿈과 야망을 위해 필요한 돈을 다른 사람에게서 취해 왔다. 이는 오늘날의 공공 부채 문제와도 일치한다.


아빠가 되었습니다.

신동섭 지음/328쪽/나무수/1만3800원

초보 아빠의 좌충우돌 육아 일기이자 아이를 기르면서 비로소 ‘진짜 아빠’로 거듭난 한 남자의 성장기다. 저자는 첫딸이 태어난 지 119일 만에 사회생활을 더 하고 싶어 하는 아내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아빠’의 길을 선택했다.

남다른 가치관을 바탕으로 도시에서 어떻게 ‘자연으로’ 키울 수 있는지, 에코 육아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여러 육아 관련 책들을 섭렵하며 하나씩 실천해 나갔다. 현재 다섯 살짜리 딸과 세 살짜리 아들을 돌보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고 있다.


경제·경영 베스트셀러(3.17~3.23)

1. 빌딩부자들/성선화 지음/다산북스/1만3000원
2.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지음/김희정 외 옮김/부키/1만4800원
3. 실행이 답이다/이민규 지음/더난출판/1만4000원
4. 언씽킹/해리 벡위드 지음/이민주 옮김/토네이도/1만6000원
5. 리딩으로 리드하라/이지성 지음/문학동네/1만5000원
6.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
7. 디퍼런트/문영미 지음/박세연 옮김/살림Biz/1만5000원
8. 재테크의 거짓말/홍사황 지음/위즈덤하우스/1만3000원
9. 쿨하게 사과하라/정재승 외 지음/어크로스/1만4000원
10.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 지음/노정태 옮김/김영사/1만3000원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