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아파트촌에 도시형 생활주택 지어야

주택보급률과 주택정책

주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기 때문에 집값 상승이 구조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주택보급률이라는 것이 가구 수 대비 주택 수의 비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모든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충분한 주택이 확보됐다는 것과 주택이 더 이상 희소가치를 가지지 못하므로 투자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주택보급률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향후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쉽게 이끌어 낸 것이다. 과연 이런 논리가 맞을까. 이런 논리의 맹점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거기에서부터 논리가 출발했기 때문이다.


주택보급률 산정의 열쇠, 1인 가구

주택 보급이 충분하다고 한다면 지금의 전세난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주택 수가 수요에 비해 남아돈다면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전세가도 약세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주택자 등 누군가 집을 사서 전세를 주지 않고 빈집으로 방치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용인이나 은평 뉴타운의 새 아파트의 경우 원활한 매매 거래를 위해 전세를 주지 않고 빈집으로 남겨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일부 지역에서 한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집을 사서 몇 년이고 비워두면 관리비나 기회비용 등을 감안할 때 집주인이 무조건 손해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세 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직도 주택 수가 수요에 비해 충분하게 많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러면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는 정부의 발표와 체감적으로 느끼는 주택보급률과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 것일까. 바로 1인 가구가 그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다. 통계청이 작년 11월 실시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잠정 집계 결과 우리나라 가구 수는 1733만4042가구이며 주택 수는 1487만6937호라고 한다.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눠보면 주택보급률은 85.8%밖에 되지 않는다. 이 수치만 보면 우리나라 주택 보급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가구 수에서 1인 가구를 제외하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 중에서 1인 가구는 23.3%에 달하는 403만9186가구다. 이를 계산에서 빼면 주택보급률은 111.9%로 급격히 올라간다. 결국 1인 가구를 가구 수에 포함하느냐, 포함하지 않느냐에 따라 주택보급률은 85.8% 또는 111.9%가 된다.

이렇게 편차가 많이 난다면 주택보급률 자체를 주택정책 수립에 참고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예를 들어 전자에 비중을 둔다면 주택 보급을 앞으로도 꾸준히 늘려야 하는 것이고 후자에 무게의 중심을 둔다면 더 이상 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주택보급률이 기준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1인 가구의 실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1인 가구는 정상적인 주택 수요가 아니라 직장이나 학업 등의 이유로 임시로 분가해 생겼기 때문에 언젠가는 본가로 합쳐질 가구라고 보면 주택보급률이 111.9%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이혼이나 사별의 증가, 독신의 증가 등으로 ‘혼자 사는 가구’로 1인 가구를 본다면 주택보급률은 85.8%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두 수치 사이의 어디인가에 걸쳐 있을 것이다.

연령대로 보아 20대 이하가 주류를 이루는 미혼 1인 가구는 주택 수요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본가로 합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나 2008년 국제 금융 위기 때 전세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던 것은 이들 1인 가구의 합가가 전세 수요 감소에 한몫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혼 1인 가구는 100% 주택 수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30~40대 이상의 1인 가구는 주택 수요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방일수록 1인 가구 많아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수도권의 1인 가구 비율은 21.4%에 불과하지만 지방의 1인 가구 비율은 25.0%에 이른다. 더욱이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은 1인 가구 비율이 26.4%에 이른다. 이는 사별 후 홀로 집을 지키며 사는 노인층이 농촌 지역에서 특히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1인 가구의 비중이나 성격에 따라 실제 주택보급률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택보급률을 특정 수치로 나타내는 것보다 범위로 나타내는 것이 현실적이다. <표>에서 실제 주택보급률은 초록색 선과 빨간색 선 사이에 어딘가에 위치할 것이며, 도시 지역은 상대적으로 초록색 쪽에 가까울 것이고, 노령 1인 가구가 많은 농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빨간색 쪽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주택보급률을 구성하는 가구 수뿐만 아니라 주택 수에서도 문제가 있다. ‘가구’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가 취사·취침 등 생계를 같이하는 생활 단위를 의미하기 때문에 1인 가구도 한시적이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지만 주택 수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이를 주택 수요로 봐도 의문은 남을 것이다. 1인 가구를 모두 주택 수요로 보면 주택보급률은 85.8%밖에 안 된다. 그러면 나머지 14.2%에 해당하는 250만 가구는 어디에서 기거할까. 노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답은 주택의 일부를 임대하는 부분 임대에 있다.

아파트는 한 가구가 전체 주택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단독주택은 방 한두 칸을 임대로 주기도 한다. 또한 다가구주택은 주택 수가 한 채로 통계에 잡히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구가 독립적으로 생활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어떤 지역의 다가구주택의 비율이 높을수록 통계상의 주택보급률은 낮게 나오지만 실제 상황은 그리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아파트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통계상의 주택보급률과 체감적인 보급률이 비슷하게 느껴질 것이다.

서울 강남구는 1인 가구를 제외한 것을 기준으로 주택보급률이 108.2%이지만 강북구는 91.2%에 불과하다. 이 수치만 보면 강남구는 주택이 남아돌고 강북구는 주택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주택이 부족한 강북구는 집값이 올라야 하고 집이 남아도는(?) 강남구는 집값이 떨어져야 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크게 다르다. 통계상의 주택보급률과 체감적인 주택보급률이 이처럼 다른 것은 아파트의 비율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아파트의 비중이 78%에 달하지만 강북구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 36%에 불과하다.

이것이 단순히 주택보급률만 가지고 정책을 펴기에는 어려운 점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흔히 1~2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도시형 생활주택이 필요하다고 한다. 실제로 정부의 전월세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도시형 생활주택의 건설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대로 1~2인 가구가 유효 주택 수요로 나타나는 곳은 도시 지역보다 농촌 지역이다.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건설한다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1~2인 가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도시 지역에만 집중되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전체 주택 중 아파트의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전세 등 수요 증감에 대해 탄력적이지 않다. 한 집에 여러 가구가 살 수 있는 다가구주택과 달리 아파트는 한 채에 한 가구만 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세 가격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도시형 생활주택을 다가구주택이 많은 지역이 아니라 아파트 보급률이 높은 지역에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땅값이 비싼 지역에서는 도시형 생활주택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낮아진다는 점에서 정책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 부동산 칼럼니스트. 객관적인 사고, 통계적 근거에 의한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투자 이론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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