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년 사이코패스를 다룬 충격적 스릴러

고백

“여러분은 사람을 죽이고도 죄를 추궁당하지 않는군요.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이 반 안에 내 딸을 죽인 범인이 있습니다.” 종업식 날 중학교 선생 모리구치 유코(마쓰 다카코 분)는 학생들 앞에서 기나긴 고백을 시작한다.

그녀는 싱글 맘이었고 얼마 전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며 키웠던 어린 딸 마나미가 학교 수영장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모리구치는 우연한 기회에 이것이 반 학생에 의해 계획된 살인이었고 그 살인이 왜 일어났는지 알게 된다.

14세 이하 범죄자는 소년법에 의거해 소년원에 들어가지 않은 채 ‘갱생’의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에 경찰에 알리기보다 그녀 스스로 복수를 감행하겠다고 공언한다.

마쓰 다카코를 1998년 이와이 슈운지의 ‘4월 이야기’에서 빨간 우산을 쓰고 짝사랑하는 선배를 훔쳐보던 청순한 소녀로만 기억한다면 ‘고백’을 보며 충격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혹은 ‘불량소녀 모모코’와 ‘혐오스러운 마쓰코의 일생’의 화려한 비주얼과 의도된 비현실적 설정으로만 감독 나카시마 데쓰야를 기억한다면 ‘고백’에 대해 섣부른 편견을 가질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고백’을 통해 지극히 어른스럽고 서늘하며 소름끼치는 변신에 성공했다. 미나토 가나에의 베스트셀러 ‘고백’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모든 면에서 관객의 기대를 넘어선다.

사실 유명 원작 소설을 넘어서는 영화는 극소수다. 대부분의 영화는 원작을 심각하게 압축하는 오류나 불필요한 늘리기를 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고백’은 원작보다 더 나은 드문 예로 꼽힐 만하다.

모리구치 유코의 고백이 끝난 다음 어린 진범과 그를 좋아하는 소녀와 그의 엄마가 차례로 자기 시점에서 바라본 사건 ‘이후’를 기술하는 책의 어조는 다소 유치한 반항심 때문에 힘을 잃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영화에선 각 인물들의 장광설을 깔끔하게 축소한 대신 인물들의 시점을 뒤섞음으로써 가해자-피해자, 중학생-어른 사이의 갭을 무리 없이 채운다. 이미 영화 초반부터 진범이 누구인지 밝혀버리는 ‘고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스릴러다.

타인을 마음대로 심판해 버리는 악의에 더 큰 초점을 맞춤으로써 더한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제34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편집상을 휩쓴 화제작.


줄리아의 눈

후천성 시력 상실로 고통 받는 줄리아(벨렌 루에다 분)는 같은 증세로 이미 시력을 상실했던 쌍둥이 언니 사라의 죽음에 충격 받는다.

줄리아는 기묘한 분위기의 이웃들, 무언가 감추고 있는 듯한 줄리아의 남편 이삭(루이스 호마르 분)에 대한 의혹에 시달리고, 언니가 죽기 얼마 전 사랑했다는 애인의 정체마저 묘연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여성이 목숨을 걸고 살인범과 대결하는 빼어난 스릴러.


위험한 상견례

전라도 순수 청년 현준(송새벽 분)은 펜팔로 만난 경상도 여인 다홍(이시영 분)과 사랑에 빠진다. 그녀와 결혼까지 결심하지만 뼛속까지 경상도 남자인 다홍의 아버지(백윤식 분) 때문에 전라도 출신이라는 정체를 감춰야 한다.

서울말 특별 과외를 받고 압구정남으로 변신한 현준은 부산으로 향하고 무시무시한 다홍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음침한 다홍의 오빠와 노처녀 고모, 우아한 서울 여자 어머니 등을 모두 설득해야만 한다.


미트 페어런츠 3

간호사 그레그(벤 스틸러 분)가 아리따운 팸과 결혼한 지 어언 10년, 이제는 귀여운 쌍둥이까지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의심 많은 전직 CIA 장인 잭(로버트 드니로 분)은 심장병에 걸리고, 이제는 가문의 주인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잭은 그레그를 차세대 가장으로 점찍지만 그레그가 아르바이트로 발기부전 약 홍보에 나서며 미모의 제약회사 영업사원 앤디(제시카 알바 분)와 함께 어울리는 걸 보고 분노한다.


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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