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칼럼] 심장 질환 가진 중년 남성의 성생활

박천진의 남성 upgrade_44

보통 나이가 들면서 심장 질환의 위험도도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면 성관계가 심장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까. 의학적인 데이터를 소개하면 평상시 혈압이 120/80mmHg, 심장박동 수가 60회인 건강한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해 오르가슴에 이르면 혈압은 무려 200/130mmHg, 심장박동 수는 140~180회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심장에 대한 부담은 평소 선호하는 체위나 파트너에 따라 달라진다.

흥미로운 것은 익숙하지 않고 성적 호기심을 넘치게 하는 섹시한 여성과의 섹스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중에서 심장박동 수를 증가시키는 교감신경의 항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적인 사례이지만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 남성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명한 사실은 익숙하지 않고 낯설고 설레는 여성 파트너와의 섹스나 지나친 음주 후나 과식한 뒤에 하는 섹스는 심장의 부담을 높인다는 것이다. 섹스를 할 때 심혈관계의 부담은 심장 질환을 앓는 남자들에게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의학자들은 심장 질환을 앓는 남자 5명 중 1명은 섹스를 할 때 가슴이 답답한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가슴이 답답한 증세를 보이는 남자들은 섹스로 인해 평소와 다른 부담을 받아 갑자기 심장이 견딜 수 있는 허용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힘에 겨운 섹스를 하면 다른 육체적 부담을 줄 때와 마찬가지로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실제로 섹스를 할 때 심근경색이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심장부정맥 또는 급성 심장 질환이 드물게 나타나기도 한다.

과음·과식 후 섹스는 심장에 부담

성교 시의 죽음에 관한 연구에서는 이런 죽음 대부분이 혼외정사에서, 대개는 정신적으로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매춘부나 애인과 섹스를 할 때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심장학회에 따르면 심장 질환을 앓는 남성들 역시 평소 일상생활에 특이 소견이 없고 신체적으로 다른 이상이 없다면 위험성이 아주 적다고 한다. 오히려 규칙적인 육체 활동은 삶의 질을 높여주고 심장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추천하고 있다.

혹시 성관계와 상관없이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심장박동이 불규칙할 때가 있는가. 또는 몸이 축 처지거나 계단을 오를 때 호흡 장애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심혈관 전문의를 찾아가 검진을 받아야 하고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먹는 발기부전 치료약은 비아그라·시알리스·자이데나 등이 있다.

이 약물들을 복용할 때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적절한 복약 지도를 받았겠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면 심장 질환의 병력이 있는 남성들은 주의해야 한다. 1998년에 처음 비아그라가 도입되고 나서 복용 후 사망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었는데 대개는 성교 도중의 심근경색이 원인이었다. 이미 심장이 약화된 중년 이상의 남성이 성관계 시 평소 육체적 부담보다 혈압이 상승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은 것이다.

한편 다른 약물과 같이 비아그라를 사용할 때 갑작스러운 혈압 강하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때 문제는 복용하는 약물이 심장 질환, 예를 들어 협심증에 처방하는 질산염이나 일산화질소라는 사실이다.

비아그라 성분인 실데나필은 혈압 강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질산염 제품과 함께 사용하면 안 된다. 비아그라를 복용할 때는 비뇨기과 전문의나 심혈관 전문의의 상담과 처방을 거쳐야 건강을 지키면서 만족스러운 섹스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박천진 강남 J비뇨기과 원장 www.manclinic.com

1991년 연세대 졸업. 비뇨기과 전문의(전립선·남성의학). 미국·대한비뇨기과학회·남성과학회·전립선학회 정회원. 세브란스병원 외래교수. 전 수도통합병원 비뇨기과과장. 강남J비뇨기과 대표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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