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 7년’ 송도의 천지개벽

인천경제자유구역 1000개 기업 ‘눈앞’

글로벌 기업 브랜드 가치 19위. 세계 초일류 기업을 목표로 뛰고 있는 삼성그룹의 위상이다. 설탕과 싸구려 TV를 만들던 한국의 작은 기업은 과감한 혁신을 통해 휴대전화와 반도체 왕국을 이루며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이 차세대 전략과 먹을거리로 결정한 ‘바이오산업’을 전 세계가 주시하는 건 ‘삼성이 투자하는 분야가 곧 미래 주력 산업’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주목받는 곳이 있다. 삼성 ‘바이오 제약’ 입주가 확정된 땅, 바로 ‘송도국제도시’다.


꽃샘추위와 바닷바람이 아직 매서울 때지만 송도는 대한민국 그 어느 지역보다 빨리 봄을 맞은 듯했다. 거리 곳곳에 걸려 있는 ‘삼성 바이오제약 입주 환영’ 현수막 뒤로는 옷깃을 여미면서도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적어도 개발이 덜 된 간척지가 풍기던 황량한 이미지는 이미 송도의 모습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개발과 투자로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비즈니스 도시로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도시 곳곳에 배어 있었다.

송도를 비롯해 영종·청라 등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Incheon Free Economic Zone)이 탄생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2009년까지는 비즈니스 및 주거 환경 단지 조성 등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춘 1단계 사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금융 위기를 계기로 찾아온 경기 침체와 부동산 경기 하락은 ‘송도 거품’을 만들어 내며 사업 진행 속도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오는 2014까지 예정돼 있는 송도 개발 2단계 기간은 ‘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삼성이 2조1000억 원 규모의 삼성 바이오 제약 입주를 결정한 것을 계기로 이 같은 계획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송도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차세대 먹을거리 생산·연구의 메카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2010년 6월 기준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송도와 영종도·청라 등 3개 지구에 입주한 기업 수는 876개에 이른다. 이는 2009년 같은 기간의 706개보다 24%나 늘어난 수치로 영종도가 546개, 송도가 328개, 청라는 2개 기업이 입주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IFEZ 입주 기업 수가 1000개를 넘으리란 전망이다.


송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중심

특히 송도국제도시의 변화 추세가 가파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전인 2003년만 해도 송도에 들어와 있는 전체 사업체(식당, 병·의원 등 개인 사업체 포함) 수는 8개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에는 763개, 2009년 907개를 넘어 2010년에는 1265개에 이르렀다.

이미 공항 개발을 통해 2008년 2028개의 사업체 수를 기록했던 영종도지구가 2009년에는 1948개로 오히려 줄어들고 2010년에 2111개로 소폭 상승한 것에 비하면 송도의 최근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송도에 입주한 기업 수 역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3년 ‘0개’로 전무했던 기업 수는 2008년 183개에서 2010년 328개로 늘어나 2년 새 80%나 급증했다. 기업체 수 증가 역시 같은 기간 영종도지구의 증가량(490→546개)에 비해 빠른 추세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을 끼고 있다는 건 그 어느 경제자유구역에 견줘도 따라오기 힘든 송도만의 매력이다. 하지만 단순히 지리적 메리트만으로 경제자유구역이라는 명함을 내밀기에는 부족하다.

전 세계 투자자와 기업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송도만의 매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송도는 바로 이 킬러 콘텐츠를 ‘IT’와 ‘바이오’로 잡았고 삼성 바이오 입주 유치 등 지금까지 성공적인 투자 유치 실적을 이끌어 내고 있다.

현재 송도에는 시스코, IBM 비즈니스파크 등 글로벌 기업을 포함해 작년 6월을 기준으로 첨단 업종 위주의 국내외 기업 328개가 입주해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6월에는 4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포스코건설이 서울 사옥을 이전해 국내 대기업의 송도행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을 시작으로 삼성 후폭풍은 송도 개발에 불은 지핀 상태다.

앞으로 송도에 들어올 기업들의 면면도 눈부시다. 2010년 10월에는 미국 시스코의 차세대 주력 업종인 ‘S+CO(스마트 커넥티드 커뮤니티)’ 분야의 본부인 ‘글로벌 R&D센터’를 설립하기로 협약했다.

최근에는 롯데가 1조 원을 투자한 초대형 쇼핑몰 건립을 발표했다. 글로벌 기업인 존슨앤드존슨도 송도국제도시 내 첨단 의료기기 임상교육센터 투자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위 지자체인 인천광역시도 송도 개발을 위해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인천시는 송도를 산학연 연계 바이오·나노·생명공학 허브로 집중 육성한다는 청사진이다. 먼저 맞춤형 인재 양성과 관련해 인천대에 2012년 생명공학대학, 2015년 생명과학연구소와 생명과학대학원을 각각 설립한다.

여기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삼성 등의 바이오 기업과 인력·교육·취업에 대한 구체적인 양해각서(MOU)를 맺도록 권장할 계획이다. 인하대, 가천의과학대, 연세대 생명과학 및 약학과 등에서 배출된 전문 인력들이 기업과 연계될 수 있는 네트워크화를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 사업도 적극 펼치게 된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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