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 뷰티] 봄 트렌드, 어디까지 가봤니?

남성 패션 트렌드 따라잡기

지상과 천상에서의 시간이 다르듯, 여성복과 남성복의 유행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한다. 남성 패션의 유행은 조삼모사하는 여성의 그것보다 더디지만 은근하면서도 좀 더 섬세하게 지속된다.

몇 년을 주기로 라펠(접은 옷깃)이 넓어지다가 다시 좁아진다거나, 바지 밑위가 올라가다가 곧 내려간다거나…. 또 넥타이의 너비가 넓은 듯하다가도 중간 혹은 아주 얇아지기도 하며 그야말로 기본에서 조금씩 아주 미묘하다.

그래서 더 눈치 채기 어렵고 무시하다가는 오히려 크게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클래식에 중점을 둔 기본에 시시각각의 디테일 변화를 잘 잡아내는 것이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맹목적으로 유행만 좇는 ‘찌질한’ 패션 빅팀(victim:패배자)이 되지 않는 핵심일 것이다.

배바지가 아저씨 룩?

패션 유행을 따르는 것이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남성들을 위해 꾸미지 않은 듯 센스 있는 남성으로 주목 받을 수 있도록 올봄 필자가 제안하는 다음의 몇 가지 포인트를 꼭 기억해 두자.

그레이와 베이지를 기본으로 카키와 그린 컬러가 급부상해 한층 더 젊은 느낌을 주는 투 버튼 슈트(스리 버튼이라도 맨 위의 버튼이 접혀진 라펠 속에 숨어 투 버튼처럼 보이는 슈트)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포인트는 재킷과 바지의 짧아진 길이에 바지 밑위길이가 2cm 이상 올라간 ‘배바지’를 멋지게 소화하는 것이다.

사실 이 유행의 중심에는 전 세계 패션 피플의 사랑을 받고 있는 미국의 디자이너 ‘톰 브라운’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럭셔리 하이 엔드 패션에서부터 유니클로 같은 패스트 패션까지 ‘멋쟁이 배바지’의 바지 길이와 밑위의 패러다임은 올봄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아니, 적어도 배 위로 올라가 있는 바지를 입은 타인을 이상하다고 놀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바지의 밑위가 충분히 올라와 있지 않은 것을 반성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패션 경향에서 무엇보다 주의할 점은 단순히 ‘아저씨 배바지 스타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나온 윗배와 옆구리 ‘러브 핸들’을 필히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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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그 하나만으로도 훨씬 더 다른 느낌으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면 믿겠는가. 단, 그 재킷이 지금의 트렌드라는 카테고리 안에 잘 맞아떨어지고 또 자신의 사이즈에 잘 맞아떨어지기만 한다면 말이다.

올봄 남성 재킷의 특징은 ‘슬림함’을 기본으로 보다 짧아진 기장과 소매 길이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엉덩이를 넉넉하게 푹 덮는 대신 올 시즌 한층 깡총하게 짧아진 바짓단을 배려라도 하듯 재킷의 몸통 길이는 파격적으로 짧아지고 있다.

엉덩이 반만 덮는다거나 보다 높은 골반뼈 위치에 걸쳐지는 발전된 양상으로 활동성을 강조하는 추세다. 단, 슈트로 한 벌을 입을 때에는 재킷의 길이가 너무 짧지 않게 중간 길이를 고수하도록 해야 한다.

색상은 가장 무난한 베이지와 그레이, 네이비에서 그린, 카키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봄의 화사한 컬러가 가미된 다양한 시도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라펠 또한 좀 더 모호하게 날렵해졌다.

그 어느 때보다 스타일리시한 아메리칸 클래식이 대세인 올봄에는 폭이 많이 좁은 타이를 매치하는 것에도 도전해 보기 바란다. 짧고 슬림한 재킷에 멋쟁이 배바지, 그리고 좁은 타이. 이 세 가지 포인트의 조합을 잘 소화하기 위해 쇼핑보다 먼저 선행돼야 할 우리 남성들의 당면 과제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겨우내 불어난 자신의 윗배와 옷장 속 유행을 지나 표류하고 있는 아이템들을 과감하게 분리수거하는 것이다.


황의건 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

1994년 호주 매쿼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 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 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보그, 바자, 엘르, 지큐, 아레나 등에 칼럼 기고. ‘250,000,000 버블 by 샴페인맨’ ‘행복한 마이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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