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적과의 동침’…점유율 유지 전략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 이유는?

소비자들이 아이폰에 열광하고 통신사들이 애플에 끊임없이 구애를 보내는 이유는 아이폰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을 인정하자면 아이폰 유저들은 아이폰을 이용하는 것이지 통신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즉 궁극적으로 아이폰 이용자는 애플의 고객일 뿐 통신사의 고객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폰은 통신 시장에 ‘재스민 혁명’을 일으켰다.

하지만 정작 애플은 상당히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한다. 애플은 결코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통신사와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SK텔레콤이 아이폰을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적을 끌어안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2010년 10월 ‘글로벌 플랫폼’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또 기반 기술(API)을 개방해 외부 개발자와 동반 성장하기로 했다. 이미 T맵·SMS 등의 소스를 공개했고 향후 T스토어·멜론 등의 소스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개방정책에 따른 효과는 T스토어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직 앱스토어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지만 콘텐츠 수 8만 건, 누적 다운로드 1억 건, 일평균 매출 1억 원 돌파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애플로 야기된 개방과 상생의 철학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주도권은 SK텔레콤이 쥐고 있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정작 아이폰에서는 T스토어를 사용할 수 없다. 통신이 지난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파이프 장사(네트워크 회선 이용료)만 할 것이 아니라 개방의 콘셉트를 적용한 물장사(콘텐츠 사업)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실천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아이폰에서는 콘텐츠 사업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아이폰이 주는 아이러니다. 결국 아이폰은 SK텔레콤의 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적은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아이콘이다. 적을 없앨 수 없다면 끌어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SK텔레콤으로 쏠림 현상은 없을 듯

이러한 배경 때문에 SK텔레콤의 마케팅 전략이 아이폰에 집중될 가능성은 낮다. 또 아이폰이 초기처럼 시장을 쥐락펴락하기도 힘들어졌다. 지난 MWC 2011에서도 보았듯이 이제 더 이상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적인 차별성이 없어지고 그 위에 얹어지는 서비스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올해에는 얼리어답터들처럼 특정 폰에 집착하는 현상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국가별로 하나의 통신사에만 아이폰을 공급하는 정책을 깬 것도 어떻게 보면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회복을 꾀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SK텔레콤의 가입자 전략은 ‘유지’이지 ‘추가 확보’는 아니다. 지난해의 성과를 보면 아이폰 없이도 과반수의 점유율은 충분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이폰 도입을 통해 스마트폰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더 높여나갈 가능성은 낮다.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기존 KT의 아이폰 고객들이 SK텔레콤으로 갑자기 이동하거나 신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SK텔레콤의 아이폰을 보고 몰려들 가능성 또한 낮다. 아이폰 3GS 사용자들의 24개월 약정 기한이 최소 11개월 이상 남아 있고 아이폰4는 이제 도입된 지 5개월이 지났다.

이 때문에 현시점에서 기존 KT의 아이폰 고객이 SK텔레콤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많지 않다. 또 신규로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는 고객에게는 이제 아이폰은 수없이 쏟아져 나올 스마트폰들에 속해 있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신규 사용자 역시 아이폰 때문에 SK텔레콤으로의 쏠림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 또한 낮다.

결국 SK텔레콤에는 아이폰의 위치가 가입자 모집의 수단이라기보다 없애지 못할 적을 차라리 품 안에 두고 컨트롤함으로써 시장의 지배적인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자는 전략적 수단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현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선택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연세대 기계공학과 졸업. KAIST 금융공학 석사. 삼성SDS, KT, 티맥스소프트, 대신증권(현). 애널리스트 경력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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