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년 70세 또는 평생 현역 ‘중론’

본격화하는 정년 연장 논의

최근 60세 정년을 둘러싼 해프닝이 구설에 올랐다. 노·사·정이 지금(57.16세)보다 3세 정도 정년을 늘리겠다는 방침에 의견이 접근했다는 보도에 주무 부처인 노동부가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게 요지다.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문제 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정년 연장은 이미 선진국에선 일반적인 현상이다. 다양한 기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만 봐도 그렇다. 일본은 정년 연장으로 고령 노동력을 활용해 저성장 딜레마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는 세원 확보까지 기대하는 눈치다.

잉여인간화의 상징 집단인 고령자에겐 새로운 인생 모색과 삶의 만족감을 증가시키는 심리적인 장점도 거론된다. 실제 정년 연장은 고령 국가가 지닌 제반 문제의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노후 자금을 확보하고 사회·경제적 미래 활력을 되찾는 유력 카드인 까닭에서다.

근로자 희망 정년은 65세 이상이 압도적

이와이제작소
일본 근로자도 정년 연장(계속 고용)을 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소득 확보 등 경제적 이유가 크다. 주간 동양경제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근로자의 35%가 정년 이후의 적극 근로를 희망했다(2010년 10월 2일). 희망 정년은 65세 이상이 압도적이었다.

이유는 연금 수령 공백 벌충(40%)과 연금 부족분 벌충(45%)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근로보람·건강유지·사회연대 등은 일부에 그쳤다. 근무 형태로는 50% 이상이 풀타임 일자리를 원했다. 일본 정부도 1990년대 이후 정년 연장을 적극 추진 중이다. 먼저 1994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1998년부터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이후 고령자고용안정법(2000년 개정)은 65세까지의 계속 고용 노력을 의무 규정으로 뒀다. 하지만 노력 규정은 곧 한계에 봉착했다. 그래서 65세 정년 의무를 규정한 고령자고용안정법이 2004년 개정됐고 2006년부터 발효 중이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높아지면서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65세 정년제 등 계속고용제도(희망할 때 정년 이후까지 계속 고용)의 단계 도입을 의무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년 상향 △계속 고용 △정년 폐지 등이며 대상은 근로자가 있는 전체 기업이 해당된다. 정년 상향 스케줄은 2007년(62세 이상), 2010년(63세 이상), 2013년(64세 이상) 등이며 2013년 4월부터 65세 이상으로 설정된다.

65세 정년만으로도 부족하다는 여론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70세로 늘리자는 움직임이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규모를 감안할 때 추가적인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연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주장이 그렇다.

이에 대비해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더욱이 65세까지 일하도록 강제한 현행 제도에서 대다수 기업이 여전히 60세 정년을 유지한 채 일종의 타협책으로 60세부터의 계속 고용을 적용 중이란 건 추후 또 다른 한계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기·근본적인 대응책으로 70세 정년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사실상 정년 폐지 효과를 기대하자는 의도다. 고령화에 따른 공통 문제에 봉착한 서구 선진국도 비슷한 추세다. 유럽은 이미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7~68세로 끌어올리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다. 2008년 자민당 정권도 70세 정년 기업을 20%까지 늘리는 등 65세→70세로의 정년 연장 의지를 밝혔었다.

정년 자체를 없애는 게 낫다는 의견도 힘을 얻는다. 일찍부터 ‘정년 파괴, 평생 현역’ 등 정년제 무용론을 주장한 세이케 아쓰시 게이오대 총장은 “정년퇴직제의 존재 자체가 고령자 취업에 명백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일례로 근로 의욕이 있어도 정년제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년 이후 제2의 직장에서 근무한다고 하더라도 제1의 직장에서 획득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경제학자 야마다 아쓰히로는 “정년퇴직 관행과 정년 전후의 유연한 임금 체계가 고령자 취업의 주요 결정 변수란 점에서 정년 무용론에 동의하며 정년 연령을 보다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70세까지의 정년 연장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또 다른 연장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염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70세까지의 정년 연장과 관련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곳은 고령자 고용 문제를 전담하는 ‘고령·장애자고용지원기구’와 노동 이슈 연구 기관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 등이 있다. ‘고령·장애자고용지원기구’는 2010~2011년 연속 70세 정년을 위한 특집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여론 조성에 적극적이다.


대기업일수록 정년 연장 소극적

그렇다면 실제 기업 단위에서 정년 연장의 현실은 어떨까. 고용 확보 조치는 기본적으로 계속 고용 도입에 대응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고령자 고용 상황(2010)’에 따르면 2010년 6월 현재 65세까지의 계속 고용을 위한 고용 확보 조치를 실시한 기업은 96.6%로 법률 규정에 따라 착실히 진행 중이다.

이 중 대기업(98.7%)이 중소기업(96.3%)보다 활발하게 고용 확보 조치를 도입했다. 고용 확보 조치 내역을 보면 정년 폐지(2.8%), 정년 상향(13.9%)보다 계속 고용(83.3%)이 광범위하게 채택됐다. 정년 연장 및 폐지는 일부 중소·영세기업에 한정되며 그 수도 극히 일부분에 그친다.

고용 확보 조치는 정년제 설정 기업일수록 적극적이다. ‘취로 조건 종합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정년제를 도입한 기업의 비중은 93.1%인데 이 가운데 일률적인 정년 규정을 가진 경우가 98.7%로 절대 다수다.

일률 정년제 도입 기업의 정년 연령은 60세(82.7%)가 압도적이며 65세 이상(13.3%)은 일부에 그쳤다. 다만 65세 이상은 2008년(10.9%)보다 소폭 늘었다. 기업 규모(근로자 수)가 작을수록 65세 이상 정년 연령 기업이 많았는데 30~99명(16.5%)에 비해 1000명 이상(3.4%)은 극소수에 머물렀다. 대기업일수록 정년 연장과 관련한 제도 개혁이 복잡·난이하다는 방증으로 이해된다.

또 일률 정년제 기업은 대부분 계속 고용제(91.3%)를 도입했다. 이는 대기업일수록 비중이 높다(1,000명 이상=97.6%, 30~99명=89.2%). 내용별로 보면 재고용(68.5%), 근무 연장(11.5%), 양자 병행(11.3%) 등이다.

결국 60세 정년제가 여전한 가운데 60세 이후에도 계속 고용이 가능한 관련 제도를 도입한 경우가 절대 다수라는 의미다. 일단 퇴직한 뒤 다시 근로계약을 통해 재고용, 근무 연장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고용 연령 상한선은 재고용(77.1%), 근무 연장(55.8%)으로 나타났다.

정년 연장 해당 조건은 비교적 장벽이 낮다. 출퇴근이 힘들거나 인사고과가 현격히 나쁘지 않으면 희망자에 한해 대부분 계속 고용이 가능하다. 실제 ‘고령자 고용 상황에 대해(2009)’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계속 고용을 희망하지만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이직을 준비 중이라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계속 고용(71%) 예정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18%는 본인 희망으로 정년퇴직할 예정이었다. 물론 현실은 규정보다 다소 미묘하게 운영된다. 고령자 노동 잉여가 특히 심한 대기업·은행은 50세 이후 직역 정년이 적용돼 세컨드 라이프를 위한 직업교육 등을 통해 인재 선별이 시작되는 게 일반적이다.

즉 50세부터는 회사의 암묵적 평가에 따라 자발적으로 계속 고용을 포기하는 층이 적지 않다. 강제하진 않지만 본인의 계속 고용이 가능할지 혹은 이런 이유로 회사에 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우려하며 스스로 정년 은퇴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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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정년 연장을 위한 정부 지원제도

다양한 형태 지원·자금보조 ‘병행’

정년 연장을 실현하자면 고용 권한을 쥔 기업의 동의가 필수다. 그런데 기업은 고용비용 증대 우려와 임금 시스템 개혁 압박 등을 이유로 신중한 편이다. 이 때문에 순조로운 정년 연장을 위해서는 정책 지원과 배려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도 다양한 형태의 지원과 자금 보조를 실시하고 있다.

먼저 2010년 고령사회 대책 관계 예산의 분야별 시책 중 취업·소득과 관련한 내용도 크게 보면 근로자의 정년 연장과 관련이 있다. 고령자 고용 확보 충실 장려금 창설(희망자 전원이 65~70세까지 근무 가능한 고용 확보 조치 때 조성)이 대표적이다. 전체 예산은 2008년 7조6684억 엔에서 2010년 10조6133억 엔으로 늘었다.

한편 고령자 계속 고용(정년 연장, 폐지 포함)에 한정된 직접 지원도 있다.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에 대해’를 보면 우선 각종 지원금이 있다. 정년 연장 등의 실시 기업에 △중소기업 정년 연장 장려금(계속 고용을 위한 제도 변경에 나선 상용 근로자 300명 이하 기업주를 대상으로 지급) △고령자 고용 모델 기업 조성금(정년 연장을 위해 새로운 직역 개척과 처우 개선, 외부 활용 등을 도입한 사업주에 대해 필요 자금의 2분의 1 지급) △고령자 고용 확보 충실 지원금(65~70세의 고용 확보 조치를 지원하는 사업을 실시한 사업주 단체에 최대 500만 엔 지급) 등을 지원한다.

전영수 게이오대 경제학부 방문교수 change4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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