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3배 성장의 비밀] '아시아 톱10’ 향해 거침없는 질주

‘글로벌 기업’ 변신 박차

롯데그룹은 전형적인 내수 기업이었다. 제과로 출발했고 유통으로 성장했다. 백화점, 대형 마트, 편의점, TV 홈쇼핑 업체 등을 잇달아 설립하거나 인수하면서 ‘유통 지존’으로 통했다.

그렇지만 1997년 신동빈 회장이 부회장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한 이후 석유화학업의 외형이 커지면서 체질이 변했다. 게다가 꾸준하게 해외 진출을 추진하면서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이 2009년 3월 ‘2018 아시아 톱10 글로벌 기업’이라는 비전을 발표한 후 글로벌 사업 확장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롯데는 ‘아시아 톱10’ 목표인 매출 200조 원 달성을 위해 해외 매출 비중을 30% 선까지 높인다는 구상이다.

더욱이 롯데가 해외 거점으로 삼고 있는 브릭스(VRICs:중국·베트남·러시아·인도네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매출은 61조 원으로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이 중 해외 사업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7조 원으로 전년 대비 200% 이상 성장했다.


유통 부문

‘글로벌 롯데’의 선봉장은 유통이다. 롯데백화점의 비전은 2018년까지 ‘글로벌 톱10 백화점’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현재 모스크바와 베이징에 해외 1, 2호점을 운영 중인 롯데백화점은 다가오는 4월 중국 톈진의 고급 상권인 둥마루(東馬路) 지역에 해외 3호점인 톈진점을 개점한다.

톈진점은 롯데백화점이 중국에서 단독으로 개설하는 첫 백화점이다. 이와 함께 2012년에는 톈진 2호점, 2013년에는 선양점을 오픈하는 등 2018년까지 중국에서만 총 20개의 백화점을 세울 계획이다.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에 추가 출점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10년 중국에서 3개점을 추가로 오픈했다. 롯데마트는 앞서 중국(2007년 12월)과 인도네시아(2008년 10월)에서 글로벌 대형 마트 체인인 마크로를 인수한데 이어 2009년 10월에는 중국 토종 대형 마트인 타임스를 인수했다.

타임스는 장쑤·상하이·저장·산둥 등에서 65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다 추가로 점포를 낼 예정이어서 현지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로써 롯데마트는 지난 2월 말 현재 해외 106개점(중국 82개, 베트남 2개, 인도네시아 22개)과 국내 90개점 등 총 196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국내 10여 개점을 비롯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 30여 개 점포를 신규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7월 중국 홈쇼핑 업체인 럭키파이를 인수, 중국 내 백화점과 대형 마트로 구축한 탄탄한 오프라인 점포망에 이어 온라인 채널까지 확보했다. 중국 내 3위 홈쇼핑 업체인 럭키파이는 상하이·충칭·산둥성·허난성·헤이룽장성·윈난성 등 6개 지역에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식품 부문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등 식품 부문도 해외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제과는 그동안 러시아·베트남·인도에서 건설 중이던 초코파이 공장을 지난해 잇따라 완공했다. 작년 3월 베트남 호찌민과 7월 인도 첸나이에 초코파이 공장을 준공했다.

2004년 현지 제과업체 패리스를 인수해 롯데인디아를 설립한 롯데제과는 초코파이 공장 준공으로 인도에서 종합 제과 회사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러시아에서도 지난해 9월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120km 떨어진 칼루가 주 오브닌스크시에 첨단 초코파이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10월에는 파키스탄의 제과 업체인 콜슨을 인수하는 등 동남아 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중국 현지법인인 베이징의 롯데화방음료유한공사(4개 생산 라인)와 허난성의 롯데오더리유한공사(13개 생산 라인)가 총 17개의 생산 라인을 운영하며 롯데 브랜드의 과즙 제품류를 비롯한 탄산음료·기능성음료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필리핀펩시(PCPPI)를 인수해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필리핀 전역에 11개의 공장과 106개의 지점망을 갖고 있는 필리핀펩시는 펩시콜라·마운틴듀·게토레이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어 현지 시장 진출의 든든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1998년 베트남에서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베트남인들의 입맛을 집중 공략, 베트남 전역에 78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베트남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중국 시장에도 진출, 현재 32개의 매장을 열었다. 이 밖에 엔제리너스커피도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 현재 베트남 3개, 중국 8개의 점포를 개설했다.

롯데호텔도 해외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첫 해외 체인인 ‘롯데호텔모스크바’가 지난해 9월 성공적으로 그랜드 오픈했다.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이 있는 뉴알바트(New Arbat) 거리 롯데타운 부지에 들어선 ‘롯데호텔 모스크바’는 6성급 럭셔리 호텔로 총 304개의 객실, 3개의 레스토랑, 6개의 중소 연회장 및 최고급 만다라 스파(Mandara Spa) 등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호텔은 모스크바에 이어 2013년 베트남 하노이, 2014년에는 중국 선양 등에 체인 호텔을 차례로 오픈해 2018년까지 한국과 해외에서 20여 개의 호텔 체인을 운영할 계획이다.


중화학·건설 부문

롯데그룹의 또 다른 성장 축인 석유화학 부문 역시 2018년 매출 40조 원 달성을 목표로 글로벌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소재 석유화학 회사 타이탄 케미컬(Titan Chemicals Corp. Berhad) 인수를 위한 주식 양수도 계약을 타이탄의 대주주인 챠오그룹(Chao Group) 및 말레이시아 정부 국가 펀드(Permodalan Nasional Berhad)와 체결했다. 총 인수 금액은 원화 기준 약 1조5000억 원이다. 이는 롯데그룹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타이탄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석유화학 회사로 2009년 매출액이 16억4000달러이며 자국 내 상장사 매출 기준으로 상위 30위권의 회사다. 말레이시아 폴리올레핀(PO) 시장점유율 40%, 인도네시아 폴리에틸렌(PE) 시장점유율 30%로 동남아시아에서 입지가 확고하다.

또한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에 소재한 다수의 공장 및 시설에서 작년 말 기준 연간 올레핀(Olefins) 1100만 톤, 폴리머(Polymer) 1500만 톤, 부타디엔(BD) 10만 톤, BOPP 필름 38만 톤 등을 생산해 아시아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2011년에도 기존에 진출한 중국의 생산 시설을 늘리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미주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KP케미칼은 지난 1월에 영국 내 자회사인 롯데케미칼UK를 통해 영국 아테니우스사의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연산 50만 톤) 및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연산 15만 톤) 생산 설비를 인수해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롯데건설은 2011년을 ‘글로벌 건설사’로 변모하는 원년으로 삼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플랜트 부문에서 해외 수주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와 관련된 전문 인력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최근에는 요르단에서 4억 달러 규모의 발전소와 액화석유가스(LPG) 저장 탱크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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