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Ⅰ] 안티에이징 비즈니스 '붐'…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뜬다

현대인의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건강과 웰빙을 위해 많은 시간과 막대한 돈을 쓰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단지 노년층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30~40대 젊은 층도 이러한 열기에 동참하고 있다.

외모뿐만 아니라 신체 기능의 노화를 조금이라도 지연하려는 안티에이징(Anti-aging:항노화)은 비즈니스의 주요 고객이 고소득층인 배경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2일 부산 시청 12층 국제소회의실. 부산시는 안티에이징 산업을 부산의 미래 전략 산업으로 정하고 육성 사업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학계, 유관 기관, 업계 전문가 30여 명을 불러 모았다.

부산이 안티에이징 사업을 주목한 이유는 그동안 일본 관광객들이 성형 관광으로 부산을 많이 찾아 부산에는 메디컬 스트리트 등 우수한 의료 인력이 확보됐고 관광과 의료 서비스의 접목이 용이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올해부터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 도심권에 안티에이징 의료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센터가 들어설 107만7882㎡의 부지는 현재 철도 시설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부산시는 철도 시설을 모두 외곽으로 옮기는 대대적인 작업을 감수하면서도 안티에이징 의료센터를 조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 피부 노화 방지, 줄기세포를 이용한 노화 제어, 뇌기능 퇴화 예방 등의 의료 서비스 시설을 유치한다는 밑그림이다. 이를 위해 이 센터에 입주하는 병원과 연구소 등에는 각종 세제 혜택과 연구비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세워 놓았다.

이제 ‘안티에이징’이란 단어는 단순히 고급 기능성 화장품 앞에 붙는 수식어가 아니라 하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며 지자체와 정부까지 나서 육성책을 내놓고 있다.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선진국에서 각광 받고 있는 안티에이징 산업에 대해 지식경제부는 기업·대학·구소 등이 참여하는 항노화제품개발사업단(가칭)을 꾸려 2011~2014년까지 연간 90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경부는 2009년 산업기술혁신촉진법을 근거로 ‘항노화 산업 육성 방안’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항노화 산업은 세계시장 규모가 2006년 1352억 달러에서 2015년 2919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치료·진단·휴식을 한 번에…메디컬 콤플렉스 붐

최근 안티에이징 산업은 융복합화·고급화·첨단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차병원은 미래형 병원을 표방하며 노화도·유전자 검사뿐만 아니라 각종 스파·운동요법·영양요법을 융합한 메디컬 안티에이징센터 ‘차움’을 청담동에 설립했다.

안티에이징에 대한 고소득층의 수요가 뒷받침돼 차움은 일단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차움의 회원이 되려면 1억7000만 원의 회원권을 사고 연회비 450만 원을 내야 한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차움이 개장하기 전인 지난해 7월 시범 운영 기간에 이미 300명이 가입했고 정식 오픈한 지 5개월이 지난 현재 약 5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회원 중에는 대기업 총수나 연예인도 다수 있다고 차움 측은 귀띔했다.

더욱이 이곳에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미래에 질병이 걸렸을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줄기세포나 제대혈 세포를 저장하고 있는 이도 5000명에 이른다. 약 20년 저장을 기본으로 하는 이 서비스는 세포에 따라 180만 원에서 900만 원 수준이다. 현재 줄기세포 등을 배양하거나 치료에 이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미래에 대비해 지금은 저장만 해둘 수 있다.

차움이 제공하는 안티에이징 서비스는 다양성과 럭셔리 면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5개층 2만㎡ 공간에서 프리미엄 건강검진뿐만 아니라 12가지 노화도 정밀검사를 통해 우리 몸에서 기능이 떨어진 곳을 찾아내고 동서양 의학을 통한 치료, 그리고 음식·차·스파·피트니스 등의 클리닉을 제공한다.

차움의 파워에이징센터의 특화 클리닉 종류를 살펴보면 비만, 에너지&디톡스, 만성피로·스트레스 클리닉, 관절·척추·만성통증, 한방 8체질, 면역 증진 프로그램, 갱년기 프로그램, 자세 및 근골격 프로그램, 뇌기능 및 수면 프로그램, 심혈관 강화 프로그램, 정맥 주사요법 등 건강과 관련된 모든 관리가 총망라돼 있다.

파워에이징센터를 포함한 7개의 센터에는 최우수 의료진은 물론 각 센터별로 분야의 전문가가 VI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이곳에서 회원 간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까지 관리하며 직원 한 명씩 따라붙어 안내하고 있다. 인테리어·조명·유니폼도 세계 유명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의료 및 안티에이징 복합 콤플렉스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차움은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차움의 배철영 소장은 “해외의 대표적인 안티에이징센터는 스파와 미용이 중심인데 비해, 차움은 의사의 책임 하에 노화를 관리한다는 점에서 유일하다”며 “차움은 처음부터 내국인뿐만 아니라 의료 관광을 오는 외국인도 겨냥했다”고 밝혔다.

차움은 내년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중국 베이징 시내 및 외곽, 총 3개의 해외 차움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현지 서비스뿐만 아니라 국내 센터와 연계할 방침이다.

차움과 같은 메디컬 안티에이징 콤플렉스도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성모병원은 2013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마리스텔라’라는 의료와 시니어타운, 웰빙을 조화한 복합단지를 준비하고 있다. 송도병원도 총사업비 4000억 원을 투입해 전북 고창 석정온천지구에 154㎡ 규모의 휴양형 웰빙 시니어타운 ‘웰파크시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성형외과 업계에서는 어려 보이거나 젊어 보이게 하는 이른바 안티에이징 시술이 가장 뜨거운 키워드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눈·코·얼굴윤곽을 전반적으로 다듬어 동안을 만들고 가슴에 볼륨을 더해 젊어 보이게 하는 ‘베이글녀(베이비 페이스+글래머)’ 성형이 인기다.

장·노년층 사이에서도 눈꺼풀이 아래로 처지는 안검하수증에 대한 성형 수술이 크게 늘고 있으며 피부 주름을 없애주는 필러 또는 보톡스 시술도 여전히 인기다.


화장품·성형에서도 뜨거운 안티에이징 바람

여기에 연간 6조 원에 이르는 화장품 시장에서도 줄기세포 배양물을 넣은 잔주름 개선 및 피부 재생용 노화 방지 기능성 화장품의 매출이 지난 수년간 30%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혈액에서 추출한 지극히 초기적인 줄기세포 주사법인 혈소판 풍부혈장(PRP) 치료가 피부 미용은 물론 무릎 관절염 치료에 적용된 지 오래됐다.

해외에서는 억만장자나 유명 인사를 대상으로 한 안티에이징 클리닉이 역사적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의 라프레리, 미국의 캐논렌치, 팜스프링스 생명연장연구소, 프린스턴 장수센터, 메이요클리닉 등이 있다.

원래 안티에이징이란 개념은 1980년대 미국에서 탄생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예방의학에 주력하면서 ‘건강한 사람들(healthy people) 운동’을 범국민적으로 펼쳤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 중 사회 제도적으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9% 이하로 줄이자는 캠페인이었다.

이후 건강의 질은 돈과 시간을 투입할수록 향상될 수 있다는 적극적 사고방식이 확산됐다. 그 궁극적인 모습이 안티에이징 의학으로 노화와 함께 감소하는 호르몬을 보충하며 활기찬 몸을 되찾자는 시도였다.

현재 안티에이징은 전 세계적으로 소비 트렌드를 나타내는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며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가 된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질병을 앓는 노년층을 줄이자’는 도입 초기의 취지를 살리고 하나의 산업으로서 더욱 크게 성장하려면 고소득층만이 아닌 더욱 광범위한 사람들의 안티에이징 서비스로 확대돼야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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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일본, 안티에이징 아파트도 등장

‘살면 살수록 젊어진다’

대표적인 장수 국가 일본에서도 ‘안티에이징’이 대세다. 이를 테마로 한 화장품·의료·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고 건축계에서도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테마형 맨션(아파트)을 주로 공급해 왔던 일본 부동산 개발 회사 ‘아키라와’는 지난해 말 오사카 시내에 ‘안티에이징 아파트’를 선보였다.

일본 안티에이징 연구의 권위자인 모리시타 류이치 오사카대 교수의 감수 아래 만들어진 이 아파트는 노화를 저지하기 위한 첨단 시설들로 꾸며져 있다. 일단 현관에는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붉은 발광다이오드(LED) 등이 통로로 연결돼 있다.

친환경 일본식 바닥재인 다다미가 깔린 거실의 한쪽에는 6명이 이용할 수 있는 라돈 족탕이 있다. 바닥에 라듐 광석이 들어간 타일이 깔려 있어 온수를 넣으면 저방사선 라돈 가스가 발생한다. 라돈 온천은 면역력을 높여주는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대 머리맡 송풍구에서는 고농도 산소가 흘러나와 마치 스포츠 선수가 이용하는 산소 캡슐처럼 피로를 해소해 준다. 침실의 벽과 천장에 그려진 만발한 벚꽃은 전기를 끄면 어둠속에서도 ‘블랙라이트’로 빛나 깊은 수면을 유도한다.

욕실과 화장실에도 다양한 안티에이징 시설이 고안돼 있다. 욕탕에는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탄산 광천수가 흘러나와 몸을 담글 수 있다. 욕실은 증기 사우나로도 변환할 수도 있다.

화장실에는 어깨 결림에 효과가 높은 극초단파 장비도 설치돼 있다. ‘안티에이징 실험실’로 불리는 이 아파트에는 현재 이곳을 설계한 후지타 다쿠미 사장이 직접 거주하면서 ‘회춘 효과’ 를 입증했고 곧 신청을 받아 임대할 예정이다.


[안티에이징 산업이란]

안티에이징(Anti-aging:항노화)이란 용어는 전문적인 학술 용어라기보다 폭 넓게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는 주요 사망 질환의 발병을 늦추는 방법을 말하며 다른 한편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의미한다. 안티에이징 산업은 첨단 바이오 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노화 및 노인성 질환의 예방 치료 및 개선을 위한 의약품·식품·화장품·의료 서비스를 통칭한다.


취재=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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