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산책] 재스민 혁명과 미국 경제

현재 미국은 다음 시민혁명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청년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가 넘고 실업률 또한 36%가 넘는 예멘을 꼽고 있다. ‘재스민 혁명’이 단기적 악재란 점엔 이견이 없는 듯하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10%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함께 경기 회복세가 지지부진하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10년 11월 4일 6000억 달러의 양적 완화(QE2)를 결정한다. 이어 한 달 뒤에는(12월 17일) 미 의회가 858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승인함으로써 미국인들의 호주머니에 약 1300억 달러의 현금을 더 채워주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은 2011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전망치보다 1%포인트 상향 수정했고 미 FRB 역시 2010년 11월 공개시장위원회가 발표한 2011년 3.0~3.6% 성장률 전망치에서 3.4~3.9%로 상향 조정하기에 이른다. 2011년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대세가 된 배경이다.

그러다 지난 1월 14일 이후 복병을 만난다. MENA, 즉 중동(Middel East)+북아프리카(North Africa) 지역에서 ‘재스민 혁명’이 점화되면서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 것이다. 리비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2%다.

1일 생산량은 160만 배럴 정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1일 생산 여유분으로 400만 배럴이 가능하다니 리비아가 석유 수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유가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란 게 시장의 냉정한 분석이지만 시장은 심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때도 있다. 더욱이 만약에 ‘재스민 혁명’이 사우디아라비아로까지 확대된다면 어떨까.

사우디의 압둘라 왕도 그 심각성을 알기에 미국과 모로코에서 신병 치료 차 머무르다 급거 귀국, 도착하자마자 40조 원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게 아닌가. 현재 미국은 다음 시민혁명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청년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가 넘고 실업률 또한 36%가 넘는 예멘을 꼽고 있다.

어쨌든 미국은 ‘재스민 혁명’이 세계경제와 미국 경제 회복에 단기적 악재란 점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가 크게 동요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미국으로서는 크게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 이 지역에서 정치 군사적 개입을 할 만한 재정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MENA 사태에 간여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이다.

둘째, 현실적으로 미국 내 석유 가격의 불안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2월 21일 현재 미국 전 지역 가솔린 가격은 갤런당 3.189달러로 2008년 7월 7일 최고치였던 갤런당 4.12달러에 비해 1달러 정도의 여유가 있다는 판단이다.

셋째,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17일 미 의회를 통과한 8580억 달러의 추가 경기 부양 정책과 6000억 달러의 양적 완화로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번 경기 부양으로 미국민들의 호주머니가 조금은 두터워져 유가가 일정 수준 오른다고 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의회도 MENA 사태와 관련해 이렇다 할 청문회를 열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차분하다.

넷째,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대선 유세 당시 오바마 후보는 “향후 10년 안에 중동과 베네수엘라로부터 석유를 수입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했다. 지난해 2월 22일에는 사우디를 방문한 스티븐 추 미 에너지부 장관이 ‘중동 석유 수입’ 비중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향후 중동산 석유의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약속이 이미 실천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한편 석유는 ‘단순한 경제적 재화’의 의미 그 이상인 듯하다. 미국은 MENA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 지역에서의 중국과 구소련의 전략을 좀 더 깊이 있게 긴 호흡으로 들여다본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미국은 구소련보다 이 지역에서 그동안 경제력 부상을 바탕으로 질서 교란자 역할을 해오던 중국의 위상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것 같다. ‘민주화’는 중국에는 이래저래 상극이기 때문이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1962년 경남 거창 출생. 86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96년 미 캔자스대 경제학 석·박사. 1997년 선문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경제실 수석연구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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