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또 악재’…매매가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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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국한한다면 강남은 대한민국 주택 시장, 특히 아파트 시장의 바로미터다. 그중에서도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로 불리는 지역의 재건축 단지는 전국의 아파트 시세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왔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 이들 지역의 매매가가 오르는 것을 기점으로 서서히 강북, 수도권, 기타 지방으로 가격 영향력이 미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강남 지역 재건축은 매수세가 없더라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매물로도 유명했다.

이런 강남 재건축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주도해 오던 재건축 단지의 하락세가 완연해진 것. 시세보다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5000만 원이나 빠진 곳도 있다.

부동산 포털 부동산1번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02%로 나타났다. 매매가 변동률이 이같이 보합세에 그친 이유는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 때문이다. 하락세의 원인은 개포발 악재에 있다.

지난 2월 9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심의를 보류했다. 애초 계획안보다 소형 주택과 임대주택의 비율을 더 높이라는 게 서울시의 요구. 사실상 강남권에 마지막 남은 저밀도 지역이 고급 주거지역으로 바뀌길 바랐던 주민들은 “사유재산에 정부가 너무 심하게 관여한다”며 불만을 터뜨릴 정도다.

재건축 악재는 또 있다. 정부는 3월 말로 종료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방침을 연장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 부채가 795조 원을 넘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계속 완화한다면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당국의 인식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DTI 규제 완화를 종료하면 주택 거래 감소, 전세난 심화 등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의 인기가 시들해진 데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격 상승세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취득·등록세 감면 혜택 등 관련 세제 혜택이 종료된 것도 거래 실종과 가격 하락을 불러온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포 심의 보류로 분위기 ‘찬물’

시세 하락과 함께 실제 재건축 추진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강남 대형 재건축의 상징인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심의 보류되고 대치동 은마아파트 또한 ‘안전진단’ 통과 후 떠들썩했던 반응과 달리 조합원 간 이견이나 행정절차 문제 등으로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현재 강남의 재건축 단지 중 사업 진행 절차가 가장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대치동 청실아파트 정도다. 지난해 말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청실아파트는 오는 4월 말이나 5월 초 관리처분총회를 거쳐 6월께부터 본격적인 이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1월 25일부터 2월 28일까지 진행된 조합원 분양 신청은 현재 대부분 완료된 상태다. 현재 18개동 1398가구인 청실아파트는 재건축 후 지하 3층, 지상 16~35층에 18개동 1608가구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일대일 재건축 방식을 택한 청실아파트는 주택 소유자의 실거주 비율이 50% 정도에 달해 개포 등 인근 재건축 단지보다 높은 편이다.

강남구 최고의 프리미엄 단지라는 특성상 투기성 투자보다는 실제 거주하려는 실수요자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것도 개포주공이나 잠실주공과 다른 점이다. 현재는 코앞에 다가온 공사 시작을 앞두고 있어 매매나 임대 거래가 거의 모두 끊긴 상태라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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