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은퇴 설계는 부부가 같이해야

인간의 오래된 꿈 중의 하나가 불로장생(不老長生)이다. 진시황은 이를 위해 연나라 출신의 노생에게 불로장생할 수 있는 영약을 구해 오게 하면서 동쪽 멀리 가서 불로초를 찾도록 했다고 한다. 그렇게 영생을 꿈꿨던 진시황도 50세에 객사했다고 하니 오늘날의 인간 수명과 비교하면 아이러니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생명표’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의 예상 수명은 81세다. 10년 전인 1999년보다 약 5세, 1970년보다 19세 늘었다. 남성의 평균 기대 수명은 77세, 여성은 84세다.
요즘 나온 보험 상품의 보장 기간이 100세까지인 것을 보면 바야흐로 인생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다.

전후 태어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정부·언론·기업 등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이들의 은퇴가 경제·사회·기업·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본격적으로 연구,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불로장생이 축복이어야 하는데 이제는 오히려 이를 걱정하고 불안감까지 느끼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불안의 근원을 따져보면 역시 가장 큰 것이 ‘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1988년 국민연금, 1994년 세제 지원 개인연금, 2005년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겉으로 나타난 외양만 보면 소위 3층 보장 제도의 기본 틀이 수립됐다.

그런데도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준비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생명이 40~50대 직장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변한 사람은 63%로 반 이상이지만 이들이 느끼는 준비 수준은 평균 53%로 절반에 불과하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를 불안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가 1997년 도입된 퇴직금 중간정산제다. 일단 받아 생활비로 쓰거나 월급과 유사하게 사용되면서 은퇴 후 준비 자금으로서의 성격이 상실되는 경우가 많았다.

연금은 오랜 기간 준비해야만 목돈을 형성해 연금 재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반면 사람의 삶은 생애 주기에 따라 계속해 목돈이 필요하게 된다. 당장의 필요와 긴급성에 따라 사용하게 되면 은퇴 자금은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2009년 12월 말 기준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이 12∼26%였다고 한다. 따라서 공적 연금에만 의존할 수 없고 개인의 준비가 같이 병행돼야 노후에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각자가 꿈꾸는 삶에 따라 준비 자금은 다르겠지만 국민연금을 급여에서 공제하듯이 적정 금액을 급여에서 개인연금으로 미리 떼어 놓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고 노후에는 건강에도 적신호가 오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보험도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은퇴 자금은 젊을 때부터 계획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부부가 동시에 참여해야 효과적이다.

또 남녀의 초혼 연령을 감안할 때 남편의 사별 후 아내 혼자 생활해야 하는 기간이 9년 이상이다.
따라서 노후 준비는 여성에게 더 절실하게 필요하고 남편이 마다하면 아내가 남편을 설득해 은퇴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연금보험은 부부형도 가능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유리하다. 은퇴 설계 전문가와의 상담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진부한 말 같지만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긴 인생 여정을 행복하게 보내는 첫걸음으로 오늘 가계부를 살펴보고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사장

약력 : 1960년 경남 산청 출생. 부산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1992년 SK생명 입사. SK생명 영남지역본부장. 미래에셋생명 FC영업본부장. 미래에셋생명 FC영업1부문장(상무보). 미래에셋생명 전무. 2010년 미래에셋생명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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