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하락론 ‘주춤’…시장 서서히 ‘기지개’

DTI 규제 완화의 성과와 한계(2)

지난번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의 성과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그 한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지난 칼럼에서 8·29 조치에 따른 DTI 규제 완화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했지만 아파트 가격은 보합권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DTI 규제 완화 이후 부동산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는데 오는 3월 말 DTI 규제가 다시 시작된다면 거래량도 줄고 가격도 하락하는 겨울이 다시 올 것인지 염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그 이유를 검증해 보자.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2010년 아파트 거래량을 살펴보면, DTI 규제 완화 이후 전국의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은 규제 완화 이전보다 22%나 증가했다. 서울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23% 증가했다. 그런데 이를 자치구별로 나눠 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DTI 완화, 거래 활성화에 일조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나머지 22개 자치구는 DTI 규제 완화 이전인 2010년 1월부터 8월까지는 한 자치구당 월평균 거래량이 206건에 불과했다. 그런데 8·29 조치 이후인 9월부터 12월까지의 월평균 거래량은 231건으로 12% 증가했다.

DTI 규제 완화가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강남 3구를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8월 이전에는 자치구당 월평균 거래량이 335건이었던 것이 9월 이후에는 566건으로 급증했다.

8·29 조치를 전후로 거래량이 69%나 급증한 것이다. 이는 서울의 나머지 22개 평균 증가율 12%는 물론 전국 평균 증가율 2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그러면 필자가 강남 3구만 따로 떼어내 분석한 이유는 무엇일까. 강남 3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어 8·29 대책의 DTI 규제 완화 조치와 전혀 상관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8·29 부동산 활성화 대책 때 9억 원 초과의 고가 주택, 다주택자와 함께 강남 3구도 DTI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3구가 DTI 규제 완화 수혜 지역이랄 수 있는 나머지 22개 자치구보다 거래량이 급증한 것을 보면 현재의 거래량 증가 현상이 DTI 규제 완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파트 거래량뿐만 아니라 매매가 상승률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22개 자치구는 DTI 규제 완화 직전인 2010년 8월 말 기준 ㎡당 평균 매매가가 431만 원이었다.

그러다 다섯 달이 지난 올해 1월 말의 평균 시세는 430만5000원으로 오히려 0.1% 정도 하락했다. DTI 규제 완화 이전보다 매매가가 약보합세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2개 자치구 중에서 그나마 강동구·양천구·중구·성북구·은평구만이 소폭 오름세를 보였고 나머지 17개 자치구는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가격이 내렸던 것이다.

이에 비해 강남 3구의 ㎡당 평균 매매가는 2010년 8월 말 842만7000원이었던 것이 올해 1월 말에는 852만3000원으로 1.1% 정도 상승했다. DTI 규제 완화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강남 3구는 오히려 8·29 대책 이후 시세가 상승한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거래량 증가와 시세 회복세는 DTI 규제 완화라는 변수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절대 변수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거래량 증가와 시세 회복세에 영향을 주고 있는 다른 변수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큰 변수는 투자 심리 회복이다. 한국은행이 매월 조사하는 소비자 심리 지수 중 주택·상가 가치 전망 부문은 2010년 8월 94를 기록한 후 매월 상승해 올해 1월 기준으로는 110까지 올라왔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보다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은행이 조사 결과를 발표한 2008년 7월 이후 지수 중 2009년 9월에 112를 기록한 것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주식 가치 전망이 106을 기록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앞으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주가가 오를 가능성보다 높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그동안 부동산 시장이 충분히 조정됐다는 인식의 확산이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 금융 위기에 따른 내수 시장의 부진과 근거 없는 하락론이 맞물리면서 그동안 주택 시장은 필요 이상으로 하향 조정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런 우려감이 기우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면서 시장이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필요 이상 침체, 다시 회복세로

월소득이 500만 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경우 2010년 8월 94까지 떨어졌던 이 지수는 올해 1월 117까지 뛰어올랐다. 반면 월소득 100만 원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에서는 지난 5개월간 92에서 103으로 상대적으로 적게 상승했다.

저소득층에서도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소득층보다 그 비율이 상당히 낮다. 이것이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가격 상승률이 더 높은 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급속하게 치솟고 있는 전셋값도 매수세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전셋값이 오르면 전셋값과 매매가의 차이가 작아지므로 매매로 돌아서는 세입자가 늘어난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려는 투자자는 전세가가 오르면 실투자금이 적어지므로 매수세가 증가하는 것이다. 지금의 전세가 상승세가 강남 3구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강남 3구부터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시세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DTI 규제 완화 이외에 거래량이 증가한 원인 중 하나는 올해 2011년부터 인상되는 고가 주택에 대한 취득·등록세와도 일정 부분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9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은 2010년 말까지 취득하면 올해 취득하는 것보다 취득·등록세를 절반만 내면 됐다.

따라서 고가 주택을 매수하려는 사람들은 연말을 넘기지 않고 서둘러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 많았다. 이 때문에 고가 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은 강남 3구는 9, 10월 평균 거래량보다 11, 12월 평균 거래량이 135%나 더 많았던 반면 나머지 22개 자치구는 그 비율이 65%에 그쳤다.

앞서 8·29 대책이 발표된 8월 말을 기준으로 강남 3구가 나머지 자치구보다 거래량 증가율이 더 높았다고 말했는데, 그 와중에서도 연말로 갈수록 그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된 것은 올해부터 개편되는 취득·등록세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였던 것이다.

한 부동산 포털 업체에 따르면 10억 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는 전국에 14만285채가 있는데, 그중에서 12만6428채가 서울에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에 강남 3구에만 서울 고가 주택 수의 76%인 9만5894채가 몰려 있어 고가 주택 취득·등록세제 개편이 유독 강남 3구에 영향을 끼친 이유를 알 수 있다.

2월 중순 이후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1월의 거래량 증감 실적을 보면 이런 상관관계는 더 확실해진다. 1월의 거래량이 12월의 거래량 증가세에서 크게 꺾이지 않는다면 DTI 규제 완화가 거래량 증가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반대로 거래량이 상당히 줄어든다면 지난해 11, 12월 거래량 증가는 DTI 규제 완화의 약발이라고 하기보다는 취득·등록세 절감을 위한 선취매 증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DTI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 거래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절대 변수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3구를 제외한 주택 시장, 특히 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일수록 투자 심리 회복보다는 DTI 규제 완화가 거래량 증가에 끼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므로 이들 지역에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3월 말로 예정된 DTI 규제 완화의 연장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 부동산 칼럼니스트. 객관적인 사고, 통계적 근거에 의한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투자 이론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