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성공하는 기업의 조건 ‘소통’

최근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면 직원들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것을 많이 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영진이 숫자로 나타나는 기업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경영진이 ‘직원과의 소통’에 대해 눈을 뜨고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실로 높이 살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타워스왓슨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글로벌 인적자원 보고서에 다르면 국내 기업의 직원 몰입도, 즉 직원이 기업의 성공을 위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투입하는 정도는 6%로 전 세계 평균(21%)에 비해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 조사 결과는 기업의 리더들이 회사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더라도 직원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이들을 고무시켜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직원 몰입도 향상을 위해서는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신세대 직장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직장 내 활동으로 동료와의 네트워킹을 꼽았다는 것은 이 세대가 얼마나 소통을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한국 직원들의 온라인 네트워킹 도구에 대한 활용도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37%의 직원들이 문자와 메신저로 소통하는 것에 비해 한국 직원들의 46%가 문자로, 68%가 메신저로 직장 내에서 소통한다. 또한 70%의 직원들이 온라인 네트워킹 도구가 생산성을 향상시킨다고 답한 반면 5%만이 업무 생산성을 감소시킨다고 답할 만큼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

이는 단지 조사 결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인재 발굴을 위해 ‘소통’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제 기업 경영진에게는 꼭 필요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64%의 직원들이 이미 기업과 관련된 새로운 소식을 접하기 위해 네트워킹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며 박용만 (주)두산 회장이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재계 CEO들 역시 트위터를 통해 직원, 나아가 8만여 명의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있다.

기업들의 송년 풍경 또한 직원과의 스킨십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ING생명의 존 와일리 사장은 연말 송년 행사의 일환으로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은 자신의 모습과 ‘기브 미 하이파이브(Give me high five)’라는 메시지가 새겨진 텀블러를 직원들에게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한 해 동안 수고해 준 노력에 대한 감사 인사와 환경을 위한 종이컵 줄이기 캠페인의 의의를 사장이 직접 직원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차원의 소통뿐만 아니라 평가·보상·직무와 같은 직장 내 다양한 시스템을 점검, 직원의 니즈가 반영되도록 하는 적극적인 소통 또한 필요하다.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은 ‘기업의 보상 및 복리 후생 혜택을 이해하고 스스로 관리’하기 위해 관리자와 보장 및 복지 혜택 프로그램과 관련한 정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먼저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성공 기업이 되기 위해선 경영자든 직원이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서로의 말과 뜻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경영자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직원을 이해하고 뜻이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고민해 풀어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통 경영’이야말로 고객 만족, 매출 증대, 비용 절감, 수익성 및 혁신 등 기업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21세기 경영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박광서 타워스왓슨 한국 사장

약력: 호주 모나시대 경영학 리서치 석·박사 수료. 1996년 타워스페린 입사. 96년 타워스페린 한국 사장. 2003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현). 2010년 타워스왓슨 한국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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