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핵심 경제 이슈 10] 3세 경영 시대 개막…‘성장 동력 찾아라’

(6) 미래 경영

2010년을 마무리하며 주요 대기업들이 단행한 임원 승진 인사의 키워드는 ‘미래 경영진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공격 경영’을 내세웠던 것과는 비교된다. 2010년 말은 오너(소유주) 체제를 뒷받침할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내부 혁신과 연구·개발(R&D)에 더 몰두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1년은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해인 만큼 주요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고 이끌어 갈 3세 경영인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려 본격적인 신경영 체제 구축의 포문을 열었다.

세대교체 통해 미래 사업 추진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은 창업한 지 60년이 넘으면서 3세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세대교체의 시대에 다시 직면한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전무의 사장 승진은 한국 대기업의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 회장이 이 사장을 삼성의 가장 큰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영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 사장에게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며 삼성의 미래를 준비하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하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한 이 회장의 다급함도 반영됐다.

삼성그룹은 그룹 컨트롤 타워 명칭을 ‘미래전략실’로 정하고 발 빠르게 미래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세부 방안 마련에 나섰다. 신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신조직 문화 육성 등을 2011년 핵심 테마로 추진할 계획이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011년 신사업 분야에서 ‘매출 1조 원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 예정이다. 현재 1000억 원대 매출로는 규모의 경제에서 이길 수 없다는 계산이다.

LG그룹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LG는 지난해 9월 LG전자의 최고 사령탑을 구본준 부회장으로 바꾸고 사업본부장 5명 중 2명도 교체했다. 마무리된 인사와 조직 개편, 2011년 투자 계획 등을 볼 때 LG그룹도 10년 뒤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LG그룹은 미래 신사업 분야의 범위를 수처리·헬스케어·바이오·태양전지 등 광범위하게 넓히면서 폭넓은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전기차나 2차전지처럼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품의 시장 지배력을 더 높이고 휴대전화를 비롯해 2010년 어려움을 겪은 제품은 글로벌 리더의 위상을 회복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의 인사는 최근 현대건설 인수 실패에 따른 문책의 의미가 담긴 ‘세대교체’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40대 중·후반의 이사·이사대우급 임원들이 대거 수혈됐다면 2010년에는 ‘정의선 시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플랜트,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미래 분야를 본격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SK는 그룹의 주력사인 SK에너지의 인사 폭에 관심이 쏠린다. SK에너지가 2011년 1월 1일자로 정유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을 분사하면서 대규모 조직 개편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부문은 SK에너지 내의 회사 내 회사(CIC)로 운영 중이다. SK는 조직 문화 개선은 물론 신·재생에너지와 그린 케미컬 분야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신사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편 유통 업계 ‘빅3’인 롯데쇼핑·현대백화점그룹·신세계는 이미 2~3세 경영 체제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파격 인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격호 롯데 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글로벌’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해외 인수·합병(M&A)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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