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핵심 경제 이슈 10] 유럽발 ‘공포’ 지속…금융권 ‘노심초사’
입력 2010-12-28 19:37:22
수정 2010-12-28 19:37:22
(3) 재정 위기
‘긴축·내핍(austerity).’ 올해 영미권 네티즌이 가장 많이 사전을 찾아본 영어 단어다. 온라인 영어사전을 운영하는 출판회사 메리엄-웹스터는 지난해 12월 20일 2010년 자사 온라인 영어사전을 통해 가장 많이 검색된 영 단어로 ‘어스터러티(Austerity)’를 꼽았다. 이 단어가 꼽힌 이유는 지난해 봄 그리스를 시작으로 불붙기 시작한 유럽 재정 위기의 여파 때문이다.실제로 잦아드는 듯 보였던 유럽 재정 위기의 불씨가 2010년 말이 되면서 다시 불붙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국제적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아일랜드의 신용 등급을 ‘Aa2’에서 ‘Baa’로 5계단 떨어뜨렸다.
또 신용 등급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밝히고 추가 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아일랜드 신용 등급은 앞으로 2계단 더 떨어지면 투자 부적격 상태인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하게 된다.
앞서 또 다른 신용 평가 업체 피치도 아일랜드의 신용 등급을 강등했다. 시장에서는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펴고 있는 아일랜드가 이번 신용 등급 강등으로 조달 금리 상승 등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금융권도 안전하지 못해
재정 위기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국가는 아일랜드뿐만 아니다. 무디스는 아일랜드의 신용 등급 무더기 강등 직전 현재 ‘Ba1’인 그리스의 신용 등급 강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조만간 추가 신용 등급 강등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더욱이 무디스는 유럽의 경제 대국 중 하나인 스페인의 스페인은행에 대해 향후 1년 6개월 동안 ‘부정적’ 신용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스페인은행의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피치도 지난해 말 스페인 저축은행연합(CECA)의 장·단기 채무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반면 채무 위기 해법을 낳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럽연합(EU) 정상회의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막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린 EU 정상회의는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을 포함한 EU 회원국들이 안정적으로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고 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도록 유럽 단일 채권을 발행하자는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의 제안을 거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단일 채권을 발행하면 독일 등 건전한 재정을 갖춘 국가들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프랑스도 반대 대열에 동참했다.
ING은행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카르스텐 브르제스키는 “유럽 지도자들은 채무 지급 지속성, 2013년 이전에 발생 가능한 채무 불이행 위험을 해결하는데 실패했다”면서 “채무 재조정, 유로본드, EFSF 증액 그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물론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국 경제와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아일랜드의 재정 위기만으로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KIEP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대외 채무 총 3529억 달러 중 영국 은행들에 대한 채무는 920억 달러(26.1%)로 1위이며 유럽계 은행에 대한 채무 비중도 49.5%에 이른다. 더욱이 아일랜드 재정 위기의 심화로 아일랜드에 대한 채권 비중이 높은 영국 은행들에 타격이 오면 국내 금융권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KIEP는 유로화 가치 변동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유로 환율이 아일랜드 위기설이 크게 불거진 지난해 11월 초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고 해외시장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들)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