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GM·GE ‘파트너’…세계 경영 시동

중국 기업, 다국적기업과 동맹 관계 구축 나서

다국적기업과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동맹 관계 구축에 나섰다. 제너럴모터스(GM)·제너럴일렉트릭(GE)·알스톰·봄바르디어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합작이 대부분이던 다국적기업과 중국 기업 간 제휴 관계가 중국 기업의 세계 경영 파트너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업의 국제화가 가속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다국적기업으로선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이다.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동맹을 부추긴다.

<YONHAP PHOTO-1652> A resident rides a tricycle past the head of a CRH (China Railway High-speed) Harmony bullet train outside an exhibition for the Seventh World Congress on High Speed Rail in Beijing December 7, 2010. China plans to build 13,000 km (8,078 miles) of high-speed railway by 2012, more than the rest of the world combined. REUTERS/Jason Lee (CHINA - Tags: BUSINESS POLITICS TRANSPORT SOCIETY)/2010-12-07 16:25:11/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상하이차, GM과 손잡고 유럽·인도 등 진출

영국 버밍햄에 있는 자동차 회사 MG로버의 롱브리지 공장. 2011년 1분기에 새 승용차 모델 MG 6를 양산할 예정이다. 이 공장의 주인은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자동차다. 1924년 설립된 MG로버는 2005년 난징자동차에 인수됐고, 2007년 난징자동차를 인수·합병(M&A)한 상하이자동차 계열사로 바뀌었다. 특이한 점은 MG 6가 GM의 딜러망을 통해 공급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GM과 상하이차의 해외 동맹은 유럽에 그치지 않는다. 인도가 첫 사례다.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GM은 2009년 GM 인도법인의 지분 절반을 상하이차에 넘긴 데 이어 2011년에 중국 내 상하이차와의 합작 법인에서 출시할 승용차 모델을 GM 인도법인에서도 생산하기로 했다.

상하이GM우링이 2011년에 중국 시장에 내놓을 바오쥔 630이라는 승용차가 그 모델이다. 바오쥔은 GM이 중국에서 만든 첫 독자 브랜드다. GM은 상하이차·이치자동차 등과 합작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본사나 해외에서 개발한 모델을 생산하는 수준이었지만 바오쥔은 중국에서 개발 생산되는 첫 모델이다. 지난해 11월 생산을 시작했고 2011년 상반기 중국에서 시판될 예정이다.

GM 인도법인은 현재 아베오 모델과 함께 바오쥔으로 인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GM인도는 인도에서 5번째 규모의 자동차 생산 기업이다. 2012년까지 6개의 새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승용차가 4개 모델이고 픽업트럭과 밴을 각각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상하이차와 GM은 공동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GM인도는 상하이차와의 제휴를 동력으로 3년 내 생산 규모를 3배로 늘린다는 목표다. 2009년 6만9000대를 생산 판매한 GM인도는 2010년 10만 대를 이미 돌파했고 2013년엔 30만 대를 생산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상하이차가 해외 동맹 상대로 GM을 택한 것은 13년간의 성공적인 합작 경험이 밑천이 됐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GM이 합작사를 통해 지난해 11월까지 220만 대를 생산했다. 전년 동기보다 33% 증가한 것이다.

더욱이 상하이차는 지난해 11월 GM이 뉴욕 증시에 재상장될 때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GM의 기업공개(IPO)에 5억 달러를 투자해 GM의 지분 0.97%를 확보했다. 상하이차와 GM과의 관계가 중국을 넘어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차는 쩌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에 앞선 중국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곳도 상하이차다. 이 때문에 상하이차의 GM과의 해외 동맹은 다른 중국 자동차 기업의 쩌우추취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내수시장에 머무르던 중국 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질주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시점이다. 최근 둥양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은 “2015년 중국 자동차 수출이 5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9년 중국 자동차가 37만 대 수출된 것을 감안하면 해외 자동차 시장에도 ‘메이드 인 차이나’ 돌풍이 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GE·알스톰·봄바르디어 고속철 공략

GE·알스톰·봄바르디어 등은 중국을 등에 업고 글로벌 고속철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발주자에 사업비용까지 대거 융자해 주는 중국의 마케팅을 함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3사는 최근 잇따라 중국 철도부 및 철도회사들과 전략적 제휴 또는 합작 관계를 맺었다.

글로벌 시장이 타깃이지만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고속철도망 길이가 이미 7531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중국은 2012년까지 이를 2배로 늘리기로 하고 12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GE는 중국 최대 철도 회사인 중국난처(CSR)와 미국에 고속철 제조 및 기타 궤도 교통 기술을 개발하는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설립되는 합작 법인은 미국 연방정부가 모두 36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의 고속철 프로젝트 수주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CSR는 2011년에 시험할 고속철이 기존 프랑스 고속철이 기록한 시속 574.8km의 속도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난처가 제작한 허셰호는 지난해 12월 3일 산둥성과 안후이성 구간을 운행하며 시속 486km를 기록한 상태다.

GE가 CSR와 계약한 날 고속철도 테제베(TGV)를 만드는 프랑스의 알스톰도 중국 철도부와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의 고속철도 수주에 협력하는 내용의 장기 제휴 관계를 맺었다.

알스톰의 패트릭 크롱 최고경영자(CEO)는 “중국베이처(CNR)와 같은 중국 기업들과 협력해 해외시장과 중국 시장을 함께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3개월 내 협력 프로젝트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것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봄바르디어도 중국 철도부와 고속철도 등에서 제휴 관계를 강화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다국적기업 중 중국과의 제휴에 가장 적극적이다. 1954년 열차 제작을 위해 중국에 진출한 봄바르디어는 CSR와 1998년 합작한 칭다오 공장에서 2012년 출고될 시속 380km의 고속열차를 개발, 제작 중이다. 2009년 중국 철도부로부터 40억 달러 규모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수주한 덕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GE와 알스톰이 최근 중국의 보호 장벽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대표적인 다국적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변신은 중국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 이멀트 GE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7월 “중국은 우리 중 누구도 성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작심한 듯 중국 정부의 외국 기업 차별과 보호무역주의를 맹비난했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의 총수가 공개적으로 중국 당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다국적기업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중국 진출 25년인 GE는 중국에서 항공기 및 의료기기 제작과 판매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2009년 중국에서 올린 매출이 53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중국은 GE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FT는 이멀트 회장이 중국에 대해 비관적 시각을 표출한 것에 대해 2009년 중국 정부의 풍력 터빈과 고속철, 발전 설비 입찰에서 중국 기업에 밀려 줄줄이 쓴맛을 보게된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알스톰은 앞서 2009년 중국이 고속철 기술을 외국 기업으로부터 훔쳤을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 장벽을 치고 있다며 중국산 고속철에 해외 각국이 발주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해 중국 정부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었다.

이들 기업이 중국과 다시 손을 잡기로 한 것은 해외 수주 과정에서 차이나 머니를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자국 기업이 해외 사업을 수주할 때 발주처나 발주하는 곳의 국가에 거액의 자금을 융자함으로써 측면 지원하고 있다.

중국을 외면해서는 세계적인 기업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7일 베이징에서 ‘제7회 세계 고속철회의’가 열리는 등 글로벌 고속철 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이 회의가 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라며 중국 고속철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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