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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지목됐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2011년 초 대규모 보너스 잔치를 벌일 예정이어서 눈총을 받고 있다. 이 중에는 금융 위기 당시 국민들의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았던 회사들도 있어 유럽과 미국에서는 정부가 보너스를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미국 월가의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4번째로 많은 190억 달러의 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2011년 초 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 포문은 골드만삭스가 먼저 열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회사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에게 2011년 1월에 총 1억1130만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지급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보너스는 2007년과 2009년의 성과급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블랭크페인 CEO는 이 중 2430만 달러를, 게리 콘 사장은 2400만 달러를 각각 받게 된다. 블랭크페인 CEO와 콘 사장은 2007년에 각각 6790만 달러와 669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 당시 일부는 현금으로 지급됐으며 나머지 부분을 이번에 주식으로 지급하게 됐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설명이다.
미국인 70%, 보너스 환수 주장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아 기사회생한 골드만삭스가 상황이 나아졌다고 또다시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데 시선이 곱지 않다.
이 회사는 2008년에 금융 위기로 회사의 존립을 위협 받자 미국 재무부로부터 200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긴급 프로그램에 따라 345억 달러를 대출받아 기사회생했다.
월가 은행들은 금융 위기 후 과도한 보너스가 문제가 되자 보너스 체계를 바꾸기로 했었다. 그러나 실제 6대 투자은행 중 모건스탠리와 웰스파고만이 장기 성과를 근거로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관련 규정을 개정했을 뿐 나머지 은행들은 과거 보너스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월가 은행 직원들의 보너스 금액은 지난해 전체적으로 전년에 비해 10∼1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구조조정으로 직원 수가 크게 줄어 1인당 보너스 수령액은 전년도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는 최근 유럽연합(EU) 역내에 있는 은행 종사자들에게 보너스의 20~30%만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너스 규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시행되기도 전에 글로벌 은행들은 기본급을 대폭 높이는 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내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미 HSBC은행은 투자은행 부문 소속 직원 수백 명의 기본급을 두 배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바클레이즈 등 유럽 은행들도 금융 위기 이후 기본급을 수차례나 인상했다.
미국의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스위스의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등도 보너스를 적게 받게 되는 EU 역내 지점의 직원들에게 급여를 더 많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은행들은 성과급 기준이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싱가포르 등 아시아 등지에 본사를 둔 경쟁 은행으로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 위기를 초래해 수많은 사람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투자은행들이 새로운 보너스 규제마저 무력화시키며 또다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모습에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70%는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 은행들의 보너스 지급에 반대하면서 보너스를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시에 따르면 2009년 월가 증권사들의 평균임금은 2008년에 비해 20%나 떨어졌지만 31만1000달러에 달했다. 이는 뉴욕시의 다른 민간 기업들 평균임금의 5배나 된다.
김태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