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Ⅰ] 기아차 화려한 질주…일진다이아 수익률 ‘톱’

리서치센터장 28인이 뽑은 '2010년 화제의 스타 주식'

주가지수가 2000선에 사뿐히 올라섰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풍요로운 세밑이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환호와 탄식이 뒤엉켜 있다. 시장 주도주에 제대로 올라탄 투자자는 믿어지지 않는 수익률을 돌려받았다.

그런가 하면 마냥 미끄러지는 주가에 한 해 내내 속병을 앓은 투자자들도 있다. 과연 올해 ‘주가 2000 시대’를 견인한 최고의 스타 주식은 어떤 종목일까. 주식시장을 꿰고 있는 리서치센터장 28명에게 설문지를 돌렸다. 한 해 흐름을 찬찬히 복기하며 내년 필승 투자 전략을 짜보자.

애초 28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던진 질문은 두 가지다. 올해 ‘베스트’ 종목과 ‘워스트’ 종목을 각각 하나씩 적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워스트 종목은 응답률이 낮았다.

평가 기준이 모호할 수 있고 ‘주가 2000 돌파’라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효자 종목들에 먼저 눈길이 갔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따라 워스트 종목은 따로 묶어 별도로 소개한다.(62쪽 참조)

베스트 종목의 첫째 조건은 수익률이다. 이번에 선정된 8개 종목은 시장 평균 수익률을 훨씬 웃돌았다. 작년 연말 1683.77이었던 코스피(KOSPI)는 올해 2009.05(12월 14일 종가 기준)까지 뛰었다. 수익률로 따지면 19.4%다. 이를 개별 종목 상승률과 비교해 보면 된다.

하지만 높은 수익률이 ‘베스트’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여기에 시가총액, 실적의 안정성, 내년 전망 등 까다로운 기준이 추가된다.

기아차, 현대차 아류에서 현대차 맞수로

2010년 최고의 주식은 단연 기아차다. 누가 뭐래도 올해는 기아차의 해다. 절반에 가까운 12명의 센터장이 기아차에 몰표를 던졌다. ‘청출어람’. 어느새 기아차는 “현대차의 아류에서 현대차를 능가할 만한 기업(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성큼 성장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년간 절치부심해 온 노력 덕분에 “금융 위기를 기회(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로 만들었다는 호평도 쏟아졌다.

2만50원(2009년 말)이던 주가가 5만1300원(12월 14일)까지 치솟아 투자자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안겨줬다. 수익률 155.9%로 시장 평균의 8배가 넘는다.


놀라운 상승의 원동력은 신차의 돌풍이다. 2008년 포르테와 쏘울, 2009년 쏘렌토 R과 K7, 2010년 스포티지 R과 K5 등 주요 세그먼트에서 신모델이 잇따라 성공을 거뒀다. 더욱이 올해 나온 K5는 소비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현대·기아차의 품질 경영 성과와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의 디자인 경영이 제품 경쟁력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대차 모델의 서브 모델 개념에서 경쟁 모델로 업그레이드(문기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됐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LG화학도 올해 빛나는 한 해를 보냈다.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을 확실하게 선점하면서 “녹색 대표주(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LG화학을 빼놓고는 전기차 이야기를 하기 어려울 정도다. 도요타와 폭스바겐을 제외한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가 모두 LG화학의 고객이다.

미국 미시간 주에 지어진 LG화학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자동차용 2차전지가 “한국의 차세대 수출 주력 품목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는 평가도 나온다.

녹색 대표주로 자리잡은 LG화학

이어 현대중공업이 LG화학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중국이 선박 수주 잔량 1위 자리를 빼앗아 가면서 ‘조선산업 위기론’으로 떠들썩했던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올해 현대중공업 주가는 17만3500원에서 41만7000원으로 140.3% 급등했다.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007년 전성기에는 못 미치지만 계속 쪼그라들던 선박 수주가 증가세로 반전됐고 선박 가격도 반등에 성공했다.

수주 취소와 신규 물량 부족으로 주식시장의 냉대를 받던 2009년에 비하면 ‘화려한 비상’이다. 수주 산업인 조선은 현재의 이익보다 “향후 수주와 선가의 방향성이 주가를 이끈다는 것(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현대중공업은 신흥시장 모멘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기도 한다. 현대중공업은 종합 중공업체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전체 사업에서 조선 비중은 40%대에 불과하다. 플랜트·굴삭기·태양광 등 나머지 분야에서 신흥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3위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재편 과정의 최대 수혜주이며 승자(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인 현대차에 돌아갔다. 미국에서 6위, 중국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자동차 시장의 현재 시장과 미래 시장에서 모두 확실한 위상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올 한 해 주식시장에서 현대차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주가 상승률은 50.4%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약진은 원화 약세 등 일시적 요인에 기댄 것이 아니라 제품 경쟁력 제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진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도 가장 높은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패션 업체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자재료를 개발하는 첨단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해 주목을 받았다. 작년 말 5만6500원이던 주가는 1년 새 11만4500원으로 102.7% 뛰었다.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탑재하고 구조적인 변화를 꾀할 때 기업 가치가 레벨업(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되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된 호재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 올 연말 그룹 인사에서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도 부사장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한 패션·화학 계열사의 분가를 점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올해 ‘코스피 100’ 종목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10만2500원에서 27만500원으로 주가가 168.3% 상승했다. 화학 업종의 전반적인 업황 호조에다 최근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성장성이 부각된 덕분이다.


제일모직·호남석유화학도 주목 받아

호남석유화학은 올해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업체 타이탄을 인수하며 단숨에 아시아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탄소 복합재 전문 기업인 테크항공을 사들여 신사업 진출 기회도 엿보고 있다. 이에 앞서 2008년 친환경 발포 폴리프로필렌(PP) 생산 업체 하오기술과 2009년 장섬유 복합재 생산 업체 삼박엘에프티를 각각 인수한 바 있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붐을 타고 극심한 저평가 탈출에 성공했다. 지난 6월 이후 월별 조정 없이 7개월째 상승 중이다. 한화케미칼은 중국 태양광 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하며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신성장 동력으로 태양광 사업 진출을 선언한 후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 태양광 기술 벤처회사 1366테크놀로지의 지분도 사들였다. 솔라펀파워홀딩스 인수가 글로벌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기 위한 규모의 확장이었다면 1366테크놀로지 지분 인수는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한화케미칼은 2020년까지 태양광 사업에 6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주가 상승률만 따지면 올해 최고의 주식은 일진다이아몬드다. 작년 말 9960원 하던 이 회사 주가는 12월 14일 종가 기준으로 1만600원이다. 지난 6월 5 대 1로 액면 분할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계산하면 주가상승률은 무려 430.1%에 달한다. 태양광과 발광다이오드(LED)에 사용되는 공업용 다이아몬드의 수요 급증이 이 놀라운 수익률의 원동력이다.

부품 소재 전문 중견그룹인 일진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일진다이아몬드는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합성 다이아몬드 생산능력을 갖춘 곳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진다이아몬드는 미국 DI, 남아프리카공화국 E6(옛 드비어스)와 함께 세계 3대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 메이커로 꼽힌다. 일진다이아몬드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7%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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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투자자를 애태운 주식들

상승장에도 주가 뒷걸음

올해 투자자들을 울린 대표적 종목은 태양광 장비 업체인 네오세미테크다. 한때 시가총액 4000억 원을 넘나들던 ‘코스닥 황제주’였지만 우회 상장 5개월 만에 사업 보고서에 대한 회계감사에서 ‘의견 거절’ 평가를 받고 끝내 주식시장에서 퇴출됐다.

최종 거래일 시가총액은 72억 원까지 추락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폐지라는 오명을 남겼다. 코스닥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싹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국전력도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기대했던 전기요금 인상이 무산되면서 1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낮은 자산 효율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터키와 리투아니아 원전 수주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럴 거면 왜 상장했느냐’는 불만이 튀어나왔다. 포스코도 주가가 뒷걸음질했다. 61만8000원이던 주가가 47만7500원까지 떨어졌다. 중국의 긴축, 국내외 경쟁 심화가 발목을 잡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LG전자도 성적이 나쁘다. 휴대전화 부문의 실적 악화로 주가가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강세와 대조적이다. 상장 첫날 최고가를 기록한 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역마진 우려로 하락세를 면치 못한 삼성생명, 외형 성장 전략의 후유증을 앓은 대우건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로 리스크가 커진 현대증권, 막걸리 열풍에 밀린 하이트맥주,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62.7%나 하락한 대한전선, 연중 내내 미련을 가지게 했지만 끝내 배신한 하이닉스도 투자자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취재=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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